'무한도전' 가요계 쥐락펴락.. 홀수 해 여름엔 신곡 발표도 눈치

박경은 기자 입력 2015. 7. 6. 21:36 수정 2015. 7. 7.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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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년으로 열리는 가요제.. 신곡 쏟아지고, 나왔다 하면 '대박'

▲ 무명 밴드 ‘혁오’ 첫 방송 타자 이전 곡까지 음원차트 장악 ‘스타 탄생’ 보는 재미 있지만 이벤트가 가요계 장악 비판도

“여름이면 걸그룹도 나오지만 무엇보다 ‘<무한도전> 가요제’가 있잖아요. 그건 도저히 어쩔 방법이 없어요. 그렇다고 몇 달 뒤로 미룰 수도 없고. 어떻게 하면 눈에 띌까가 아니라 덜 묻힐까 고민하다 결론을 냈지요.” 얼마 전 오랜만에 신곡을 발표한 가요 제작자 ㄱ씨의 이야기다. 대형 가수, 대형 이벤트를 피해 신곡을 내는 눈치작전은 가요계에서 늘상 벌어지는 일이다. 조금이라도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피하고 눈치봐야 할 많은 일 중에서도 가요 제작자들 사이에 최고 기피 대상은 <무한도전> 가요제다.

가요계 톱스타가 여러 명 출연해 <무한도전> 멤버들과 짝을 이뤄 발표하는 신곡들은 차트와 방송을 싹쓸이한다. 한둘이 아니라 예닐곱씩 쏟아지는 곡이 장기간 차트를 장악하기 때문에 기존 히트곡도 발붙이기 힘들다. 방송을 통해 발표된 신곡은 물론이고 출연 가수의 이전 곡까지 새롭게 조명되기 일쑤다.

대중에게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인디 뮤지션들은 스타덤에 오른다. 2007년 시작돼 격년으로 열리며 올해 5회째를 맞는 <무한도전> 가요제는 현 가요계를 움직이는 황금의 손이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무한도전> 가요제는 가요계를 움직이는 황금의 손이다. 출연 가수들의 곡은 물론 <무한도전> 가요제 발표곡은 방송 직후 음원차트 상위권을 차지한다. | MBC 제공

■ 음원 차트 쥐락펴락

지난 4일 2015 <무한도전> 가요제 첫 방송에서 효과는 입증됐다. 이날 소개된 밴드 혁오는 아직까지 대중적으로 알려진 팀은 아니다. 그렇지만 방송 직후 이들이 그전에 발표했던 ‘와리가리’ ‘위잉위잉’ ‘Hooka’ 등 3곡은 국내 최대 음원차트 멜론 10위권에 모두 포진했다.

이들과 함께 출연하는 가수는 윤상, 박진영, 아이유, GD&태양, 자이언티. <무한도전>은 앞으로 멤버와 출연 가수가 각기 짝을 이룬 6팀이 신곡을 만들고 발표하는 과정을 보여줄 예정이다. 가요계에서는 다음달 중 음원으로 공개될 신곡들이 차트를 장악하리라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2007년 1회 <무한도전> 강변북로 가요제에서 발표됐던 하하의 ‘키 작은 꼬마 이야기’는 멜론 주간차트에서 5주간을 10위권에 머물렀다. 2009년 올림픽대로 가요제에서 박명수와 소녀시대 제시카가 팀을 이뤄 불렀던 ‘냉면’도 6주간 멜론 주간차트 10위권을 지켰다. 2011년 서해안고속도로 가요제에서 소개된 7곡은 모두 주간차트 1~7위를 싹쓸이했다. 2013년 4번째로 열렸던 자유로 가요제도 마찬가지였다.

■ 가요계 슈퍼파워

대형 가수들에게도 <무한도전> 가요제는 욕심나는 무대다. 매년 화려한 진용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올해는 더 호화롭다. 앞서 언급된 6팀의 출연자 외에 윤종신, 유희열, 이적이 자문위원으로 등장한다. 내로라하는 싱어송라이터와 최고의 아이돌스타, 대형 기획사 대표 등 가요계의 파워엘리트와 흥미롭고 실험적인 신예밴드까지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음악적 스펙트럼은 웬만한 가요팬을 모두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다.

대중의 관심이 높은 만큼 매번 새로운 스타가 탄생한다. 정재형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음악성과 예능감을 대중적으로 인정받았고 인디밴드이던 십센치와 장미여관은 주류무대에 안착했다. 자연히 신예밴드 혁오가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 예능상품 vs 음악

<무한도전> 가요제를 통해 발표되는 신곡은 검증된 예능상품이다. 이 때문에 이 가요제는 대중의 관심이 가장 높은 가요 이벤트 중 하나다. 실제로 <무한도전> 가요제 첫 방송이 시작될 때마다 전 회차 방송에 비해 시청률은 1~2%포인트 이상 뛰었다. 지난 4일 방송 시청률은 15.6%(AGB닐슨 전국 기준)로, 전주에 비해 2.2%포인트 올랐다. 2013년 10월19일 처음 방송된 ‘자유로 가요제’ 편도 전 회차에 비해 1.7%포인트, 2011년 6월11일 방송을 시작한 ‘서해안고속도로 가요제’ 편 역시 1.6%포인트 껑충 뛰었다. 어떤 가수도 따라잡을 수 없는 팬덤을 가졌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가요계에서는 이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도 있다. 막강한 브랜드 파워와 스타성을 바탕으로 나오는 이벤트성 음악이 주류무대를 차지하면서 음악의 본질에 집중하는 뮤지션들이 생존을 위협받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기성 가요계가 다양성 확보나 대중의 관심을 끌 만한 변화를 이뤄내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경은 기자 k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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