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포커스] 삼풍사고 20주기와 장동민의 손편지

이우인 2015. 4. 28.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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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이우인 기자] 1995년 1000명이 넘는 사상자를 내며 대한민국 역사에 오점으로 남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가 올해로 20주기를 맞았다. 많은 사람에게 잊혔지만, 당사자, 그들의 가족과 친구들에겐 아직도 뼈아픈 고통으로 남아있는 사고임엔 분명하다. 그런데 이들의 슬픔을 분노로 바꾼 불미스런 논란이 발생했다. 개그맨 장동민이 소속된 옹달샘이 쏟아낸 설화에서 시작됐다.

KBS 개그맨 19기 공채로 연예계에 데뷔한 장동민은 뼛속부터 개그감으로 꽉 찬 '뼈그맨'이란 수식어를 얻으며 긴 무명생활 없이 연예계에서 초반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KBS2 '개그콘서트'의 '봉숭아학당'에서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를 쓰는 이장님의 모자와 점퍼를 입은 장동민의 모습은 많은 이의 뇌리에 박혀 있을 정도로, 장동민은 스타 개그맨으로서 입지를 다져놨다.

그렇다고 꾸준한 승승가도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절친한 친구인 유세윤이 MBC '라디오스타'를 비롯해 예능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동안, 유세윤의 인기에 편승해야 하던 굴욕의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KBS2 '나를 돌아봐'에서 "방송을 제일 오래 쉬어본 게 5일밖에 안 된다"고 할 만큼, 장동민은 대중이 알게 모르게 연예인으로서 꾸준히 활동해왔다. 오랜 활동의 결과로 뒤늦게 빛을 보게 됐다.

최근 MBC '무한도전'의 '식스맨'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며 한순간에 '대세' 연예인으로 떠오른 것. 그러나 갑작스럽게 찾아온 유명세는 장동민에게 독이 되고 말았다. 그에 대한 관심은 과거 유세윤, 유상무와 함께 활동한 인터넷 팟캐스트에서 무심코 한 발언 들춰내기로 이어졌다.

그런데 장동민의 과거 발언은 방송에서 하는 막말의 범위를 넘어섰다. 상대를 막론하고 자극적인 발언을 쏟아내며 시청자로 하여금 대리만족을 시키는 게 장동민의 매력이었지만, 여성 비하 발언이나 삼풍백화점 생존자에 쏟아낸 막말은 일반적인 상식을 뛰어넘었다.

과거 발언이 알려지며 논란이 되자 장동민은 되기만 하면 성공 100%를 보장하는 '식스맨'에서 스스로 물러났으며, 소속사를 통해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를 통해 진심을 담아 사과했고, 반성하는 자세를 취했다.

최근 출연 중인 '나를 돌아봐'에선 '욕쟁이 대모' 김수미에게 깨지고 얻어터지는 모습으로 동정심을 유발하기도 했다. 라디오에서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셀프 디스'하며 위기를 점차 기회로 바꿔나갔다. 일각에선 장동민에 대해 "과거 발언이고 이미 사과했는데 뭐 어때"라는 식으로 동정 여론도 생겼다.

그러나 이는 오래가지 않았다. 삼풍백화점 최후의 생존자를 조롱거리로 만든 발언 때문에 고소를 당한 사실이 KBS 뉴스 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 이후 장동민은 즉각 라디오에서 하차했다. 그러나 장동민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라디오 외에도 5개. 하차 여론이 들끓고 있는 상황에서 장동민은 고소인인 A씨에게 손편지를 쓰고, 직접 사과에 나서는 것으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듯 보였다.

물론 고소건과 상관없이 자신의 진심을 전하고 싶었다는 배경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장동민의 이같은 행동이 진정성있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고소건에 대한 조사와 신변 정리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동정심을 유발하는 행동이 자칫 쇼맨십으로도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왜 이제 와서 사과하느냐"라는 비난 여론도 나오고 있다.

방송인 김구라는 장동민과 같이 대중적인 유명세를 타기 전의 언행으로 뭇매를 맞은 대표적인 연예인이다. 그러나 그가 논란 이후 더 활발한 활동을 펼칠 수 있었던 건 자신이 쌓은 모든 것을 스스로 내려놓은 뒤 사과라는 방식을 취했고, 피해를 입은 당사자나 상황을 지켜본 대중이 자신을 받아들일 시간을 충분히 줬기 때문이다.

장동민은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없는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연예인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와중에도 그의 재능을 아까워하는 사람이 많다는 게 그 방증이다. 그러나 과거 장동민이 무심코 내뱉은 처참한 발언들은 아무리 그라고 해도 대다수가 받아들일 수 없는 수위임에 틀림이 없다.

장동민에게 지금의 상황은 분명 위기다. 그러나 위기가 닥쳤을 때 취하는 행동에서 대중은 연예인의 진정성을 크게 느낀다. 장동민이 부디 롱런할 기회를 스스로 놓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이우인 기자 jarrje@tvreport.co.kr / 사진=TV리포트 DB(장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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