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주가 '갓현주'인 이유(인터뷰)

정시우 2015. 5. 25.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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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주

[텐아시아=정시우 기자]사람들은 그를 '갓(God)현주'라 부른다. 손현주가 '갓현주'인 이유는 그의 연기를 보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는 일. 하지만 손현주를 만나면 진짜 놀라게 되는 것은 그의 연기에 대한 사유방식이 아니라, 사람과 삶을 대하는 태도다. 가끔씩 인터뷰를 통해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에 대해 고맙게 배울 때가 있는데 손현주가 딱 그런 배우다. 일찍이 인터뷰 장소에 도착해 휴게실에 머물고 있던 손현주는 시계가 약속한 시간에 당도한 순간 정확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행여 약속에 늦을까봐 인터뷰 기간 내내 근처 모텔에 묵고 있다고 하니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약속'을 강조하던 그의 말에 담긴 진심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었다.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는 삶, 쉬워 보이지만 또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영화 '악의 연대기'에서 손현주는 자신이 저지른 살인을 덮기 위해 더 큰 파국으로 들어가는 최창식 반장을 연기했다. 그의 작품을 눈여겨 봐 온 이라면 드라마 '추적자'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게다. 그러니까, 최창식 반장은 살인을 덮기 위한 희생자가 됐던 '추적자'의 백홍석(손현주)과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 손현주가 그려낸 최창식 반장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Q. 역시! 약속한 시간에 정확하게 나오시는군요.손현주:약속 시간이 됐으니 나와 있어야죠.(웃음)

Q. 현장에서도 약속을 칼 같이 지키시죠?손현주:현장은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기 때문에 조금 더 일찍 나갑니다. 제가 뭔가가 임박해서 하는 성격이 못 돼요. 부족한 부분이 많은 인간이라, 조금 더 일찍 움직이려고 합니다.

Q.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비가 안 된 상태로 나가야 할 때가 있지 않나요?손현주:그럴 땐 불안해요. 될 수 있으면 그런 상황을 안 만들려고 하죠. 첫 연습 때 후배들을 모아두고 얘기해요. "약속은 신뢰다!" 그런데 사실 그건 저 자신을 다 잡는 말이기도 합니다. 제가 그렇게 강조했는데, 약속에 늦으면 후배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속으로 '정작, 당신이 늦네!' 이럴 거 아니에요. 저 자신을 채찍질 하는 말인 거죠.

Q. 약속에 늦는 배우나 스태프들을 보면 어때요? 아무래도 믿음이…(웃음)손현주:히하하. 지금까지는 다행히 약속 안 지키는 사람들과 일한 기억이 별로 없어요. 정말 다행인 거죠.

Q. '악의 연대기'가 잘 달리고 있습니다. 촬영 전에 몸이 아팠던 걸로 아는데, 여러 가지로 지친 현장이지 않았을까 싶어요.손현주:힘들었어요.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고, 서둘러 수술을 했어요. 저로 인해 촬영 일정이 한 달 미뤄졌죠. 한 달을 기다려준 스태프들을 생각하니,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했어요. 그런데 제가 아팠다는 사실을 아니까 다들 놀아주지 않는 거예요. (마)동석이한테 전화해서 "동석아 뭐 하냐?", "숙소 앞에서 후배들하고 술 한 잔 하고 있습니다!", "나는 왜 안 불렀어?", "형님, 쉬시라고요", "(버럭)아니~ 뭘 자꾸 쉬라고 그래~!"(일동 웃음) 그러다보니, 방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Q. 후배들의 배려가 의도치 않게 배우님을 외롭게 했군요.손현주:그러니까요.(웃음) 선배님들이 "건강 좀 어떠세요?" 라고 물어보는 걸 왜 싫어하셨는지, 이제 알겠더라고요. 결국 방에 홀로 라벤더 향초 켜놓고 유배생활을 견뎠어요. 그땐 또 담배도 피울 수 없었어요.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대본 읽고, 다음 날 스케줄 확인하는 것뿐이었죠. 할 일이 없나 찾다가 책을 읽고. 그런데 책도 20-30페이지 보면 졸려요. 그럼 또 '뭐하지?' 하다가 다시 시나리오 보고…(웃음)

