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과 배우, 예비군 사이의 박서준을 말하다
[오마이뉴스 이선필,이정민 기자]
ⓒ 이정민 |
우발적 살인을 저지른 상사 최창식 반장(손현주 분)을 지극히 따랐던 동재는 영화에서 놓쳐서는 안 될 캐릭터다. 가정에선 따뜻한 아버지이자 남편, 동료들 사이에선 능력 있는 형사로 존경받던 최창식의 분투. 그리고 그를 복잡한 심경으로 바라보는 동재의 시선이 <악의 연대기>의 주요 감상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악의 연대기> 관객들이 두 번 보는 작품이길 원했다"
사회 초년생인 동재는 매사가 신선해 보인다. 그의 과거가 시나리오에 담기지 않았기에 박서준은 소극적 성격인 사람들의 습관을 공부했고, 자신의 과거 일부를 끌어오기도 했다.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막상 결과물을 보니 내 연기가 아쉽지만, 그 순간엔 최선을 다했다"고 운을 뗐다.
"일단 동재를 만났을 때 이해부터 해야 했어요.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도 연기를 해야 하니까요. 이 친구가 왜 지금의 성격과 태도를 갖게 됐는지를 생각했어요. 속을 알 수 없는 동재를 어느 정도까지 표현해야 하나 처음엔 복잡했는데 오히려 흐름에 맡겨 단순하게 접근하니까 풀릴 때가 있더라고요. 저도 우울하고 어두운 시기가 있었기에 그걸 확장시키려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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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하면서 우리나라의 복지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영화를 보면 아버지가 무고하게 잡혀가 고아가 된 아이를 국가 차원에서 제대로 보호를 못 했잖아요. 편부모 혹은 불우한 아이에 대한 복지가 잘 돼 있었다면 그렇게 복수심에 불타는 범인이 나오지 않았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어린아이에 대한 보호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격이 형성될 시기에 버림받았다는 생각이 들면 사회와 단절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악의 연대기>의 그 소년도 아마 살인자의 아들이라는 낙인이 찍혔을 거고 제대로 된 관계를 맺지 못해 뭔가 복수할 수밖에 없게 되지 않았을지. 눈치만 보며 살았을 거예요."
수줍은 소년이 배우로 거듭나기까지 "날 던졌다"
배우에게 연기는 크고 작은 숙제다. 앞서 박서준이 동재를 이해하기 위해 그의 과거를 그렸던 것처럼, 주어진 시나리오에서 어떻게든 인물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배우의 일이다. '숙명이라면, 이왕 받아들일 것이라면' 박서준처럼 생각해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그는 "누군가를 표현하는 것에 만족감을 느낀다"며 "100% 그 대상이 될 순 없겠지만 뭔가 맞아떨어지는 쾌감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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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대학교에 들어갔을 땐 목표를 잃은 느낌이었어요. 단지 대학교가 목표였구나 하는 생각에 방황도 잠깐 했습니다. 어떤 연줄이 있던 것도 아니었고, 집안 환경도 넉넉하지 않아 군대부터 다녀왔어요. 그럼에도 제가 배우가 되고 싶어 한다는 건 부정할 수 없었죠."
배우의 길을 확신하게 한 계기를 언급하며 박서준은 <악의 연대기> 또한 삶에서 분명한 전환점이 됐다고 말했다. 박서준은 "사회 문제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교도관으로 복무했던 경험을 전했다.
"우발적 살인자도 봤고, 현장 검증도 나가봤는데 정말 나쁜 범죄는 아이들을 건드리는 이들이었어요. 진짜 여러 범죄자를 봤지만 나름 이해는 해볼 수 있었거든요. 근데 아이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는 건 이해가 안 되더군요. 이 나라의 미래가 될 수도 있는 친구들인데 마음이 안 좋았어요. 무언가를 더 이룬 후에 그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우리가 세금을 낸 만큼 이런 약자에게 제대로 도움이 가는지도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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