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15세 소녀가 터트린 70년 위안부 설움

입력 2015. 3. 2. 08:16 수정 2015. 3. 2.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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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새론·김향기, 위안소 끌려간 소녀 자연스럽게 연기
위안부 문제와 현실 속 성매매 연결 '끝나지 않은 고통'
1일과 2일 방송된 KBS1 ‘눈길’.

[이데일리 스타in 양승준 기자] 김새론·김향기(15)가 3·1절에 시청자를 울렸다. 두 어린 배우가 역사 속 70년 넘게 묵혀 있던 일제강점기 시절 위안부의 설움을 어루만져서다.

두 배우는 2월28일과 3월1일 방송된 KBS1 ‘눈길’에서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소녀 역을 자연스럽게 연기했다. ‘눈길’은 올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제작된 특집급. 두 배우는 실제 위안부 할머니들이 겪었던 가슴 아픈 일들을 과장되지 않게 표현했다. 김새론은 강요된 폭력이 내재화된 위안부들의 설움을 잘 끌어올렸다. 김새론이 드라마에서 맡은 역은 부유한 집에서 당차고 똑똑한 소녀로 자란 강영애. 김새론은 일본군 막사로 내팽겨져 충격적인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면서도 이내 일본군의 성폭력에 길들어져 무감각해져 가는 모습을 흔들림 없이 연기했다. 극 중 일본군에 맞으면서도 “왜가 어디 있어. 그냥 맞는 거야”라며 “이제 맞는 게 이력이 나서”라며 무덤덤하게 던진 말은 시청자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김향기는 영문도 모른 채 일본군 막사로 끌려간 철부지 소녀의 순수함과 공포를 무리 없이 보여줬다. 흰 쌀밥을 먹게 해주고 일본에서 공부시켜준다는 거짓말에 현혹된 뒤 밤에 괴한의 사내에 끌려가 위안부로 처절하게 순수함이 짓밟힌 최종본. 김향기는 시골소녀의 풋풋함과 위안부로 끌려간 뒤의 절망을 앳된 얼굴에 담아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김새론이 일본군 총에 맞아 눈 밭에 피를 흘리며 김향기에 내뱉은 “넌 꼭 기억해야 해”란 말은 절절했다. 김향기가 “부끄러워서 고향을 떠나 그 길로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는 말은 위안부 여성들의 슬픔을 고스란히 전했다.

1일과 2일 방송된 KBS1 ‘눈길’.

‘눈길’은 과거형 드라마가 아니었다. 제작진은 역사 속 위안부와 현재의 청소년 성매매에 다리를 놔 이 고통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눈길’은 위안부 할머니들이 겪었던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옛 모습들과 부모 없이 살며 먹고 살기 위해 성인 남성들을 접대하며 몸부림치는 현실 속 소녀의 상처를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보여줘 울림을 더했다. ‘눈길’은 KBS 드라마 스페셜 ‘연우의 여름’을 함께 만든 이나정 PD와 유보라 작가가 의기투합해 만든 작품이다. 위안부의 끔찍한 상처를 1944년 일제강점기 말 피어난 두 소녀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우정으로 녹여 비극적이면서도 아련한 서정미를 살렸다는 평이다.

시청자도 “꼭 잊지 말아야 할 드라마”라며 공감했다.

프로그램 시청자 게시판과 트위터 등 SNS에는 ‘보는 내내 같이 울었고 너무 가슴이 미어져 왔다’(백운*), ‘눈물 흘리며 봤다. 먼 이야기 같았는데 배우들의 실감나는 감정연기에 가슴이 찢어졌다’(김윤*), ‘잊어서는 안 될 것들이 분명히 있다. ’눈길‘ 보고 있는데 할머니들의 눈빛이 떠오른다’(soy_al***)등의 글을 남겨 배우들의 연기와 작품에 의미를 뒀다. ‘눈길’의 2월28일 시청률은 5.4%(닐슨코리아)를, 3월1일 시청률은 5.0%를 각각 기록했다.

1일과 2일 방송된 KBS1 ‘눈길’

양승준 (krank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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