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Life] 나영석 CJ E&M PD

김경미기자 2015. 1. 3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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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의 작은 일에 순간순간 최선.. 시청자 공감해줄 때 짜릿"

원대한 계획보다 음악 하나 고르는 일부터… 그게 쌓이면 일주일, 한달, 1년이 잘되죠창의·자율 존중하는 조직서 PD 자질 빛나… 출연진 하차로 '편집된 방송' 마음 아파사람 만나며 많은 것 배워… 고되지만 행복

"저는 당장의 일에 모든 것을 던지는 타입이에요. 오늘 일이 제대로 안 되면 이번주가 안 되고 이번주가 안 되면 이번 달이, 올해가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제일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아주 작은 일들, 음악 하나를 고르고 컷 하나를 고르는 일들이라고 믿어요. 저라고 다른 큰 걱정이 왜 없겠어요. 하지만 그러다가도 '어휴, 다 의미 없다. 지금 해야 할 일들이 밀렸는데 그것부터 해야지'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져요. 그리고 그런 방식이 운 좋게 맞아서 지금까지 왔네요." 우리나라에서 텔레비전을 좀 본다는 사람들이면 나영석(40·사진) PD의 이름을 모르기 어렵다. 1박 2일을 시작으로 꽃보다 시리즈, 삼시세끼 등의 프로그램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연예인 못지않게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스타 PD. 근 10년째 승승장구하고 있는 비결이 궁금해 서울 상암동 CJ E&M센터에서 그를 만났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생각보다 평범(?)했다.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 정말 이게 다일까.

"저는 낯가림도 심하고 친화력도 되게 부족한 편이에요. PD라는 직업이랑 안 맞는 게 아니냐는 고민도 많았죠. 하지만 어쨌든 눈앞의 일에 집중하는 거예요. 출연한 사람들의 고생이 헛되지 않도록 좋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제 일이잖아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스스로 굉장히 엄격하게 하고 있어요"

원대한 목표나 꿈을 품고 치밀하게 하나하나 이뤄가는 타입도 아니라고 했다. "저는 장기적인 플랜을 잘 못 세우고 심지어 몇 달 뒤 계획도 없어요. 대신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열어놓고 살면서 의지가 필요한 순간이 오면 생각해서 결정하죠. 실제로 3년 전만 해도 제가 케이블에서 방송을 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어요."

말처럼 그는 지난 2013년 KBS에서 케이블채널 tvN 등을 운영하고 있는 CJ E&M으로 적을 옮겼다. 당시 그의 선택을 바라보는 의견은 분분했다. 2년이 지난 현재 본인의 만족도는 어떨까.

"힘들기는 하지만 저는 이 일이 좋아요. 그래서 '조금 더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방식이 분명 있을 텐데'라는 고민을 항상 해요. 그렇지 않으면 발전이 없고 진보가 없는 거잖아요. 지금 역시 100% 마음에 드는 이상적인 업무 방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이전에 비해서는 훨씬 정답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과연 어떤 부분들이 차이를 가져다주는 것일까. 공중파와 케이블채널의 방식은 완전히 다른 걸까. 나 PD는 그건 아니라고 말했다.

"많이들 오해하시는 게 공중파 방송이라고 해서 PD들의 자율성을 엄격하게 제한하거나 그러진 않아요. PD가 진짜 하고 싶은 프로그램이라면 할 수 있어요. 차이가 있다면 오히려 끝내는 순간이에요. 공중파 황금 시간대 방송은 경제논리에 좌우되다 보니 한번 인기를 끌면 보여줄 게 더 없는 데도 계속 해야 해요. 한때 아무리 잘나갔던 프로라도 시청률이 떨어지고 사람들 기억 속에 잊힐 때가 돼서야 끝을 낼 수 있다는 거죠. 가장 안 좋은 모습으로 죽는 셈인데 PD 입장에서는 진짜 싫은 일이죠."

내친김에 지난해 말 한 언론매체가 '지상파의 변명'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하며 논란을 빚었던 사안에 대한 생각도 물었다. 지상파 관계자가 한 변명의 핵심은 '케이블의 성공은 케이블이 대단해서가 아니라 나영석이기에 가능했던 것'이었다. 나 PD는 아예 수긍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생각이 좀 다르다고 했다.

