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마냥 억울해한다고 해결되는 일은 없다

이만수 입력 2014. 9. 15. 11:01 수정 2014. 9. 15.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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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끼기 논란 '슈퍼맨'에 밀린 '아빠 어디가', 도대체 왜?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MBC <일밤-아빠 어디가>의 하락세가 심상찮다. 13%대에서 시작한 <아빠 어디가> 시즌2는 끊임없이 하락하더니 지금은 8%대 시청률에 이르렀다. 시청률도 시청률이지만 화제성도 영 예전만 못하다. 주말 방송이 된 후 다음날 인터넷을 가득 메웠던 <아빠 어디가> 이야기는 지금은 타 프로그램들에 밀려 잘 보이지 않게 되었다.

반면 <아빠 어디가>가 일으킨 육아예능 트렌드를 따라했다며 '베끼기 논란'까지 있었던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이와는 정반대의 시청률 그래프를 보여준다. 처음에는 9%에서 시작한 시청률은 지난 6월 10%를 훌쩍 넘기더니 지난 방송에서는 16.9%(닐슨 코리아)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화제성으로도 단연 <아빠 어디가>를 압도하고 있다. 이휘재의 아들 쌍둥이의 유아식을 뗀 먹방이 화제가 되고 있으며, 완전체 가족 추블리네의 야노 시호 또한 새롭게 관심을 받고 있다.

사실 <진짜 사나이> 여군특집이 역대 최고치인 19.5%의 시청률을 내지 않았다면 MBC <일밤>과 KBS <해피선데이>의 시청률 격차는 확연히 벌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1박2일>이 14.4%의 준수한 시청률을 내고 있는 반면, <아빠 어디가>는 평균 시청률을 현저히 까먹고 있기 때문이다. 어째서 원조 프로그램이 후발주자에게 이렇게 밀리게 됐을까.

최근 <아빠 어디가>를 보면 그 문제가 어디 있는가를 쉽게 알 수 있다. 과거에 <아빠 어디가>는 아빠와 아이들이 시골로 여행가서 밥 해먹고 잠만 자도 충분히 화제가 되었다. 하지만 <슈퍼맨이 돌아왔다>라는 경쟁자가 생겨나면서 이런 사정은 바뀌게 되었다. 홀도 육아예능을 독주하던 체제가 아니기 때문에 늘 비슷비슷한 이야기만으로는 한계를 느끼게 된 것이다.

<아빠 어디가>에서 추석을 맞아 친척집을 방문하는 이야기도 타 방송에서 이런 일상의 이야기를 다루지 않았다면 참신했을 기획이다. 하지만 이렇게 일상의 육아 이야기는 이미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선점한 상황이고, 게다가 아빠들의 친척, 장인집 방문 역시 <백년손님 자기야> 같은 프로그램에서 이미 다뤘던 이야기들이다. 즉 <아빠 어디가>의 이번 아이템은 새로울 것이 없었다는 점이다.

<아빠 어디가>는 최근 들어 여행과 함께 일상 이야기를 집어넣기 시작했다. 여행만으로는 이야기의 한계를 느끼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새로운 여행 아이템을 발굴하려고 해도 일상의 아이템을 이겨낼 수는 없을 것이다. 애초의 기획 포인트가 여행이었지만 <아빠 어디가>가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열어놓은 일상의 영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아빠 어디가>를 불리하게 만드는 지점은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낮춰놓은 출연 아이들의 연령대다. <아빠 어디가>는 여행이라는 특성 때문에 연령대가 적어도 초등학교 입학 직전까지 올라와 있지만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말 그대로 일상의 육아를 다루기 때문에 아기부터 시작한다. 아기의 행동 하나하나는 그것이 아무리 사소해도 주목을 끌기 마련이다. 이휘재의 쌍둥이 부자가 분유를 먹다가 이유식을 먹고 또 음식을 먹기 시작하는 그 단계만을 보여줘도 충분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어느 정도 큰 아이들의 이야기는 조금 더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 <아빠 어디가>의 정웅인 딸 세윤이보다 다윤이의 이야기가 더 많아진 건 그래서다.

<아빠 어디가> 제작진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다. 자신들이 열어놓은 육아예능의 트렌드에서 오히려 그 힘을 받아 수혜를 입고 있는 건 <슈퍼맨이 돌아왔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냥 억울해한다고 냉엄한 경쟁체제 속에서 해결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빠 어디가>는 이미 변화된 환경에 새롭게 적응해야 한다. 그것이 아니라면 <나는 가수다>가 <불후의 명곡2>에 의해 겪었던 일들을 <아빠 어디가>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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