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400회, 종점이 아닌 새로운 시작

김현록 기자 입력 2014. 10. 26. 10:56 수정 2014. 10. 26.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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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김현록 기자]

'무한도전' 400회 특집 간담회에 나선 정준하, 하하, 유재석, 박명수, 노홍철, 정형돈 / 사진제공=MBC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400회가 지나갔다. '무한도전'과 함께 9년의 시간이 흘렀다. 별다른 특집코너도 없었던 '무한도전'의 400회, 평소와 달랐던 것은 지난 10일 열렸던 400회 맞이 간담회였다. 지난해 '자유로 가요제' 이후 1년 만의 공식석상.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노홍철 하하 등 여섯 멤버는 물론이고, 당시엔 자리에 없었던 김태호 PD까지 함께했다. 김태호 PD 외엔 모두 점잖은 정장을 차려입은 모습. 그 때문일까, 이날 간담회는 뜻밖에 웃음기를 쪽 뺀 진지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400회 특집 녹화로 불과 30분 서울에 도착했다는 정준하는 화장실에서 머리를 감고 왔다며 겨우 숨을 돌렸고, 정형돈은 몇 차례 개그를 시도하다 수줍게 꼬리를 내렸으며, 박명수는 질문과 상관없는 멋진 말을 남기려다 제지를 당했다. 노홍철은 "나와 유재석, 정형돈만이 처음부터 했으니 이 밥상은 우리 밥상"이랬다가 "그냥 한 말"이라고 수습에 나섰으며, 하하는 간담회가 몰카가 아닌가 했다며 아는 얼굴이 있나 기자들의 얼굴을 살폈다. 유재석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MC 본능으로 자연스레 사회자 노릇을 하는 사이, 마이크가 김태호 PD 쪽으로만 가면 분위기가 그대로 가라앉기 일쑤. 어설픈 남자들의 우스꽝스럽고도 한없이 진지했던, 그렇다고 만날 폭소에 성공하지는 못했던 지난 모습이 축약된 듯 했다.

질문은 자연스럽게 '무한도전'의 과거보다 현재와 미래에 쏠렸다. 유재석은 "이제는 우리의 의지로 '무한도전을 언제까지 하겠다, 말겠다'고 하는 때는 지난 것이 아닌가 싶다"며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여기까지인 것 같습니다'라고 인사할 때가 ('무한도전'의 마지막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 주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요즘의 환경이다. 많은 분들이 재미있다, 더 했으면 좋겠다고 할 때가 마지막이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김태호 PD도 "가장 힘든 고민은 '마지막을 어떻게 장식할까'라는 것이다. 그 고민은 안하고 싶다"며 "'무한도전' 마지막 한 회를 앞두고 하차하고 싶다. 신파로 끝내는 것도 '무한도전'답지 않고 축제처럼 장식하는 것이 어떨까 상상해본다"고 털어놨다. 그는 "조금이라도 박수 치는 사람이 있을 때, 막을 내리게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손가락질 할 때 '무한도전'이 막을 내리면 슬플 것 같다"고 말했다.

묻지 않아도 멤버들 역시 마지막을 이야기한다. 지난 25일 방송된 401회 방송, 400회 특집 '비긴 어게인'의 두번째 이야기에서도 그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다.

정형돈이 해 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저렇게 노을 지는 게 '무한도전'이 아닌가"라고 말했고, 유재석은 "늘 얘기하잖니. 다음 주에 끝날 수도 있다고"라고 답했다. 정형돈은 "확실히 12시는 지난 것 같다. 우리의 마음은 안 그렇지만"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또 "'무한도전'이 조금 무서운 프로지 않냐. 자부심도 있으면서, 억울한 것도 있고. 우리한테만 너무 엄격한 것 아니냐. 이제 그런 게 좀 이해가 된다"고 말했고, 유재석은 열 가지가 다 좋을 수는 없다고 정형돈을 다독이며 "'무한도전'은 다른 사람들도 동의하겠지만 인생을 바꾼 프로그램이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너무 너무 재밌어진 것 같다. 나는 솔직히 말하면,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그런 게 걱정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재밌을까 그게 고민"이라고 말했다.

'무한도전' / 사진제공=MBC

대한민국 평균 이하를 표방했던 모자란 남자들은 '무한도전' 400회를 거치며 두루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엔터테이너, 심지어 유느님이 됐다. 목욕탕 물을 퍼내고, 황소와 줄다리기를 하고, 기차와 달리기 시합을 하던 어이없는 도전들은 최초의 장기 프로젝트였던 댄스 스포츠를 시작으로, 봅슬레이, 에어로빅, 프로레슬링, 조정, 레이싱 등으로 확대됐다. 뉴질랜드와 러시아, 미국 뉴욕과 프랑스 파리, 자메이카를 누비기도 했다. 한식 홍보 영상을 찍어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에 거는가 하면, 네 차례에 걸친 가요제로 대한민국 음악계에 커다란 파문을 남겼다. 달력을 찍어 판매한 수익까지 합쳐 그간 '무한도전'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한 돈만 수십억원에 이른다. 무엇보다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공감과 위안, 웃음이 있었다.

'무한도전' / 사진제공=MBC

그러나 '무한도전' 역시 부침 속에 지난 시간을 보냈다. '무한도전'이 시청률 30%를 넘나들던 호시절이 지난 지 벌써 몇 년. 파업으로 수 주간 방송이 결방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기도 했고, 시청률 부진 속에 한 자릿수 시청률로 고전하는 시간도 있었다. '무한도전'의 역사와 함께해 온 논란들 역시 상당했다. 정형돈의 말마따나 사랑받고 주목받는 ''무한도전'이기에' 시청자들이 더 격하게 반응했던 순간들도 분명히 있었다. 지금의 '무한도전' 역시 조금은 분위기가 가라앉은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이를 함께 견뎌왔기에 지금의 '무한도전'이 있는 게 아닐까. 당대의 이슈와 관심사를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하면서, 그 가운데서도 재미있는 토요일의 활력소 역할을 해왔던 프로그램이기에, 정해진 룰이나 형식 없는 자유 속에 그만큼 치열한 고민으로 에브리데이 특집방송을 이어온 프로그램이기에, 그런 '무한도전'이기에.

4년 전 200회 당시 '무한도전'은 40년 뒤 2000회를 맞이한다는 설정의 특집으로 눈길을 모은 바 있다. 얼굴에 검버섯이 피고 백발이 된 '무한도전' 멤버들이 당시 시청자를 맞았다. 200회가 더 지난 지금, '무한도전'의 멤버들은 웃으며 미래를 기약하는 대신 담담히 과거를 돌아봤다. 그리고 다시 새 출발하기 위해, 비긴 어게인을 위해 서로를 단단히 다졌다. 지금의 '무한도전'에 어울리는 400회 특집이었다. '무한도전'의 400회를 축하하고 내년 10주년을 기다리며, 시청자와 함께 계속 나이 먹는 '무한도전'이기를 기원한다.

'무한도전' 200회 특집 당시 2000회 가상특집 / 사진제공=MBC

김현록 기자 roky@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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