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기자24시]여자에서 군인으로..맹승지를 위한 변(辯)

2014. 9. 1. 15:0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맹승지, 예능과 리얼 사이 길을 잃다'진짜 사나이' 여군도 군인입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개그우먼 맹승지(28)가 간밤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전날 MBC '일밤-진짜 사나이'에서 보여준 활약(?) 덕분이다.

8월 31일 방송된 '진짜 사나이' 여군 특집 편에서 육군훈련소에 입소한 맹승지는 라미란, 홍은희, 김소연, 박승희, 지나, 혜리 등 동기 후보생들과 함께 각개전투 및 화생방 등 기초군사훈련에 나섰다.

이날 맹승지는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어리바리한 모습으로 열(劣)반으로 분류됐다. 걸음바꿔걷기는 물론 좌향좌, 뒤로돌아 등의 구령에도 일관되지 않은 행동으로 본의 아니게 제식 훈련 조교의 인내심을 시험했다.

이어진 각개전투 훈련에서는 고된 훈련을 따라가지 못한 채 결국 열외가 됐다. 이에 FM 마녀 소대장은 맹승지에게 팔굽혀펴기 20개를 지시했다. 하지만 맹승지는 체력 고갈로 단 한 개도 제대로 해내지 못해 소대장을 폭발하게 했다.

소대장의 계속된 지시에 맹승지는 '감히' 군대에서 상상할 수 없는 한 방을 날렸다. 팔굽혀펴기를 "무릎 꿇고 하겠다"며 "원래 여자는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당돌하게 맞섰다. 소대장은 더욱 폭발했다. "그건 여자가 그렇게 하는 거지 군인은 그렇게 안 한다. 군인이 되라고 했지, 남자가 되라고는 안 했다"며 눈물콧물을 쏟던 맹승지를 다그쳤다.

맹승지는 "죄송하다"면서도 쉽게 눈물을 그치지 못했다. 소대장이 지시한 얼차려를 적당히 수행한 뒤에야 겨우 각개전투 훈련장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이어진 화생방 훈련에서도 가스실에 입실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조교를 밀치고 탈출을 감행했다. 개인적으로 화생방을 경험해보지 않은 터라 그 고통의 크기를 짐작할 수 없기에 맹승지의 행동을 무작정 질타할 순 없지만, 옆에서 함께 훈련을 받던 김소연, 박승희와 대조적인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한 시청자 반응은 싸늘했다. 다수의 시청자들은 "무개념의 극치" "힘든 건 알겠지만 저런 말대답은 좀 아니지 않나" "같은 여자 욕 먹이는 행동" "너무 말이 가볍다" 등의 호의적이지 않은 반응을 내놨다.

여타 예능 프로그램에서 통했던 특유의 찡찡거리는 리액션은 '진짜 사나이'에서는 결코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을 '군필'이라 소개한 한 시청자는 "맹승지의 모습이 어떤 면에서는 이해가 간다"고도 했다. 결코 경험해보지 않으면 누구도 쉽게 이야기할 수 없는 훈련소 입소 직후, 사회에서 겪어보지 못한 군대식 문화를 접한 최초 일주일의 과정에서 드러난 맹승지의 행동들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행동이란 것이다.

이 시청자는 "개개인마다 훈련 적응 속도에는 차이가 분명히 존재할 수 있음에도 불구, 군대에서는 평균 이하는 용납되지 않는다. 지시 사항을 잘 이행하지 못하면 곧바로 다그침이 날아온다. 실제 군대에서는 인격 모독적 발언이나 욕설도 흔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위 '멘붕' 상태에 빠지면 본인이 잘 하려 해도 몸이 마음과 같이 안 움직여질 수 있는 것인데 그럴 경우 더 심한 질타가 돌아오기 때문에 적응이 더욱 쉽지 않게 된다. 훈련소에 와서 처음 만난 동기들도 그 시기에는 힘든 상황 속 본인들 챙기기에 급급하기 때문에 동료애를 보여주기보다는 단체기합의 원인이 되는 이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게 되고, 이러한 과정에서 일명 '고문관'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일부 시청자의 의견이지만 어느 정도 일리 있는 말이다. 실제 전투 상황을 가정하고 진행되는 군사훈련인만큼 일사분란하고 획일적으로 움직여야 마땅하나 개인차에 따라 훈련 적응 속도는 다를 수 있다. 일명 '구멍병사'의 존재는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맹승지가 간과한 게 있다. 여타 예능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진짜 사나이' 역시 시청자에게는 '리얼의 탈을 쓴 예능'이겠지만, 실제 출연자들에게는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도 '예능의 탈을 쓴 리얼'이라는 점이다.

맹승지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어느 정도의 각오로 훈련소 입소를 택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군대는 그가 생각하는 것보다 만만치 않은 공간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의 생각과 달리, 여군은 여자이기에 앞서 '군인'이었다.

첫 등장부터 뜬금없는 바캉스 패션으로 모두를 당황하게 한 맹승지는 분명히 '진짜 사나이' 여군 특집에서 강렬한 '캐릭터'로 눈도장을 찍었다. 이어진 훈련 과정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는데, 애석하게도 '비호감'으로 낙인찍힐 기세다.

이미 여군 특집 촬영은 끝났다. "맹승지가 계속적으로 혼나는 모습을 최소화하고 싶었다"며 제작진이 행한 애정 어린 편집의 '꼼수'도 이제 통하지 않는 상황이 됐다. 온전히 맹승지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앞으로 남은 방송을 시청자와 호흡해야 한다.

하지만 희망은 보인다. 이날 방송 중 맹승지는 "개념군인이 될 거라 다짐하고 왔는데" "좀 창피했고 죄송스러웠다"며 후회하는가 하면, 각개전투 후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는 "'왜 이렇게 나한테 뭐라고 하지?'라는 생각이 앞섰다. 생각이 짧았던 것 같다"는 반성도 곁들였다.

이날 방송 말미 공개된 부사관학교 훈련은 육군훈련소에서의 훈련 그 이상이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맹승지는 과연 부사관학교 훈련을 무사히 마치고 임관할 수 있을까.

'진짜 사나이'를 통해 여자에서 군인으로 거듭나는 맹승지의 성장을 기대해본다.

psyon@mk.co.kr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타투데이.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