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나의 도시' 낯설기만 한 달콤함을 어찌할꼬

이만수 2014. 8. 28.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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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나의 도시', 예능판 칙릿 성공할 수 있을까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예능 프로그램도 칙릿이 될까. 칙릿이라고 하면 젊은 여성들을 겨냥해 일과 사랑을 다루는 콘텐츠들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우리에게는 < 브리짓 존스의 일기 > 를 시작으로 < 섹스 앤 더 시티 > 로 잘 알려져 있고, 우리식의 칙릿으로 < 싱글즈 > 나 정이현의 소설을 드라마화한 < 달콤한 나의 도시 > 등이 있다. SBS에서 새로 시작한 < 달콤한 나의 도시 > 라는 프로그램은 제목에서부터 짐작할 수 있듯이 예능판 칙릿을 겨냥하고 있다.

항간에는 또 다른 < 짝 > 이 아니냐는 시선이 있지만 그것은 일반인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라는 점 때문일 것이다. 우리에게도 이제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낯선 것이 아니지만 아직까지 일반인 리얼리티에는 어떤 정서적인 장벽 같은 것이 남아 있다. 직업인으로서 연예인들이 자신의 사생활을 보여주는 것은 허용되지만 비직업인으로서 공개되는 일반인의 사생활 노출은 어딘지 불평등한 뉘앙스를 주기 때문이다. '악마의 편집' 같은 논란이 나오는 건 그래서다.

어쨌든 < 달콤한 나의 도시 > 는 < 짝 > 의 폐지로 인해 명맥이 끊기는 것처럼 보였던 지상파 일반인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연장선인 것만은 분명하다. 게다가 거기에는 일과 사랑의 이야기가 들어있다는 점에서 < 짝 > 과 공통점을 지닌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 짝 > 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몇 가지 지점들이 있다. 그것은 이 프로그램이 여성 출연자들을 중심으로 내러티브를 이어간다는 점에서 좀 더 여성 타깃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고, 그래서 현실적인 것들보다는 판타지를 더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여기 출연하는 네 명의 여성들의 직업만 봐도 알 수 있다. 인터넷 영어강사 최정인(28), 변호사 오수진(29), 레지던트 4년차 남성과 결혼을 앞둔 직장여성 임현성(30), 헤어 디자이너 최송이(27)가 그들의 직업이다. 이제 서른도 넘기지 않은 나이지만 이들의 직업은 한 마디로 번듯하다. 젊은 나이에 이렇게 자리 잡은 여성들이 없는 건 아닐 것이지만 우리 사회 현실을 두고 봤을 때 일반적인 경우라고 보긴 어렵다.

인터넷 영어강사로 일하는 최정인이 회사 사장으로부터 늦게 출근하는 것에 대해 질책을 듣고 방송을 위해 살을 빼라는 얘기에 기분나빠하다가 남자친구의 위로를 받는 대목이나, 변호사 오수진이 선배 변호사와 함께 식사를 하며 폭탄주를 연거푸 마시는 장면은 사회생활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요즘처럼 번듯한 직장은커녕 그저 아무 직장이나 들어가는 것조차 황송한 여성 취업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배부른 고민들처럼 보인다.

이것은 이들이 실제 겪는 리얼한 현실일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포착된 이들의 삶은 지금 현재 보통의 서른 즈음을 살아가는 여성들에게는 낯설게 다가올 수 있다. 요즘은 서른에도 결혼을 그다지 생각하지 않는 여성들이 많다. 그것은 결혼이라는 것 자체에 얽매이기 싫은 요즘 세대의 새로운 생각 때문이기도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이를 테면 일이나 돈 같은) 때문이기도 하다. 그만큼 삶이 팍팍해졌다는 얘기다.

과거 이른바 한국형 칙릿이 그다지 성공을 거두지 못했던 것은 콘텐츠의 부실함 때문이라기보다는 그 콘텐츠를 보는 이들이 처한 현실이 판타지를 즐길 수 없을 만큼 여유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공감이 안 되는 정도를 넘어서 때로는 비현실적이라고까지 여겨졌다. 따라서 최근의 직장여성들을 다루는 드라마들은 이를 테면 < 직장의 신 > 의 미스 김처럼 좀 더 전투적인 현실을 그대로 끌어왔을 때 오히려 호응을 얻는다.

< 달콤한 나의 도시 > 는 드라마가 아니라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즉 드라마보다 더 '현실성'이 중요한 공감대의 기반이 된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 달콤한 나의 도시 > 가 그려내는 '달콤함'은 시청자들에게 낯설게 다가올 수 있다. 과연 이 일반인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어떤 판타지를 성공적으로 제공할 수 있을까. 그러기에는 전혀 달콤하지 않은 우리네 현실이 던져주는 장벽이 너무 높은 건 아닐까.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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