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을 바라보는 두 거장의 눈, '화장' vs '장수상회'

스포츠한국미디어 이정현기자 2015. 3. 28.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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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권택 VS 강제규노중년 사랑 담아 9일 격돌

[스포츠한국미디어 이정현기자] 극장가에 분 '실버 바람'이 절정을 맞았다. 노중년에게 다가온 사랑을 담은 영화 '화장'(제작 명필름)과 '장수상회'(제작 빅픽처)가 9일 함께 개봉한다. 한국영화의 역사인 임권택 감독과 1,000만 영화 시대를 열었던 강제규 감독 등 두 거장의 대결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 거장들의 만남 '화장', 무거워 보이는 게 흠

'화장'은 죽어가는 아내와 젊은 여자, 그 사이에 놓인 한 중년 남성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쇠약해진 중년의 현재를 통해 소멸하는 신체와 소생하는 젊음의 간극이 카메라에 녹았다. 2004년 28회 이상문학상 대상에 빛나는 김훈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배우 안성기와 김규리, 김호정이 주연을 맡았다.

사실 이들을 이렇게 한자리에 모으기도 힘들다. 102번째 메가폰을 잡은 임권택 감독이야 매번 역사를 쓰고 있고 안성기는 '국민 배우'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동명 원작을 쓴 김훈 작가 역시 자타공인 국내 최고 위치에 있다. 여기에 제작을 맡은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는 '공동경비구역JSA'부터 시작해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시라노: 연애조작단' '건축학개론' 등 히트 영화들과 '그때 그 사람들' '카트' '마당을 나온 암탉' 등 의미있는 작품들을 제작해온 충무로 파워맨이다. 적어도 제작진의 연륜에 있어서 '화장'을 능가하는 작품은 앞으로 만나기 힘들 듯하다.

베니스, 토론토, 밴쿠버, 부산, 하와이, 스톡홀름, 싱가포르, 브리즈번 아시아 태평양, 뉴라틴아메리카, 인도 케랄라, 베를린 비평가주간, 홍콩 등 전세계 16개 국제영화제에 초청되는 등 해외에서 작품성을 먼저 인정받았다.

단점이 있다면 상업영화로서는 다소 무거워 보이는 중량감이다. 출연진 및 제작진의 이름이 크지만 젊은 관객들에게는 다소 거리감이 있다. 완성도와는 별개로 상업적인 측면에서 눈길을 끌 만한 요소가 적어 보인다. 개봉 초 분위기를 이끌어 줄 청년 관객의 관심을 살 마케팅 묘수가 필요하다. 뜻밖에 젊은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던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처럼 입소문만 돈다면 장기 흥행도 가능하다.

제작사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는 스포츠한국에 "'화장'은 젊은 감독보다는 임권택 감독처럼 인생에 대한 통찰력과 관록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내용은 무거울 수 있으나 연출은 세련됨을 유지했고 안성기 등 주연배우도 호연했다"며 "젊은 관객의 이목을 사로잡기에 '화장'이 다소 부족해 보일지 모르나 삶의 단면을 진정성 있게 담아낸 작품이기에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동안 중년 남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던 한국영화가 없었던 만큼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다.

▲ 고집 꺾은 강제규 감독, 약이냐 독이냐

'장수상회'는 노년의 사랑을 담은 작품이긴 하나 톤 앤 매너에 있어 '화장'의 반대편에 있다. 후자가 무게중심을 아래쪽에 뒀다면 '장수상회'는 다소 가벼운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강제규 감독 신작인 '장수상회'는 까칠한 70세 연애초보가 그의 앞집에 이사 온 꽃집 여인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벌이는 애정공세를 담았다.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시리즈로 인기를 끈 박근형, 윤여정이 중심을 잡았으며 조진웅, 한지민, 황우슬혜, 엑소 찬열 등이 출연한다. 방은진 감독이 연출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강제규 감독이 대신 감독자리에 앉았다. 제목도 '사랑의 인사'에서 현 제목으로 바꿨다.

눈에 띄는 것은 강제규 감독의 변신이다. 강제규 감독은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진화를 이끌어온 인물이라 해도 무방한 연출자다. 스타 감독으로 등극하는 계기가 된 영화 '은행나무 침대'부터 시작해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마이웨이'까지 연출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고집을 꺾고 '장수상회' 메가폰을 잡아 연출적 변신을 시도했다. 그간 자신의 작품은 직접 각본을 담당해 왔으나 이번에는 다른 사람의 시나리오라는 것도 차이점이다.

내달 9일 영화가 개봉하는 가운데 강제규 감독의 변신이 얼마나 통할 것이냐가 핵심이다. 충무로의 흥행마술사라 불렸던 그가 바라본 노년의 사랑을 일반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관심이 몰린다. 전작 '마이웨이'가 쓴잔을 들이켠 것에 대한 여파가 있겠으나 제작 규모, 장르, 연출방식도 바꿔가며 메가폰을 잡은 이유가 있다.

강제규 감독은 '장수상회'를 연출한 것에 대해 "나의 아버지 세대와 우리 가족들 모두가 함께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영화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 관객들이 손을 꼭 잡고 나올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며 연출의도를 밝혔다.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젊은 관객도 즐길 만하다며 흥행을 다짐했다.

스포츠한국미디어 이정현기자 seiji@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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