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년' 한여름의 연애, 왜 마음을 울리는 걸까

2014. 10. 1.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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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정희 기자]

KBS 2TV <연애의 발견> 포스터

ⓒ KBS

KBS 2TV 월화드라마 <연애의 발견>은 시청률에서 늘 고전한다. 월화드라마 중 시청률 1위를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을 뿐더러, 시청률 순위표에서 그 이름을 찾기 조차 힘들 때가 많다. 하지만 인터넷에선 이야기가 달라진다. 드라마가 방영되는 중이나 방영된 이후에 다수의 공간에서 드라마의 내용들을 가지고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집계되지 않은 '히트 드라마'인 셈이다.

<연애의 발견>의 스토리는 아주 익숙하다. 한여름(정유미 분)이라는, 공방을 운영하는 젊은 여주인공이 있다. 그가 현재 사귀고 있는 남자는 잘 나가는 성형외과 의사 남하진(성준 분)이다. 이들은 더할 나위없는 선남선녀 커플이지만, 어려운 공방 사정과 아직 채 다 갚지 못한 학자금 때문에 한여름은 선뜻 남하진과의 결혼을 서두를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남하진의 어머니는 그에게 좀 더 번듯한 조건의 여성과의 맞선을 주선한다. 그 사실을 안 한여름은 분노에 차 그의 맞선 장소로 돌진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정작 한여름이 마주친 것은 5년 전 헤어진 전 남친 강태하(문정혁 분)이다.

로맨틱했던 남하진과 한여름의 연애는 강태하의 등장으로 복잡해진다. 여전히 한여름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한 강태하는 한여름의 공방 일을 핑계로 한여름의 곁을 맴돌고, 그와의 연애라면 신물 나 하던 한여름 역시 다시 강태하에게 흔들린다.

다음 과정도 익숙하다. 자꾸 엮이게 되는 강태하와 한여름, 그리고 남하진 앞에 등장한 어린 시절 동생 안아림(윤진이 분). 네 사람의 관계는 얽히고설키며 오해에 오해를 낳고, 그에 따른 해명과 해프닝이 이어진다.

다시 나타난 건설회사 대표 전 남친과, 잘 나가는 의사인 현 남친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여주인공이라니! 아침드라마에서부터 주말 드라마까지,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익숙해도 너무 익숙한 '막장'의 설정이다. 여기에 이도 저도 아닌 듯 갈피를 못 잡고, 두 남자에게 사랑인 듯 사랑이 아닌 듯 감정을 '흘리고' 마는 여주인공이라니. 이 정도면, '어장관리'의 최고봉이다.

여러 번 해도 '답 없는' 연애...뻔한 이야기지만, 그래서 본다

KBS 2TV <연애의 발견> 스틸컷

ⓒ JS픽쳐스

그럼에도 <연애의 발견>이 '욕하면서도 볼 수밖에 없는' 젊은이들의 드라마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여전히 매력적인, '삼각관계'의 원초적이고도 치명적인 매력 때문일 것이다. 어느 틈에 엄마 세대의 막장 드라마처럼, 젊은 세대들에게 <연애의 발견> 같이 로맨틱하지만 알고 보면 뻔한 구도의 러브 스토리가 역시나 애용되고 있는 건 '불편한 진실'이다.

하지만 뻔한 사랑 이야기가 가진 매력 말고도, <연애의 발견>이 가진 매력은 바로 제목에서처럼 '연애'를 '발견'해 가는 듯한 '청춘의 질감'에 있다. 마치 JTBC <마녀사냥>의 드라마 판이라도 되듯이, 극중 인물들은 카메라를 향하여 자신의 연애에 대한 생각을 솔직히 토로한다. 극중 상황은 언제나 그 누군가의 감정 섞인 독백으로 마무리된다. 이를 통해 뻔한 연애 이야기가 그것을 시청하는 시청자들의 개인적 경험과 맞물려 독특한 공감을 낳게 되는 것이다.

연애의 목적은 무엇일까? 결국 두 사람이 성공적으로 만남을 유지해 가는 것이다. 하지만, 연애만큼 '답이 없는' 것도 없다. <마녀사냥>이 매회 다양한 사람들의 다른 이야기로 메워지듯이, 연애는 아무리 여러 번 했다 한들 '난제'다.

매번 잘 하고 싶지만 결코 잘 해질 수 없는 어설픔으로, 실패로 끝나게 되는 것이 다반사인 청춘들에게 <연애의 발견> 속 연애사는 자신의 개인적 경험이 우러나도록 만든다. '막장 드라마'를 보는 엄마가 자신과 자기 주변의 경험을 투영하며 열을 내듯이, 어느 틈에 그들의 자녀들은 <연애의 발견> 속 그와 그녀의 연애사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은 뻔한데, 그 안에서 던져지는 감각적인 대사와 혼잣말처럼 카메라를 향해 토로되는 주인공들의 감정이 시청자를 몰입하게 만든다. 두 남자에게 얽혀있는 한여름이 '나쁜 년'인 줄은 알겠는데, 현실 속 내 연애사의 그 '년' 혹은 그 '놈'도 만만치 않게 나빴기에 극중 상황에 더욱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5년 전 아버지의 죽음 때문에 강태하와의 사랑을 다하지 못했던 한여름은, 어떻게든 이번에는 좀 더 능숙하고 좀 더 덜 상처받으며 남하진과의 사랑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자 한다. 하지만 이제는 한여름도 알고, 시청자도 안다. '발견' 한다고 해서 연애는 익숙해지거나, 답을 얻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렇게 허무하게 마무리되는, 또 한 편의 연애사는 그 어느 드라마보다도 허허로운 젊은이들의 감성을 움켜쥔다.

'연애의 발견'의 진짜 매력, 현실성 거세된 '연애'

KBS 2TV <연애의 발견> 스틸컷

ⓒ JS픽쳐스

<연애의 발견>의 매력은 이것이 다가 아니다. 드라마의 숨겨진 매력은, '거세된 현실'에 있다. <연애의 발견>에는 오로지 연애만 있고, 삶의 고단함은 드러나지 않는다. 아르바이트생의 시급도, 직장인의 애환도 드라마 속에선 그리 짙게 드러나지 않는다.

잘 되지 않는다는 한여름의 공방은 그림엽서 속 장소처럼 아름답고, 잘 나가는 드라마 작가 엄마가 있으며, 대학 학자금 융자가 남은 한여름의 집은 이상적인 셰어 하우스다. 고학생이라는 안아림의 뒤에도 어린 시절 그와 인연을 맺었던 '키다리 아저씨' 같은 고아원 오빠라는 보험이 있다.

덕분에 <연애의 발견> 속 연애는 삶의 냉엄함으로 고통 받는 현실의 연애와 달리 '현실성'이 없다. 오로지 연애, 그 순수한 결정체만 마취약처럼 다가온다. 꿈 같이 몽롱한 그들의 연애는, 실상 건설업체 대표와 성형외과 의사와 공방 대표 사이의 '부르조아틱'한 연애지만, 내 연애와 같다는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어쩌면 <연애의 발견>의 진짜 매력은, '진짜' 궁상스러움을 감춰주는 연애지상주의일지도 모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스마트하게 오마이뉴스를 이용하는 방법!☞ 오마이뉴스 공식 SNS [ 페이스북] [ 트위터]☞ 오마이뉴스 모바일 앱 [ 아이폰] [ 안드로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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