"누구나 생각하듯 PD에게는 창의력이나 기획력·자율성 같은 자질들이 필요하고 그건 개인의 문제일 수 있어요. 하지만 분명 어떤 조직들은 개인의 이런 자질들이 더욱 고양되도록 길을 열어준다는 말이죠. 저는 이 조직에 분명 그런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어 설명했다. "제가 아니라 '응답하라' 시리즈를 만들어낸 신원호 PD를 예로 들어볼게요. 신 PD는 예능만 10년을 했고 그걸로 굉장히 인정을 받은 PD에요. 하지만 이 조직으로 와서 한 첫 작품이 드라마였다는 말이죠. 예능 시키려고 힘들게 데려온 피디가 뜬금없이 드라마 하겠다고 했을 때 어떤 회사가 '하고 싶으면 하라'고 할 수 있겠어요. 물론 능력 있는 신원호니 가능했던 점도 있지만 그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쨌든 욕구를 풀어주는 조직이 있는가 하면 '헛짓 말고 하던 거나 잘해'라고 하는 조직이 있어요. 차이는 분명하죠."

나 PD는 어떤 질문에도 막힘없이 경쾌한 답변을 이어갔지만 표정은 다소 무거워 보였다. 아마 프로그램과 출연진을 둘러싼 최근의 논란 때문일 것이다. '삼시세끼-어촌편'은 당초 배우 차승원과 유해진, 한류스타 장근석이 출연해 거진 촬영을 끝냈으나 첫 방송을 1주일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장근석이 탈세 문제에 휘말리고 말았다. 결국 장근석의 하차로 논란은 마무리됐지만 그 분량을 잘라내야 했기에 첫 방송이 1주일 미뤄지는가 하면 급하게 새 출연진을 투입해 촬영을 재개해야 했다. 다행히 지난 23일 나간 첫 방송의 시청률은 평균 9.7%로 동 시간대 예능 가운데 가장 높았다. 하지만 아쉬움은 쉬이 가시지 않는다.

"그동안은 어쨌건 제가 원하는 방식으로 촬영해 원하는 퀄리티로 방송을 내왔어요. 비록 시청자들에게 인정받지는 못할 수는 있더라도 말이죠. 하지만 이번에는 그게 안 됐어요. 여러 명이 함께 찍은 방송인데 그 부분을 편집하면서 가다 보니 내용상 덜컥거리는 부분도 생기고 앵글이 뭉개지기도 하고…. 방송이 절름발이처럼 나가니까 마음이 너무 아프더라구요. 최근 보름 정도의 기간이 제 인생의 위기 베스트5에 들어왔던 것 같아요"

논란을 의식한 듯 더욱 신중하게 말을 골랐다. "한편으로는 그 아이가 열흘 동안 그렇게 열심히 촬영하고 고생했던 그 모든 것들을 대중에게 보여줄 수 없게 된 거잖아요. 물론 지금 이 시점에서 그것을 보여줄 수도 없고 보고 싶은 사람도 없다고 생각했기에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이지만 저는 출연진의 노력을 알기에 좋은 방송을 만들어 보답해야지, 그런 생각을 줄곧 하며 작업을 하는 것이에요.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되니 그건 그것대로 너무 마음이 안 좋은 거죠. 저 역시 무언가 잘못이 있다는 사회적·객관적 판단에 동의했어요. 하지만 사람이란 게 가까이서 열흘 넘게 지켜봐왔던 친구인데… 이런 얘기를 하는 것조차 문제가 될까 걱정스럽네요."

그의 말에서 보이듯 방송도 참, 사람의 일이다. 이번처럼 힘든 일도 있지만 여러 사람을 만나 배우는 점도 참 많다고 한다. 최근에는 '꽃누나' 때 처음 연을 맺었던 윤여정 선생님과 굉장히 친밀하게 지낸다고 말했다.

