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작가 윤태호 "드라마 캐릭터 만족.. 다시 봐도 재미있어"

박효재 기자 입력 2014. 11. 27. 22:02 수정 2014. 11. 27.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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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드라마·만화 단행본 모두 성공 '미생' 작가 윤태호

<미생>은 원작인 웹툰은 물론 드라마와 단행본 만화책 모두 성공을 거뒀다. tvN 금토드라마 <미생>(사진)은 3%만 넘어도 성공이라는 케이블채널에서 6%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화제성과 시청자 충성도에서는 시청률이 더 높은 지상파 드라마들을 압도한다. 한국갤럽은 최근 '한국인이 좋아하는 TV프로그램' 11월 조사에서 <미생>이 MBC <무한도전>에 이어 전체 2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단행본 만화책 <미생>은 낱권 기준으로 누적 판매부수가 지난달 26일 100만부를 돌파하며 올해 첫 밀리언셀러를 기록했고, 그 뒤 채 한 달이 안된 지난 25일에는 판매량이 200만부를 넘어섰다.

<미생>의 원작자 윤태호는 최근 문화계 전반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다. 2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창조경제박람회 간담회에 참석한 윤 작가는 "찾는 곳이 너무 많아 작업에 방해를 받을 정도"라며 "현재 포털사이트 다음에 웹툰 <파인>을 연재하는데 잠을 줄여가면서 마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격무에 시달리고 있지만 <미생>이 가져다준 명성 덕분에 여러모로 작품 집필을 위한 사전 취재작업이 수월해진 것은 수확이다. 다른 설명 없이 <미생> 작가 윤태호라고만 소개해도 대개는 취재에 흔쾌히 응해줬다고 한다.

웹툰 <미생>을 쓴 윤태호 작가(왼쪽)와 tvN 이재문 PD가 2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창조경제박람회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CJ E&M 제공

▲ 케이블채널 시청률 6%대 기록… 시청자 충성도 지상파 압도단행본은 200만부 판매 돌파"명성 덕분에 찾는 곳 많아져… 웹툰 연재 잠 줄여가면서 마감"

윤 작가에게 가장 먼저 제안을 한 곳은 출판사였다. 단행본 만화를 제안했는데 그때 제목은 '고수'였다. 바둑의 고수가 세상 사람들에게 지혜를 나눠준다는 콘셉트였다. 윤 작가는 "내가 고수가 아니어서 그런지 그런 사람들의 정신세계도 알 수 없고 그런 제목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3년을 고민하다 나온 게 지금의 <미생>"이라고 말했다. 미생은 바둑 용어 미생마에서 착안했다. 바둑돌을 말에 비유해 삶과 죽음이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황을 미생마라 부르는데 여기서 한자 '말 마'자를 떼어냈다.

"장그래라는 만화 속 캐릭터는 고졸 검정고시 학력으로 회사에 들어갔는데 미생으로 그려지잖아요. 그런데 정사원이라고 해서 완생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모두는 완생을 지향하는 미생이 아닌가라고 확장해서 생각할 수 있게 하고 싶었습니다."

이날 간담회에서 윤 작가는 드라마 <미생>의 하이라이트를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윤 작가는 "감독님이 고생했을 때부터 죽 지켜봐왔기 때문에 지금의 결과에 만족한다"면서 "다시 봐도 재밌다"고 말했다. 그는 드라마를 연출한 김원석 PD의 끈기를 칭찬했다. 김 PD는 술자리에서 만난 윤 작가에게 100번도 넘게 원작을 봤다며 존경심을 표했다고 한다. 100번의 정독보다 윤 작가를 더 놀라게 한 것은 김 PD의 캐릭터에 대한 꼼꼼한 분석이었다.

"요르단에 같이 갔을 때는 아예 질문지를 뽑아왔더라고요. 각 캐릭터에 대해 궁금한 점, 캐릭터를 묘사할 때 주의해야 할 점 등 밀도 있는 질문들이 들어왔어요. 뒤늦게 제가 만들어낸 캐릭터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작품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계기가 됐죠."

원작과 드라마, 단행본의 성공에 취할 법도 하지만 윤 작가는 다른 한편으로 경계심도 키워나가고 있다고 한다. 만화가 드라마나 영화로 인해서 규모가 커질 수 있겠지만 원작 만화가 만들어지는 건 가내수공업처럼 소박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화 자체로서의 완결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지 기획 단계에서부터 드라마·영화화될 때의 영상을 떠올리게 되면 만화가로서 자기 일의 성격 자체가 변하기 때문이다.

매체의 욕망은 각기 다르다. 출판사는 <미생>이 만화뿐만 아니라 직장인들을 위한 자기계발서로 보이길 원하고, 드라마는 역동적인 화면과 자극적인 에피소드를 원한다. 윤 작가가 다른 매체의 욕망에 대처하는 법, 웹툰의 나아갈 길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

"<미생>을 그릴 때 저는 확신이 있었어요. 사람들은 왜 술을 마시고 왜 상사 욕을 할까? 그런 사람들 이야기에는 드라마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동안 나왔던 작품들을 천천히 살펴보고 독자들이 어떤 것을 요구하고 있는지 폭넓게 보고 좀 더 예민해졌으면 좋겠어요. 웹툰 쪽에서는 올해를 해외진출 원년으로 삼고 있어요. 인간 본성의 보편성에 준하는 작품을 만들려면 작가 스스로 한국인보다 인간 자체로 자신을 생각해야겠죠."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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