Q. 로케촬영으로 숙소생활 할 때, 술을 즐기는 편이신가요?손현주:'방술'이요? 그럼요. 많이 마시죠. 그런데 그걸 끼워주지 않았으니, 참.(웃음) 결과적으로는 그게 플러스로 작용했어요. 최창식 반장은 자신의 잘못을 덮기 위해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고, 무언가를 은폐하는 외로운 인물이잖아요. 그런 심리가 숙소로까지 이어지니까, 캐릭터적으로 더 몰입하게 되더라고요. 외롭고 긴 싸움이었어요.

Q. 살인을 덮기 위해 더 큰 파국으로 들어가는 '악의 연대기'의 최반장과 살인을 덮기 위한 희생자가 됐던 '추적자'의 백홍석이 만나면 어떨 것 같습니까.손현주:아, 생각하지 못했던 지점이네요. 음. '추적자'는 태생부터가 못 나올 게 나온 거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아이와 아내가 죽고, 말도 안 되는 권력과 싸우는 과정에서 하는 수 없이 친구를 배신하며 도망가죠. 그런데 거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어요. 수정이 아빠라는 이유가. 그게 강력한 동력이 됐죠. '악의 연대기' 최반장에게도 순수하고 열정적이었던 초임 시절이 있었어요. 세월이 흐르면서 어느 순간 때가 묻고 타락한 거죠. 그런데 그 타락을 타락이라고 느끼지 못한 게 최반장의 패착이었다고 봐요. 자신의 잘못 앞에서 '이 정도쯤이야' 하잖아요? 한마디로 타협한 거죠. 그런 의미에서 최반장은 가해자라 생각합니다.

Q. '추적자'의 백홍석은 진실을 밝히는 입장이고, 최반장은 진실을 숨기려 하는 입장입니다.손현주:숨기는 게 더 힘들더라고요. 자신의 고민이나 실수를 털어놓을 만한 이가 한 명 정도는 필요한데, 최반장은 그 누구에게도 얘기해서도 안 되는 상황에 처해 있죠. 그런 감정들이 너무 힘들었어요. '정신적으로 소진된다는 게 이런 뜻이구나'를 다시금 느꼈습니다.

'악의 연대기'에서 최창식 반장으로 분한 손현주

Q. '악의 연대기'가 말하고 싶은 것은 결국 '평범한 사람들의 악함' 일까요.손현주:백운학 감독님은 어떠실지 모르겠으나, 제 생각에는 그래요. 사람마다 놓기 싫은 것들이 있잖아요. 최반장도 그랬을 겁니다. 직장에서는 선망 받는 선배고 가정에서는 좋은 아버지에요. 특진도 코앞에 두고 있죠. 거의 다 왔다고 생각할 즈음 예상치 못한 사건과 마주합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아마 일반 사람들도 갈등을 할 거예요. 자신이 오랜 시간 일궈온 것들은 한 순간 버리고 싶을까요?

Q. '추적자'에서 대통령 후보 강동윤(김상중)이 이런 말을 했죠. "선택의 순간이 오면 그때서야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 드러납니다"라고. 그 대사를 최반장에게도 던질 수 있겠군요.손현주:그럴 겁니다. 그거 아주 명언이에요. 최반장은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잊고 있던 자신의 순수했던 과거와 마주하게 됩니다. '그때 내가 그랬어?' 순수했던 때로 돌아가고 싶은데 돌아갈 수는 없고. 그렇다고 해서 현재 손에 쥔 것들도 놓기도 싫고. 그럼 선택을 어떻게 할까요? 많은 사람들은 아마 덮을 거예요. 덮거나 혹은 '이게 올바른 선택일 거야' 자기 최면을 걸며 가는데, 그게 순간의 잘못된 판단이거든요. 다른 영화들은 악인이면 악인으로 끝나거나, 의인은 의인으로 끝나는데 '악의 연대기'는 끝나고도 뭔가가 찜찜해요. 관객 분들이 우리 작품을 보고 자신의 모습을 한 번쯤 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Q. '악의 연대기'를 연기하며 많이 외로웠다고 하셨는데, 원래 고독을 타는 편인가요?손현주:안탄다고는 말 못해요.

