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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진성 기자] 희대의 악녀 캐릭터로 한때 이름 좀 떨쳤다. 이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카리스마'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독보적 '센 이미지'의 여배우로 자리잡았다.

배우 김서형의 이야기다. 김서형에게 이는 분명 배우로서의 강력한 '무기'다. 그러나 때론 '족쇄'가 되기도 한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갤러리에서 만난 김서형은 이와 관련된 딜레마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김서형은 얼마 전 "기존의 이미지 때문에" 캐스팅이 무산되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그는 여배우 기근을 말하지만 막상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충무로의 현실을 지적하며 "내가 하겠다 하면 역할에 안 맞을 것 같다는 식"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 김서형은 "그 이미지를 나 혼자 만들었나"라고 반문했다. "왜 작업이 끝난 뒤엔 배우 혼자 가시밭길을 걸어가야 하는지 묻고 싶을 때가 있다"면서 말이다. "좋은 시나리오가 있어 하고 싶어도 기회가 닿지 않는 현실"은 그 혼자 풀어나가기엔 벅찬 숙제다.

억울할 법하다. 국내 여배우 중 보기 드문 개성을 갖췄고 아직 폭넓은 장르에서 기량을 펼쳐보지 못했다. 그런 배우를 "함께 작업해보지 않은 이들조차" 기존의 틀에 가둔 채 때때로 고개 돌리는 현실은 김서형을 고민에 빠지게 만든다.

그러나 다행히도 김서형은 지난해 자신의 색다른 모습을 잘 끌어낸 작품을 만났다. 최근 개봉한 영화 '봄'(감독 조근현)이다. 김서형은 생애 마지막 모델을 만난 천재 조각가에게 찾아온 사랑,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봄'에서 손이 굳어가는 조각가 남편 준구(박용우)에 삶의 의지를 되찾아주려는 외유내강 여성의 전형 정숙 역을 맡았다. 기품 있고 세련된 여인인 정숙의 얼굴은 김서형의 실제 모습과도 도리어 닮았다.

이 영화로 김서형은 올해 스페인 마드리드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인정 받았다. 김서형 활용의 '좋은 예'라 할 수 있겠다. 김서형은 이번 영화에서 기존에 소화했던 인물들에 비해 힘을 제법 뺀 듯했고 감정을 분출하기보단 누르는 연기에 집중했다. 눈알을 희번덕거리며 소리를 고래고래 내지르지 않아도 그는 연기적으로 출중했고, 무엇보다 매력적이었다.

김서형은 지난 2003년 영화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감독 봉만대)로 존재감을 알리기 시작했다. 당시 파격적인 정사신을 감행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그이기에 '봄'에서 노출 연기를 펼친 신인 배우 이유영을 지켜보는 마음도 남달랐을 테다. 김서형은 그러나 "요즘 어린 배우들은 더 대담하고 작품도 잘 고르기 때문에 굳이 '걱정마' '힘내' 이런 말들을 건네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벗는 것은 네가 선택한 것이니까 두렵지 않지?'라고 물은 적은 있다"며 "시나리오를 이해한다면 (납득하기) 어려운 노출은 아니었다고 본다. 이유영도 그런 측면에서 충분히 자신 있게 해낸 것 같다"고 밝혔다.

노출 연기에 대한 여타 여배우들과는 '차원이 다른' 그의 지론은 김서형을 보다 돋보이게 한다. "배우가 좀 더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며 입을 뗀 김서형은 "억지로 가리는 게 더 힘들다. 배우로서 자신 있게 접해야 하는 부분이라 본다"고 견해를 피력했다. 국내 영화계에 김서형처럼 과감하고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가진 여배우가 몇이나 될까 싶다.

그런 배우가 연기를 향한 뜨거운 열망을 가지고 있음에도 보다 왕성하게, 효과적으로 쓰이지 못하는 현실이 아쉬울 따름이다. 김서형은 "'언 페이스 풀'의 다이안 레인, '은밀한 유혹'의 데미 무어처럼 진한 사랑 연기"에 굶주려 있다. 또 "액션도 재밌을 것 같고 지난해 찍었던 옴니버스 영화 '소설, 영화와 만나다'의 '번개와 춤을'처럼 작품성 있는 저예산 영화도 다시 해보고 싶다"는 그다. 김서형의 이런 시도들을 하루빨리 극장에서 보고 싶은 건 여전히 그가 연기적으로 보여주지 못한 매력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티브이데일리 김진성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신정헌 기자, 스튜디오후크]

배우 인터뷰| 영화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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