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터뷰] 문채원, "끼부리는 '썸녀' 연기 통해 대리만족 느꼈다"

스포츠한국미디어 최재욱 기자 한국아이닷컴 이혜영기자 입력 2015. 1. 31. 12:25 수정 2015. 1. 31.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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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연애'서 썸 타는 밀당의 고수 열연 100만 돌파에도 평정심 "아직 배고파" 결혼은 아직 먼일. 인연을 기다리고 있어

[스포츠한국미디어 최재욱기자] 활짝 웃고 있을 줄 알았는데 "아직 안심할 수 없다'며 조심스러워했다. 영화 '오늘의 연애'(감독 박진표, 제작 팝콘필름)의 전국 100만 관객 돌파 소식이 전해졌을 때쯤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문채원은 평정심을 잃지 않고 있었다.

영화 속에서 연기했던 훨훨 불타오르는 불의 기운을 느낄 순 없었다. 여전히 특유의 잔잔한 물의 이미지만 감지됐다. 이제 서른의 나이에 맞게 예전보다 더 활발해지고 여성스러워진 면은 눈에 띄었다. 그러나 문채원은 여전히 눈에 보여지는 것보다 심저에 묻어둔 게 더 많을 거만 같은 '천생 여배우'였다. 맑은 호수 같은 눈빛 속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끊임없이 불러일으키는 '호기심 유발자'였다. 문채원을 향한 추측들의 진위여부를 확인해보았다. #문채원이 끼를 부릴 줄 알게 됐다?= X. 사실무근. 이제까지 문채원은 단아함의 아이콘이었다. 자신의 여성적인 아름다움을 적절히 이용하기보다 무심한 듯 시크하면서 도도한 매력을 어필해왔다. 그러나 '오늘의 연애'를 보면 문채원의 변화를 감지하게 된다. 남자들을 무장해제시키는 방법을 확실히 알게 된 것. 영화와 최근 홍보를 위해 출연한 예능 '런닝맨'을 보면 시쳇말로 '끼 좀 제대로 부릴 줄' 안다. '런닝맨'에서 이승기에게 무심한 듯하면서도 애교 넘치게 한 말 "야 줘 봐"는 많은 화제를 모았다.

문채원은 '오늘의 연애'에서 18년째 자기만 쳐다본 준수(이승기)에게 항상 여지만 주면서 유부남 동진(이서진) 연하남 효봉(정준영)과 '썸'을 타는 '밀당의 고수'인 기상 캐스터 현우 역을 맡았다. 사람들 앞에서는 애교가 넘치고 싹싹하지만 준수 앞에서는 잦은 폭력과 폭언, 술주정도 서슴지 않는 매우 복합적인 캐릭터다.

문채원은 탄탄한 연기력과 선천적인 매력으로 입체적인 캐릭터를 사랑스럽게 소화해내 찬사를 받고 있다. 아무리 연기지만 실제 모습이 아닐까 의심이 갈 정도로 리얼하다. 기자와 만나지 못한 4년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지기까지 했다. "그동안 연애를 많이 한 거 아니냐"는 장난스러운 농담을 던지자 문채원은 황당한지 "도대체 뭔 소리냐"며 펄쩍 뛰었다. 그러다 "연기를 잘했다는 칭찬으로 받아들이겠다"고 웃어넘겼다. 진지하기만 했던 과거와 달리 농담도 거침없이 받아넘길 줄 아는 프로가 돼 있었다.

"'런닝맨'에서의 모습이 어떻게 애교인지 전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어리둥절했어요. 예전과 현재의 나와 달라진 점은 전 전혀 모르겠어요. 분명 그동안 연애를 했던 감정도 투영됐겠죠. 그러나 본바탕은 똑같아요. 털털하고 솔직한 '다큐형 인간'인 것은 변하지 않았어요. 이제 타협을 할 줄 알게 된 게 좀 다르다고 할까요."

끼를 부릴 줄 알게 된 것보다 성격이 밝아지고 여유가 생겼으며 인간적으로 성장한 것이다. 예전에는 예능이 어렵기만 했지만 이젠 즐기려 노력 중이다. 또한 연기를 통해 자신의 내면에 꿈틀거리는 욕망들을 대리만족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

"과거에는 예능 같은 곳에 나갔을 때 전혀 꾸밀 줄 모르고 내 자신을 그대로 드러냈었어요. 그러나 이젠 자리와 상황에 맞게 행동할 줄 알게 된 거 같아요. 로맨틱코미디 영화 홍보차 출연하는 프로그램이니까 영화 속 캐릭터에 맞게 여성미를 좀더 드러내는 모습을 보여주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촬영에 임했던 게 아닌가 해요. 영화 속 현우의 모습은 저와 정말 달라요. 다르기 때문에 더 연기하는 재미가 있었어요. 제 가슴 속 숨어있는 욕구들을 대리만족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성격상 도무지 할 수 없는 부분들을 표현해내니 나름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더라고요."