Q. 언제 고독이 크게 밀려오나요.손현주:작품을 많이 따라 가는 것 같아요. 제가 지난 몇 년간 출연한 작품들을 색으로 비유하면, 쥐색이나 검정에 가까워요. 그게 '추적자' 이후부터였던 것 같은데, 지난 3-4년 동안 감정선을 지치게 가지고 갔던 게 사실이에요. '추적자' 끝나고 출연한 SBS '황국의 제국'도 깔깔 웃는 드라마가 아니었어요. '쓰리 데이즈'에서 연기한 이동휘 대통령은 총 맞아 죽을 뻔한 위기 상황이 많았죠.(웃음) '이번엔 가볍게 해 보자'고 해서 선택한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북한 교관은 또 아이들 잡으러 남으로 내려오는 피도 눈물도 없는 인물이었어요. 스릴러 영화 '숨바꼭질'의 성수나, '악의 연대기'의 최반장도 이전의 푸근하고 서민적인 정서와는 거리가 먼 인물들이고요.

Q. '추적자' 이전의 손현주 하면 소시민적인 이미지가 강했었죠.손현주:그러니까요. 제가 이번 인터뷰를 하면서 인사동 모텔에서 묵고 있는데, 샤워하다가 문득 '내가 그동안 엄마, 고모, 이모 팬들로부터 너무 멀리 왔구나'하는 생각을 했어요. 이전에는 길에서 만난 아주머니들이 "요즘 잘 하고 있어!" 응원해 주셨어요. 바람피우는 남편 역할을 많이 할 때도 '그러지마!' 그러시면 '다신 안 그럴게요'하고 웃으며 인사하곤 했다고요.(웃음). 그런데 요즘에는 "이제, TV 왜 안 해?" "생활은 돼?" 이런 식의 말을 자주 들어요. 아, 이젠 좀 그립네요. 엄마들 손길을 너무 많이 떠나온 것 같아요.

Q. 대신, 젊은 팬들이 많이 생겼잖아요.손현주:아, 그건 있더라고요. '팬 층이 바뀔 수도 있구나'를 느끼는 시간이기도 했죠. 그런데 어쨌든 엄마의 사랑이 그립기 시작했어요. 슬슬 일일드라마를 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웃음)

Q. 그나저나 인사동 모텔에 묵고 계신 건 인터뷰 시간 약속 때문인가요?(인터뷰가 인사동 부근에서 진행됐다)손현주:집에 왔다갔다 하다보면, 차가 밀릴 수 있으니….(웃음)

Q. 역시 약속에 철저하시군요.(웃음) 엄마들 사랑 이야기가 나와서 생각났는데, 바람난 유부남 반성문을 연기한 '장밋빛 인생'(2005) 때 엄마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으셨어요.손현주:아,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드라마에요. 고(故) 최진실 씨도 그렇고 굉장히 열정적으로 임했던 드라마죠.

