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노희경 작가가 빚어낸 명품 조연들

이만수 2014. 8. 21. 16:1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괜찮아', 이광수부터 디오까지 빠지는 연기가 없네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좋은 대본은 좋은 연기자를 낳는다. SBS 수목드라마 < 괜찮아 사랑이야 > 가 그렇다. 조인성이나 공효진 또 미친 존재감으로 정평이 나 있는 성동일은 굳이 뭐라 말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감독 양익준이나 이광수, 엑소의 디오, 슈퍼모델인 이성경은 의외의 발견이다. 이들은 이 드라마에서 주연 못지않은 불꽃 존재감을 선보이고 있다.

< 런닝맨 > 을 통해 그저 웃기는 '기린' 캐릭터로 이광수를 떠올렸던 분이라면, < 괜찮아 사랑이야 > 에서 한 어린 소녀를 사랑하지만 번번이 이용만 당하며 눈물을 뚝뚝 흘리는 이광수를 보며 '저 인물이 이광수 맞아?'하고 반문했을 게다. 투렛증후군이라는 틱 장애를 연기하는 대목에서도 그렇다. 자칫 어설프게 연기하면 우스꽝스럽게도 보일 이 장애연기는 그러나 연기자 이광수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만든 기회가 되고 있다.

영화감독이지만 자신의 독립영화인 < 똥파리 > 에서부터 괜찮은 연기를 보여준 양익준은 그 후 <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 에서 그 섬뜩한 존재감을 보여주더니 < 감격시대 > 에서는 카리스마를 드러냈다. 이번 < 괜찮아 사랑이야 > 는 그 섬뜩함과 불쌍함이 겹쳐지는 캐릭터를 제대로 소화해내고 있다. 동생 대신 아버지를 죽였다는 죄목으로 감옥에 갔다고 스스로 주장하는 그는 '진실'에 집착한다. 동생에 대한 분노와 또 한편으로는 이해가 공존하는 캐릭터. 양익준은 성동일과 함께 맞서도 결코 주눅 들지 않는 확실한 자기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 썰전 > 에서 허지웅이 "신인배우인 줄 알았다"고 말했을 정도로 아이돌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몰입감을 보여주는 엑소의 디오 역시 < 괜찮아 사랑이야 > 가 발견해낸 연기자다. 항상 웃고 있지만 늘 상처를 가진 인물처럼 어딘지 아픔이 느껴지는 연기를 꽤 자연스럽게 소화해내고 있다. 연기돌들이 굳이 주연을 하지 않더라도 조연으로서 확실한 자기 역할을 해낼 때 오히려 더 주목받을 수 있고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는 걸 디오는 증명해보이고 있다.

그리고 조금은 도발적이고 반항적인 사춘기 소녀 오소녀 역할을 연기하는 이성경은 의외의 발견이다. 독특한 외모에서 드러나는 분위기가 배우 이성경의 강점이지만, 그녀는 이 드라마를 통해 그런 분위기로 승부하기보다는 제대로 오소녀 역할에 빙의된 모습이다. 그녀를 짝사랑하는 박수광(이광수)을 고통스럽게 하면서도 결코 미워하기 어려운 캐릭터를 이성경은 제대로 소화해내고 있다.

이광수에서부터 양익준, 디오, 이성경까지 조연배우들이 이처럼 제 역할을 확실히 해내고 또 결코 주연에 뒤지지 않는 존재감을 보일 수 있게 된 까닭은 노희경 작가 특유의 인물에 대한 애착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녀의 작품은 지나치는 행인 역할 하나라도 허투루 사용되는 법이 없다. 등장인물들이 양적인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질적으로는 똑같은 관심에 의해 탄생됐다는 것. 그것은 작가가 보는 사람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바탕이 되지 않는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일이다.

결국 좋은 배우를 만드는 것은 좋은 작품이고 그 작품을 써내는 작가다. < 괜찮아 사랑이야 > 라는 노희경 작가가 만들어놓은 무대는 과도한 스포트라이트의 집중을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그 위에 서는 인물들이 스스로 반짝반짝 빛나게 만들어준다. 모든 조연들이 살아있는 < 괜찮아 사랑이야 > 는 그래서 이 작품이 악역 자체가 존재하지 않고 모든 등장인물들이 저마다의 공감대를 일으키는 이야기를 갖고 있다는 걸 에둘러 말해준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SBS]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pyright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