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지원 "발레는 부상의 연속, 지금이 행복해" (인터뷰)

김지현 2014. 9. 18.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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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김지현 기자] "못되게 생겨서 불러주시는 것 같아요."

어쩐지 도도하고 차가울 것 같은 배우 왕지원(25)은 털털하고 보이시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화려한 이목구비가 그녀의 이미지를 대변해준다면, 사극에 어울릴 법한 중저음 목소리는 그녀의 실제 성격을 말해주는 듯 했다. 실례일 수도 있겠지만 실물이 훨씬 더 예뻤다. 그래서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느낌이 좋은 신예다.

2년 전 KBS2 시트콤 '패밀로'로 방송에 입문한 그녀는 SBS '상속자', KBS2 '굿닥터'에 잠시 모습을 드러내더니, tvN 로맨스가 필요해3', MBC '운명처럼 널 사랑해'('운널사')로 순식간에 주연급 배우로 급부상했다. 다른 신예들보다 빠른 성장 속도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전형적인 미인이 아니라서 못되게 생겨서 불러주시는 것 같아요. (웃음) 연기 경험이 많지 않은데, 좋은 기회가 주어지는 걸 보면 저도 깜짝 놀랄 때가 많아요.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운이 좋았어요"

밝은 드라마, 현장도 덩달아 화기애애

'운널사' 촬영 현장은 즐거움의 연속이었다. 드라마 자체가 밝기 때문인지 현장의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 특히 최진혁과는 '상속자'에서 호흡을 맞춘 적이 있어 서로 무척 반가워 했다고 한다. 남매로 출연했지만, 연인의 느낌이 난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고. 모두 상대의 배려 덕이란다.

"대부분 처음 뵙는 분들인데 진혁 오빠는 본 적이 있어서 반가웠어요. 드라마에 들어가기 전 출연진을 보고 '아 어렵겠구나' 생각했는데 반전이 많았어요. 일단 진혁 오빠가 잘 챙겨줘서 한 시름 덜었고, 장혁 오빠는 예상 외로 말이 끊이질 않는, 유머스러운 타입이더라구요. 촬영 전 '말을 한 마디도 안해서 어색해지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덕분에 마음의 짐이 다 날아갔아요"

극중 왕지원은 이건(장혁)의 전 연인이자, 발레리나인 강세라 역을 맡았다. 모두가 웃는 이 드라마에서 세라는 가장 무겁고 어두운 캐릭터였다. 사랑하는 연인을 하루 아침에 빼앗기는 것도 모자라, 꿈을 실현할 기회마저 사라지는 비운의 여인으로 등장했던 것. 이를 연기하는 배우도 힘들었을 것이다.

"처음엔 그런 점 때문에 많이 가라앉고 우울했어요. 극 안에서 세라를 위로해 줄 수 있는 캐릭터가 단 한 명도 없었거든요.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회가 지날수록 살이 빠지는거에요. 마지막회 즈음엔 3~4kg 정도 빠졌던 것 같아요. 발레 연습을 할 때보다 더 빠졌거든요. 이런 경험은 또 처음이에요."

자연스럽게 살이 빠진 덕분에 그는 세라라는 캐릭터에 더욱 가까워질 수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저도 한 없이 코믹해질 수 있었겠지만, 그건 캐릭터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적절히 그리려고 노력했어요. 그걸 잘 지킨 것 같아 뿌듯합니다."

발레 인생 17년, 연기가 더 행복해

왕지원은 발레를 한 이라면 모두가 꿈꾸는 국립발레단 출신이다. 기대주로 주목받았던 그가 돌연 연기자로 전향한 이유는 무엇일까.

"5살 때부터 발레를 했어요. 발레는 제 몸의 일부 같은 존재였죠. 그냥 당연히 해야하는 것이었어요. 영국에서 발레 스쿨을 졸업했는데, 한국으로 돌아오니 나이가 애매하더군요. 마침 한예종 영재 입학시험이 있었고, 합격하게 됐어요. 목표인 국립발레단에도 들어갔는데 부상이 끊이질 않았어요. 정말 힘들었죠."

그러던 중 왕지원은 영국에서 골반뼈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꿈이 다 무너질 정도로 방황한 시기였다. 발레를 하면서 그는 단 한 번도 부상에서 자유로운 적이 없었다.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절망에 빠진 시기, 우연히 잡지 쪽에서 모델 일을 하자고 제안이 왔고, 자연스럽게 연예계에 입문하게 됐다.

우연히 접한 세계는 그의 모든 걸 바꿔놨다. "카메라 앞에서 예쁜 옷을 입고 포즈를 취한다는 게 상상 이상의 행복감을 주더라구요. 발레를 할 때는 한 번도 느끼지 못한 기분이었어요. 내가 잘 웃는 스타일이 아닌데 웃고 있는거에요. 그러다 부모님께 '연기만 하겠다'고 선언했어요. 흔쾌히 수락해주시더군요"

본명 왕지원, 예명 안 쓰는 이유

연예계엔 왕씨 성을 가진 이들이 종종 있지만, 센 어감 탓인지 대부분 예명을 사용하는 경우가 맣다. 그가 예명 없이 본명을 고집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당연히 바꾸자는 얘기가 많이 나왔어요. 여러 후보가 있었는데 전 '지유'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더라구요. 그러다 한 오디션에 응시하게 됐는데 '지유'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두 명이나 있는 거에요. 안되겠다 싶었죠. 만약 저까지 그 이름을 달고 나갔다면, 한 오디션장 안에 같은 이름이 세 명이나 있는거잖아요."

본명을 고집했기 때문일까. 그녀의 이름은 강렬해서 한 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는다. 임팩트가 큰 이름처럼 캐릭터 역시 강렬한게 주를 이뤘다.

"대중이 가장 많이 기억해주시는 작품은 아무래도 '로맨스가 필요해3'인 것 같아요. 저도 연기하면서 즐거웠고, 무엇보다 동료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어서 좋았어요. 특히 (김)소연 언니와는 종영 후에도 자주 만났어요. 얼마 전 시사회에서 우연히 봤는데 '진짜사나이' 얘기를 하더라구요. 훈련 내내 70번은 울었다며 방송으로 보라고 했는데, 진짜 볼 때 마다 언니가 울고 있더라구요. 하하."

왕지원은 자신의 실제 성격과 가까운 캐릭터에 욕심이 난다고 밝혔다. "이제 차도녀 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보이쉬한 인물을 연기하고 싶어요. 정말 기꺼이 짧은 숏커트도 할 수 있어요. 이런 캐릭터가 있다면 언제든지 불러주세요."

김지현 기자 mooa@tvreport.co.kr/사진=이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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