Q. '장밋빛 인생'에서 아픈 아내(최진실)를 웃게 해주겠다고 내복 바람으로 춤추면서 노래 부르는 씬은 지금도 회자되는 명장면입니다. '추적자'에서 사경을 헤매는 딸의 수술실 앞에서 '클레멘타인'을 부르는 씬도 많은 화제를 모은 장면이고요. 개인적으로 배우는 한 장면으로 기억된다고도 봐요. 그렇게 봤을 때, 배우님은 굉장히 많은 명장면들을 남기셨습니다.손현주:지금 말씀 하신 장면들이 모두 선명하게 기억이 나네요. '장밋빛 인생' 땐 저도 그렇고 스태프들도 그렇고, 다들 "소품을 현실적으로 가자" 그랬어요. 집에서 누가 슬리퍼 신고 다니겠어요. 물론 그런 집도 있겠으나 그건 대궐 같은 집이고, 대부분은 '빤스' 바람으로도 다니잖아요.(웃음) 노래 선곡도 고민을 많이 했어요. '어떤 노래가 암환자를 즐겁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두 가지를 떠올렸죠. 하나가 드라마에 나온 '당신의 의미'예요. 또 다른 하나가 '나는 행복의 사람'라고 해서, "잊혀질때 잊혀진대도~ 어두운 창가에 앉아~♪" 그 노래도 내복 차림에 불러보니까 굉장히 슬프더라고요. 둘 중 고심하다가 의미가 더 직접적으로 와 닿은 '당신의 의미'를 택해서 불렀죠. '추적자'에서 부른 '클레멘타인'도 너무 좋았어요. 아, 그러고 보니 결국 노래가 마음을 움직이네요. 처음 감독님과 이야기 할 때는 그냥 덤덤하게 부르자고 했어요. 그런데 이게 마음먹은 대로 안 되는 거예요. 처음에는 뜻대로 했어요. "넓고 넓은 바닷가에~" 그런데 부르다가 갑자기 소리가 안 나와요. 울컥한 거죠. '아, 연기라는 게 수학 공식이 아니구나'를 다시금 느꼈는데…생각하니까 괜히 또 슬퍼지네요.

Q 눈가가 촉촉하십니다. 최근에 어린 후배들과도 호흡을 많이 맞추고 계신데, 젊은 배우들을 보면 어때요?손현주:잘 해요. 대단히 잘 해요. 대단히 잘해서 대단히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제가 1990년대 초반에 방송을 시작했어요. 대학로에서 방송으로 넘어온 지 얼마 안 됐으니 여러 가지로 서툴었죠. 그때 저에게 30-40분짜리 대본을 던져주면서 하라고 했으면 아마 못했을 겁니다. 방송 하고 3-4년이 지나니까 비로소 '컷이 이런 거구나'를 알겠더라고요. 그런데 요즘은 컷 계산을 못하는 젊은 배우가 거의 없어요. 다들 너무 잘하는데 그게 오히려 걱정돼요. 어떤 걱정이냐면 연기는 교감이잖아요. 상대의 눈을 보면서 해야 하는데, 컷에 대한 계산이 너무 빠르다보니 상대의 눈이 아니라 카메라를 의식하며 연기를 해요. 어느 쪽으로 해야 자기 얼굴이 잘 나오는지 너무 잘 아는 거죠.

Q. 아까 언급하신 것처럼 연기는 공식이 아닌데, 기술적으로 접근하는 거군요.손현주:네. 심지어 어떤 아이들은 "감독님 저, (카메라에) 걸려요?" "어디까지 걸려요?" 그래요. 아니, 배우가 연기를 하면 되지 왜 카메라까지 신경 씁니까. 그런 걸 볼 때마다 '이건 도대체 누가 가르쳐줬을까' 싶은 거죠. 자기 씬 촬영이 끝나면 그냥 가 버리는 친구들도 많은데, 그런 것들이 염려 됩니다. 그래서 저는 가끔 "난, 널 보면서 연기할게" 그래요. 그건 '너도 내 눈을 봐 달라'는 의미가 있는 거예요. 연기라는 게 100%가 없잖아요. 상대가 호흡을 맞춰줘도 어려운 게 연기인데, 그마저도 안 해 주면 어떻게 되겠어요. 물론, 영특한 친구들은 그런 부분에서도 굉장히 잘 해요. 그런 아이들이 또 오래 가고요.

