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유준상 "한정호는 악의 축..속지 말아야"

입력 2015. 5. 24. 10:02 수정 2015. 5. 2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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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풍문으로 들었소'서 무소불위 최상류층 한정호 열연 "갑도, 을도 미화하지 않는 대본에 감탄..많이 배워"

SBS '풍문으로 들었소'서 무소불위 최상류층 한정호 열연

"갑도, 을도 미화하지 않는 대본에 감탄…많이 배워"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한마디로 한정호는 악의 축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사람들이 주변에 있어도 모르고 넘어가거나 알아도 어느 순간부터는 그들이 무슨 짓을 하든 남의 일처럼 받아들입니다. '풍문으로 들었소'는 우리에게 '그렇게 나 몰라라 하면 안된다'고 계속해서 말해줍니다."

종영을 4회 앞둔 SBS TV 월화극 '풍문으로 들었소'의 유준상(46)을 최근 전화로 만났다.

못할 게 아무것도 없고, 점잖은 체하면서 온갖 편법과 부정을 저지르는 대한민국 최상류층 한정호. 유준상은 그런 한정호를 연기하며 '과장된 캐릭터 플레이'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절제미를 추구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우스꽝스럽기 이를 데 없고, 부드러운 것 같지만 속에 차가운 피가 흐른다. 고매한 인격인 양하지만 아무런 죄의식 없이 부정을 저지르고, 입으로는 차별 없는 사회를 추구하지만 사실은 인간관계를 철저하게 계급화시킨다.

드라마적으로도 그렇고, 연기적으로도 한정호와 같은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나는 건 축복이다. 유준상도 "너무너무 신난다"고 했다.

갑과 을을 동시에 풍자하며 코믹한 외피 속 매회 진한 여운을 주는 '풍문으로 들었소'는 이제 한정호의 최후가 어떠할 것인가에 총구가 조준돼 있다.

유준상은 "기존 드라마의 패턴으로 막을 내리지는 않겠지만, 무너지기 시작한 한정호의 세상이 지금보다 더 쓸쓸한 모습으로 끝을 맞을 것 같긴 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유준상과의 일문일답.

-- 특별한 여정이었다. 종영을 앞두고 현재 분위기가 어떤가.

▲ 대본이 좀 늦게 나오는 상황이지만 좋은 대본을 짜내기 위해 정성주 작가님이 고민을 많이 한다는 게 느껴진다. 끝까지 시청자가 행간을 읽어주면 좋을 것 같다. 지금껏 보아온 드라마와는 다르게 진행돼왔듯 마지막까지 그러할 것이다. 기다린 만큼 좋은 대본이 나와서 아무도 불평을 하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갈수록 다들 더 최선을 다하자는 분위기다.

-- 한정호라는 인물을 연기한 소감이 어떤가.

▲ "여러분, 이런 사람 있습니다. 많습니다. 그걸 아셔야 합니다"라고 외치는 드라마였다. 그래서 이 드라마를 선택했다. 그다음부터는 시청자의 몫이다. 내가 더는 말씀드릴 수는 없다. 이 드라마가 좋은 것은 그런 것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한정호는 하나의 인물이지만, 한 나라나 제국이 될 수도 있다. 웬만하면 붕괴하지 않을 것 같은 권력도, 재벌도 2세, 3세를 거치면서 서서히 균열이 생기는 것을 우리가 보아왔듯, 한정호도 절대로 안 무너질 것 같았지만 주변에서 심복들이 하나 둘 떠나게 됐다. 지난 19일 방송에서 한 회 동안 3명이 그를 떠났는데 연기하면서도 힘들더라.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한정호는 그대로 남아있겠지만 주변에는 아무도 안 남을 것 같다.

한마디로 한정호는 악의 축이다. 그런데 겉으로는 그렇게 안 보인다. 굉장히 신사적이고 멀쩡하게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사람이 뒤에서 벌이는 일로 인해 사람들이 겪게 되는 피해가 너무 크다. 우리 드라마는 그러한 피해에 대해 확 벌려서 다루지는 않지만 계속해서 얘기했다. 대본을 보다 보면 '이런 뉘앙스까지 드라마에서 다룰 수 있나?' 싶은 지점이 많았다.