#문채원은 영화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 문채원은 '오늘의 연애'의 촬영을 끝낸 후 곧장 멜로 영화 '그날의 분위기'(감독 조규장, 제작 영화사 아침) 촬영에 들어갔다. '오늘의 연애' 전 출연한 강제규 감독의 중편영화 '민우씨 오는날' 이후 세 편 연속 촬영하는 강행군이다.

'드라마 불패 신화의 여신'으로 불리는 문채원이기에 지난해 영화에만 올인하는 행보는 남다르게 받아들여진다. 또한 1년에 한 작품 정도만 출연해왔기에 세 작품을 연달아 출연하는 모습은 영화배우로서 승부를 걸고 싶다는 각오로 읽혀진다. 문채원은 '오늘의 연애'의 흥행으로 여배우가 부족한 충무로에서 단비 같은 존재로 부상하고 있다.

아직 '그날의 분위기'의 촬영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개봉 후에도 '오늘의 연애' 홍보 인터뷰 릴레이와 무대인사를 꾸준히 진행 중인 문채원은 많이 지쳐 있었다. 휴식이 필요해보였다. 따뜻한 바람이 부는 봄이면 멀리 해외에서 산책 중인 문채원을 발견할 수 있을 전망이다.

"요즘 여배우가 할 만한 역할이 많지 않다고들 하는데 이렇게 좋은 작품들이 이어지는 건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장르를 구별하는 건 아니에요. 제가 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중요한 거죠. 그동안 영화를 피했던 건 아니에요. '최종병기활' 이후 제가 할 만한 역할들이 영화보다 드라마에 많았던 거죠. 제가 사실 작품을 하나 끝내면 어디 멀리 오랫동안 여행을 다녀오는데 '굿닥터'의 촬영이 거의 생방송으로 진행되다보니 영화가 그리워지더라고요. 그래서 여행을 포기하고 소속사에 시나리오를 달라 했어요.. 다행히 좋은 작품들과 연이 닿아 쉬지 않고 일하게 됐어요."

요즘 충무로에서 20대 여배우가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나는 건 하늘에서 별을 따는 것만큼 어려운 일. '오늘의 연애'와 '그날의 분위기'는 요즘 한국영화로서는 드물게 여배우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작품이다. 문채원은 기존의 단아한 이미지와 상반되지만 도전의식을 꿈틀거리게 하는 캐릭터들에 반해 출연을 결심했다.

"'오늘의 연애'나 '그날의 분위기'나 이제까지 제가 했던 것과 다른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오늘의 연애'는 여배우로서 꼭 한번 도전해보고 싶은 로맨틱코미디였고 저와 아주 다른 캐릭터가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켰어요. '그날의 분위기'는 하루 동안 일을 그리는데 섬세한 감정의 변화를 배울 수 있는 기회여서 출연하게 됐죠. 지난해부터 쉬지 않고 달려왔기에 '그날의 분위기'의 촬영이 끝나면 좀 쉬고 싶어요. 개봉이 되는 가을까지는 재충전을 좀 해야 할 거 같아요. 그러나 좋은 작품이 또 나오면 어떻게 될지 저도 모르겠어요.(웃음)"

문채원은 올해 한국 나이로 서른살이 됐다. 이제 슬슬 결혼도 생각해봐야 할 나이. 그러나 특유의 느긋한 성격답게 결혼에 대해선 아직 아무런 생각이 없는 상황이다. 그보다 좋은 배우, 착한 딸, 현명한 누나, 믿음직스러운 친구가 되는 게 현재의 목표다.

"결혼요? 언젠가는 꼭 해야죠. 인생에 있어서 가족을 갖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는 거 같아요. 그러나 사람을 만난다는 게 나이가 들수록 쉽지 않으니까 고민이에요. 전 뭐든지 초조해하지 않는 편이에요. 작품도 사랑도 순리를 따르려고 해요. 기다리면 언젠가는 내게 결국은 올 거라는 마음으로 살아요.(웃음)"

스포츠한국미디어 최재욱 기자 jwch6@hankooki.com한국아이닷컴 이혜영기자 lhy@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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