"'삼시세끼-정선편'을 시작할 때 이게 재미가 있을지 저도 도무지 자신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첫 방송 손님으로 와주신 선생님이 '이 프로그램 대체 뭐니'라고 묻자 '죄송해요, 선생님. 망한 거 같아요. 어떡하죠'라고 농담처럼 말을 했죠. 근데 선생님 하시는 말씀이 '괜찮아, 너 같은 피디는 한번 망해보고 내려와야 해'인 거예요. 안 그러면 사람들의 커지는 기대치가 부담스러워 자꾸 눈치를 보고 움츠린다는 거죠. '이게 만약 잘 안되더라도 너에게는 굉장히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 될 거야. 너도 한 번쯤은 훌훌 벗고 다시 또 시작해서 가야지. 너 아직 어린애인데 50~60살 먹은 사람이 인기 관리하듯 그렇게 생각하면 안 돼'라고 조언해주시는데, 진짜 너무 행복하더라고요."

참 힘들고 바쁘고 고된 직업, 그럼에도 그가 열정을 다 바치게 하는 예능PD의 매력은 무엇일까.

"모든 PD들이 그렇겠지만 시청자들이 이런 점을 느껴줬으면, 봐줬으면 좋겠다 생각하며 프로그램을 만들잖아요. 그런 심정으로 두근두근하며 첫 방송을 딱 냈을 때 시청자들이 제 예상대로, 또는 제 생각보다 훨씬 더 공감해주고 즐거워해 줄 때의 그 짜릿함은 말로 설명할 수가 없죠. 고스톱을 치다가 패를 뒤집었는데 쌍피가 딱 뜨면서 판을 싹쓸이하는, 뭐 그런 기분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는데… 비유가 좀 지저분하네요.(웃음)"

He is…

△1976년 충북 충주

△1994년 연세대 행정학과 입학

△2001년 KBS 27기 공채프로듀서

△2009년 제21회 한국PD대상 TV예능 부문

△2011년 제38회 한국방송대상 작품상 연예오락 부문

△2013년 CJ E&M 이직

△2014년 제50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예능작품상

△2014 제5회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국무총리표창

◇대표 연출프로그램

KBS 출발드림팀 시즌1(조연출), 산장미팅 장미의전쟁(조연출), 스

타골든벨, 해피선데이-1박2일, 인간의 조건, tvN 배낭여행 프로젝트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 tvN 삼시세끼-정선편,어촌편

1박2일서 삼시세끼까지… 예능 프로 잇따라 히트 '방송가 미다스 손'

■ 나영석 PD는

스타PD 나영석의 시작은 '1박 2일'이다.

대여섯 명의 남자들이 한국 곳곳을 여행하며 벌어지는 일화들을 담은 내용으로 최고 시청률 41.9%까지 오른 국민 예능. 나 PD는 지난 2007년 8월 시작해 지금까지 인기를 끌고 있는 이 프로그램의 탄생과 영광을 함께하며 유명세를 떨쳤다.

하지만 그가 '믿고 보는 PD'라는 현재의 명성을 얻게 된 것은 2013년 1월 KBS에서 케이블채널인 CJ E&M으로 이직하면서부터다.

당시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분명 곱지 않았다. 종합편성채널이나 케이블로 이적한 후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여타 PD들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컸다. 하지만 그는 '꽃보다 시리즈'와 '삼시세끼'라는 예능 시리즈 두 편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세간의 우려를 단번에 해소했다.

특히 2013년 7월 선보인 '꽃보다 할배'는 예능 사각지대로 여겨지던 장노년층을 프로그램 전면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새로운 예능 트렌드를 개척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크로아티아를 배경으로 한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 페루·라오스편 등의 후속작도 골고루 인기를 얻으며 관광산업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더불어 지난해 10월 시작한 '삼시세끼' 시리즈는 '역시 나영석'이라는 믿음을 더욱 단단하게 해줬다. 두 명의 남자가 농촌에서 삼시 세끼 밥을 해먹는다는 이 지극히 평범한 설정에서 이토록 편안하고 행복한 웃음을 만날 수 있으리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스스로 생각하는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삼시세끼는 진행도 느리고 여백도 많아요. 특별한 이벤트도 별로 없고요. 하지만 바쁘게 살다 보면 정신이 쉬고 싶어질 때가 있잖아요. 그렇게 재미보다는 편안한 정서를 즐겨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만들었던 프로그램이었고 그게 운 좋게 통했던 것 같아요"

김경미기자 kmkim@sed.co.kr사진=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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