-- 주인공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코믹함으로 포장을 해서인지 시청자가 한정호를 그리 적대시하지 않는다. 반대로 철저한 '을'인 서봄 가족의 모습이 보기 싫다는 반응도 많다.

▲ 작가님이 그렇게 대본을 썼다는 것이 대단한 것이다. 우리 드라마에서는 어떤 인물도 미화하지 않는다. 오로지 한 사람, 아기인 진영이만 빼고는 어떤 인물도 100% 좋게 그려지지 않았다.

초반에 한정호의 코믹함을 강조한 것도, 겉으로는 그렇게 보이지 않지만,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존재나 권력을 비유한 게 아닐까 싶다. 내가 한정호에 캐스팅된 것도 전형적인 악한의 얼굴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긴 사람이 사실은 뒤에서 엄청난 짓을 하니 그것에 속지 마시라고 경고한 것이다.

한정호는 뭘 잘못한 줄 모른다. 끝까지 모를 것이다. 부끄러운 줄 모른다. 공교롭게도 이 드라마를 하는 동안 비리를 저지른 정치인들이 줄줄이 뉴스에 나오더라. 그런데 누구도 잘못했다고 사과하지 않더라. 세상에는 한정호 같은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드라마 속 을의 모습에 불편했다면 그것은 우리 드라마가 보편적인 인간의 심리를 파헤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부끄러움을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고 누구도 거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럼에도 하루하루 살아간다. 거기서 조금 나은 사람은 부끄러움을 알고 반성을 할 것이다.

-- 배우 유준상이 지금껏 연기한 인물 중 최고 부자 역할이다.

▲ 나는 물론이고, '요런' 사이즈의 부자를 연기해본 사람이 없을 것 같다.(웃음) 도대체 얼마를 가졌는지 안 나오지 않나? 그냥 어마어마한 수준인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엄청난 부도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다. 한정호가 대저택의 복도를 걸어가는 뒷모습이 얼마나 쓸쓸한지 모른다. 그가 살고 있는 집과 삶의 무게가 너무 무겁다. 그런 부가 있으면 뭐하나. 주변에 사람은 다 떠나고 가족도 흩어지고. '정말 부질없구나'라는 큰 교훈을 준 드라마다. 나라고 왜 욕심이 없었겠는가. 하지만, 이번 드라마를 통해 아이들과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사는 것이 몇백 억을 가진 것보다 행복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 정면으로 사회 비리를 고발한 드라마는 아니지만 상당히 많은 풍자를 했다.

▲ 어떤 책보다 많은 것을 얘기해주는 드라마였고, 앞으로 이런 드라마가 다시 나오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코미디를 하는 척하면서 사실은 우리 사회 조직적 비리, 구조적 부정부패를 파헤쳤다.

내가 평소 정치, 시사에 관심이 많은데, 이번 드라마 대본을 보면서 관련 자료를 계속해서 찾아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부를 많이 했다. 또 안판석 PD님이 그런 쪽에 엄청난 정보를 가지고 있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드라마 속에서 건드리고 풍자하는 부분들이 가슴에 팍팍 와서 꽂힌다. 연기하면서도 짜릿짜릿하다. 다만, 경쾌했던 초중반과 달리 후반에 어두운 이야기가 강조되면서 시청자가 불편함을 느끼는 것 같아 좀 아쉽다.

-- 이 드라마를 하면서 뮤지컬 '로빈훗'과 '그날들'의 공연을 병행했다. 대단한 에너지다.

▲ 엊그제도 하루에 공연을 두 번 했다.(웃음) 공연을 20년 넘게 해왔으니 그 힘으로 지금도 하는 것 같다. 몸에 배어 있으니 하는 것이다. 드라마 촬영하면서 지방 공연도 한다.(웃음) 평상시 계속 연습하고 단련하니까 거기서 에너지가 나오는 것 같다. 또 무엇보다 내가 좋아서, 재미있으니까 하는 거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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