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지 않은 여자들을 풍문으로 들었소~"

2015. 3. 1.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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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착하지 않은..'·SBS '풍문으로..', 나란히 기대 한몸에 흥미로운 스토리·명품 연기로 시선 제압

KBS '착하지 않은…'·SBS '풍문으로…', 나란히 기대 한몸에

흥미로운 스토리·명품 연기로 시선 제압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흥미로운 스토리, 명품 연기로 속을 꽉 채운 두 편의 드라마가 나란히 시작했다.

이제 겨우 1~2회만 방송됐을 뿐인데 드라마팬들 사이에서는 이미 화제가 되고 있다. 완성도에 대한 기대가 높다.

지난달 말 시작한 KBS 2TV 수목극 '착하지 않은 여자들'과 SBS TV 월화극 '풍문으로 들었소'가 그 주인공.

일단 악녀나 복수로 점철된 닳아빠진 막장극이 아니다. 출생의 비밀이나 말로 다 못할 사연을 안고 가는 신파도 아니다.

경쾌하고 스피디하다는 공통점을 가진 두 드라마는 각기 코미디와 풍자로 우리네 사는 모습을 입안 가득 군침이 돌게 그리고 있다.

특히 풍성한 이야기와 캐릭터 플레이가 어우러진 식감은 아삭하고 바삭하며 쫄깃해서 씹는 맛이 일품이다.

이는 지난달 17일 환호 속에 막을 내린 SBS '펀치'와는 또다르다. '펀치'는 열광적인 반응을 끌어낸 수작이었지만 그 통렬한 스토리가 안겨주는 뒷맛은 무겁고 공포스러웠다면, 이들 두 작품의 뒷맛은 개운하고 시원하다. 보는 내내 '낄낄' 웃게 된다.

이제 겨우 첫삽을 뜬 두 작품이 유종의 미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24부작, '풍문으로 들었소'는 30부작이다. 갈 길이 멀고도 멀다. 하지만 출발은 좋다.

◇ 착하지 않은 여자들 - 버선발로 날리는 하이킥

뜨거운 피가 흐르는 여자 3대의 이야기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야기가 '후끈'하다.

'안국동 강선생'이라 불리는 요리선생 강순옥(김혜자 분)은 남편의 애인 장모란(장미희)과 수십년 만에 얼굴을 맞대자 갑자기 버선발로 장모란의 가슴팍에 하이킥을 날린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감정을 차분하게 추스른 할머니가 난데없이 발차기 기습을 가하자 우아한 장모란은 곧바로 나가떨어져 기절한다.

그의 둘째 딸 현숙(채시라)은 고등학교도 못나오더니 40대의 엄마가 돼서도 여전히 변변치 않다. 자신의 엄마 강순옥이 평생 모은 돈을 '투자해서 불리겠다'며 설치다가 그만 홀라당 날려버리고 말았다. 그것을 만회하겠다고 친구 돈 100만 원을 들고 불법도박장을 찾았다가 들이닥친 경찰에 쫓기자 아버지 무덤 앞에서 자살기도를 하지만 그순간 반드시 갚아야할 '원수'가 생각이 나서 다시 살아야겠다고 발버둥친다.

현숙의 딸 마리(이하나)는 최연소 명문대 교수가 되는 줄 알았지만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려 학원 강사 자리조차 구하지 못하는 신세로 전락한다.

초반 1~2회에 이 모든 이야기를 번개처럼 풀어놓은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체면이고 품위고 없다. 바닥을 드러낸, 바닥과 마주하게 된 여자들의 발악과 민낯을 코믹하고도 시원하게 보여주며 막힌 속을 뻥 뚫어준다.

뽀글뽀글 파마머리를 한 채 눈에 불을 켜고 고스톱을 치고, 눈물, 콧물 쏟아내며 슬리퍼 바람으로 필사의 줄행랑을 치는 채시라의 열연은 이 드라마의 성격을 대변한다. 신세 한탄을 하다 지쳐 두 눈의 마스카라가 다 번지고 이판사판 사리분별없이 구는 현숙은 아슬아슬 시한폭탄이지만 솔직해서 미워할 수 없다.

"나도 한번 폼나게 잘해보고 싶었지만" 하는 일마다 꼬여버린 현숙의 이야기는 사실은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 사연이지만, 김인영 작가는 그가 벌이는 소동의 밑단을 코믹하게 마감하며 드라마적 재미를 이어간다.

