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 한국 대박 뒤엔 '교육열'

입력 2014. 11. 25. 19:30 수정 2014. 11. 25.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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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개봉 20일만에 700만명 돌파

우주과학 '교육용'… 가족 단위 많아

성인은 지적 호기심에 보고 또 보고

아버지-딸 가족애도 흥행에 한몫

직장인 서진우(44)씨는 최근 초등학교 4학년 아들과 중학교 1학년 딸을 데리고 영화 <인터스텔라>를 관람했다. 주말인데다 아이맥스관이라 닷새 전부터 예매를 해야 했다. 서씨는 "아이들과 영화관에 가는 일은 1년에 한두 번 정도지만, <인터스텔라>는 과학 이론을 정교하게 풀어냈다고 해 아이들 교육용으로 선택했다"며 "영화를 통해 아이들이 과학이나 우주 등에 관심을 갖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인터스텔라>의 기세가 무섭다. <인터스텔라>는 개봉 20일 만인 25일 700만을 돌파하며, 13번째 '1000만 클럽' 가입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놀런의 이름값이 흥행에 한몫을 했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평단과 흥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던 전작들의 한국 성적을 고려하면 이 설명은 충분치 못하다. 놀런 감독의 전작인 <다크 나이트>는 408만명, <인셉션>은 592만명,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639만명을 동원했다. 더구나 <인터스텔라>는 정작 북미에서는 <덤 앤 더머 투>에도 밀리는 등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169분에 이르는 긴 상영시간, 난해한 과학용어가 난무하는 어려운 영화인 <인터스텔라>가 왜 한국에서 유독 인기일까?

돌풍의 중심에는 한국의 '교육열'이 자리잡고 있다. 앞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애니메이션 <겨울왕국>과는 전혀 다른, 다소 길고 지루할 수 있는 영화임에도 <인터스텔라>는 아이들과 함께 극장을 찾는 가족단위 관람객이 많다. 맥스무비 예매 통계만 봐도 <인터스텔라>는 가족 관객의 지표라 할 수 있는 40대 이상 관객 선호도가 43%로 가장 높았다. 허진용(48)씨는 "영화를 보고 난 뒤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이 '천체망원경을 사달라', '별을 보러 가자'고 조르는 등 과학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교육적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성인들에게는 영화의 난해함이 되레 '지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터넷 카페와 에스엔에스를 통해 '인터스텔라를 보기 전 알아야 할 10가지', '인터스텔라 속 물리학 이론' 등의 게시물이 퍼지는가 하면, 인터스텔라 속 과학법칙의 해석을 두고 논쟁까지 벌어진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동생 조너선 놀런이 대학에 가서 4년 동안 물리학을 공부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며 대중들의 호기심은 더 끓어올랐다. 상대성 이론, 웜홀, 중력장 이론 등 이해하기 어려운 과학적 원리 때문에 재관람 열풍까지 일고 있다. <인터스텔라> 개봉 이후 '상대성 이론'과 관련한 책이 많이 팔려나가고 있다.

서양보다 동양에서 더 통하는 '부성애'와 '순환적 원리' 등을 담은 영화 속 메시지도 흥행에 큰 영향을 미쳤다. 지구에 두고 온 딸을 그리워하는 아버지, 자신을 두고 우주로 간 아버지를 원망하면서도 그의 생존과 귀환을 갈망하는 딸, 개인의 희생이 인류의 생존의 씨앗이 된다는 순환 정신 등 차갑고 이론적인 과학영화에 따뜻한 감성을 녹여낸 전략이 적중한 셈이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폴터가이스트(초자연) 현상이 결국 아버지의 사랑으로 귀결되는 대목 등은 서양보다는 동양에서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정 평론가는 또 "한·중·일이 앞다퉈 달 탐사선과 달 유인기지 건설 계획을 밝히는 등 우주에 대한 아시아권의 관심이 크게 높아진 것도 북미보다 한국에서 인터스텔라가 흥행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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