Q. 후배들을 보면, 배우님이 연기를 시작했을 때가 많이 떠오르겠어요.손현주:한국 나이로 앞에 숫자가 5자가 넘어버렸어요. 와, 벌써 그렇게 됐네요. 하지만 크게 신경 쓰지는 않습니다. 연기자는 나이로 연기하는 게 아니니까요. 대학로에서 공연하다가 1991년도에 방송에 들어와서 영화도 하고 있지만, 그렇게 긴 세월이라는 생각은 안 들어요. 항상 초심을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그걸 유지 못하면 최반장 같은 사람이 되겠죠. 저의 경우 대학로에 미안함과 죄스러움이 있어요. 트라우마 같은 거예요.

Q. 그렇다면 연극 무대는…손현주:가야죠! 0.5초도 생각 안 합니다! 기회가 오면 꼭 갈 거예요.

Q. 극단 '미추' 출신이십니다.손현주:네. 극단 두 군데를 전전하다가 마지막을 미추에서 끊었어요. 왜, 자기가 있던 시기를 호시절이라 생각한다고, 그때는 정말 좋은 극단들이 많았어요.

Q. 객관적으로 봐도, 배우님이 활동하던 때가 대학로의 '호시절'이었죠.손현주:네. 그때 극단 미추, 목화, 연우무대, 학전 등 대학로가 어떤 시발처 같은 느낌이었어요. 다들 치열하게 연극을 올렸고, 사람들로 정말 북적북적 했죠. 좋은 배우들도 굉장히 많았어요. 돈이 없어서 알음알음 무대 뒤로 들어가서 보긴 했지만, 그렇게 봤던 연극들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방송대본의 경우 휘발성이 강해서 기억에 남는 대사들이 별로 없어요. 박경수 작가님 대사들은 몇 개 기억이 남는데, 나머지 대사들은 쉽게 날아가 버리죠. 그런데 과거 했던 연극 대사들은 아직도 기억이 남아요.

Q. 기억에 남는 대사를 하나 꼽아 보자면요?손현주:너무 많죠. 가령 셰익스피어 햄릿. "마귀가 날뛰는 야삼경엔…(중략) 무덤은 아가리를 벌리고 독기를 내뿜는 시간이다" 그런 장문의 대사를 아직도 외우고 있는 걸 보면 문학이어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셰익스피어 그 양반이…아, 1500년도에 태어난 세계적인 문호를 양반이라고 하면 안 되죠?(웃음) 아무튼 셰익스피어는 정말 대가에요.

Q. 차기작이 스릴러 영화 '더 폰'입니다.손현주:네. 1년 전에 죽은 아내로부터 걸려온 전화에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남자의 이야기에요.

Q. 또 깊은 고독 속으로 가시네요.(웃음) 중년 멜로를 보여주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굉장히 멋질 것 같은데.손현주:(크게 손사래 치며)아우, 아니에요~ 아니에요. 언론시사회 때 "멜로나 베드신 찍고 싶다"고 했다가 그 말이 크게 기사화 돼서 당황했어요.(웃음) 우리 딸이 아직 고등학생이에요. 둘째도 초등학생이라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는 안 돼요. 큰 일 나요. 아이들이 클 때까지 중년 멜로나 베드신은 안할 겁니다.

Q. 청소년관람불가 영화가 아니더라도, 멋진 중년 캐릭터가 많잖아요. 아, 드라마 '여우야 뭐하니'에서 연기하셨던 (시건방진 명품사장이지만 3년 전 죽은 아내에 대한 순정을 간직한) 박병각도 상당히 로맨틱한 남자였어요.손현주:박병각은 개인적으로도 재미있게 연기한 캐릭터에요. 그런 거라면 좋죠!(웃음)

정시우 siwoorain@사진제공. 호호호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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