아버지 무덤 앞에서 "잘나지 못한 게 비난받을 일인가요. 나도 잘해보고 싶었는데 안됐어요. 나같은 사람은 세상을 어찌 살아야하나요"라며 울부짖었지만 현숙은 돌아서면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잡초처럼 씩씩하고 생명력이 강하다.

그런 채시라를 중심으로 김혜자의 뒤통수 치는 연기, 도지원의 도도한 연기, 이하나의 허당 연기, 장미희의 우아한 연기가 잘 어우러지면서 드라마는 이들의 가지가지 사연이 향후 어떤 화학작용을 낼지 기대하게 만든다.

앞서 김혜자는 "모든 사람이 상처와 사연이 있는데 이를 어떤 각도로 바라보고 대처하는지가 중요하다"면서 "우리 드라마는 (상처와 사연을 가진) 보통 여자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 풍문으로 들었소 - '갑질'도 '을질'도 모두 모두 풍자

코미디는 코미디인데 블랙코미디다. 점잔 빼고, 시치미 떼고 풍자를 해대는데 등장인물들처럼 웃지 않으려고 애쓰려면 허벅지를 꼬집어야한다.

1~2회에서는 대한민국 초일류 상류층의 속물 의식을 속 시원하게 까발리며 빠져드는 재미를 안겨준 드라마는 그런 가진 자들의 갑질과 함께 없는 자들의 '진상' 을질도 꼬집을 계획이다.

앞서 연출을 맡은 안판석 PD는 "우리 드라마는 '갑질'과 '을질'을 함께 풍자하는 코미디"라며 "우리나라가 갈수록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경제·사회학적 계급이 굳어지는 상황인 만큼 계급, 갑과 을의 문제를 드라마로 다뤄볼 만한 가치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을들도 '을질'을 하기에 그런 '을질'도 풍자할 예정이다. 아주 재미있는 코미디가 될 것으로 자신한다"고 밝혔다.

이 드라마가 전해준 초반 웃음의 중심에는 대한민국 상위 1%에 속하는 한정호를 연기하는 유준상이 놓여있다. 안경을 낀 채 로봇처럼 가식적인 미소와 절도있는 움직임으로 무장한 유준상의 진지한 코믹연기는 배꼽을 잡게 한다.

대대손손 은숟가락을 입에 물고 태어나, 실패라고는 모르고 살아왔고 정관계 인사들의 머리 위에서 노는 로펌 대표 한정호는 체면과 품위, 매너를 생명으로 아는 엘리트 젠틀맨이다. 한마디로 한국사회의 귀족층.

하지만 한 꺼풀만 벗겨보면 전혀 다른 얼굴이 드러난다. 자기 가문이 견고하게 쌓아온 기득권과 부를 지키고 고스란히 세습하는 것만이 인생의 목표인 한정호는 자신의 앞길을 방해하는 그 어떤 것도 용서할 수 없다.

"오직 일류대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면 그 사회는 병든 사회다. 스펙보다 중요한 건 내용을 채우는 일이다"고 겉으로는 입에 발린 소리를 하지만, 사실은 그 바로 직전 서울대 법대에 합격한 아들 인상(이준)에게 "합격은 당연한 거고 이제 고시를 준비하라"고 했던 그다.

그런 그의 옆에는 역시 만만치 않게 가식과 함께 우아한 체하는 부인 최연희(유호정)가 있다. "법리를 다루는 집안에 어떻게 무속인을 들이냐"고 손사래를 치지만, 사실은 아들의 사시합격을 기원하며 무속인을 불러 집안 곳곳에 부적을 붙인 그녀다.

아들이 이제 자신들의 뒤를 이어 가문의 명예를 지킬 것이라 철석같이 믿으며 한껏 흡족해했던 한정호와 최연희는 그러나 아들이 고등학교를 중퇴한 만삭의 여자친구 서봄(고아성)을 집에 데려오고 아예 출산까지 해버리자 뒷목을 잡게 된다. 애써 겉으로는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하지만, 한밤중에 골프채로 집안 물건을 깨부수며 화를 분출하는 한정호와 화를 참다 참다 실패하고 서봄에게 "넌 수치심도 없느냐. 이런 뻔뻔하고 천박한 계집애"라고 쏘아붙이는 최연희의 앙상블은 혼자 보기 아깝다.

'아내의 자격'과 '밀회'에서 한국사회를 장악한 온갖 욕망과 허영을 시원하고도 치밀하게 까발린 정성주 작가와 안판석 PD가 또다시 손을 잡았다는 점, 출연진 누구 하나 빠지지 않는 연기력을 보여준다는 점은 이 드라마를 계속 기대하게 만든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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