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명량' 최민식 "치고박다보면 갑옷이 걸레가 될 정도"

2014. 7. 30.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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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더이상 살 곳도 물러설 곳도 없다. 전군 출정하라!" 단 12척의 배로 330척에 달하는 왜군에 맞서야 하는 일전을 앞두고 이순신(최민식 분)은 비장하게 외친다. 죽기를 각오한 듯 한 수장의 모습에, 두려움에 떨던 군사들의 눈빛에도 조금씩 결기가 어린다. 이순신은 탁월한 리더십과 지략을 발휘해 '계란으로 바위치기'인 싸움을 승리로 이끌었다. 기적이나 다름 없는 당시 전투는 '명량대첩'(1597년)으로 역사책에 기록됐고, 2014년 영화 '명량'으로 다시 태어났다.

최민식은 스크린 속 이순신의 위풍당당한 모습 그대로 인터뷰 장소에 나타났다.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는 사소한 손동작에도 묵직한 존재감이 있었다. '명량'에 참여한 계기를 묻는 질문에는 "그놈의 술 때문에… 일 얘기는 커피 마시면서 해야 해요"라고 눙을 치는 유쾌함도 있었다.

인터뷰 내내 그는 자신의 공(功)엔 인색하면서도, 스태프와 조·단역의 열의를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그 모습에서 극중 어린 수군이 건넨 토란에 "이렇게 먹을 수 있으니 좋구나"라며 미소짓던 이순신 장군이 보이는 듯 했다.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1. "만일 그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수만 있다면 말이다. 그 용기는 백 배 천 배, 큰 용기로 나타날 것이다." -전의를 상실한 조선 수군을 걱정하는 아들 이회에게

최민식에게 이순신 역은 '도박'이나 마찬가지였다. '명량' 속 대사처럼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는 과정이 필요했다. "처음에 제안 받았을 땐 부정적인 입장이었죠. 이순신 장군이 너무 잘 알려진 인물이다보니 기획적인 측면에선 '다 아는 얘기잖아?'라는 의구심이 들었어요. 또 이걸 재해석하겠다고 하면 난리가 날텐데, 위험 부담이 너무 큰 거죠. 게다가 이순신 역할은 잘 해도 본전인 거고 제대로 못하면 뭐… 어휴."

백 번 양보해 배우로선 도전의 기회라 해도, 제작하는 쪽 입장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을 컴퓨터그래픽(CG)으로 표현하는 게 굉장히 힘들다고 들었어요. 물방울 튀는 것 하나하나 다 그려야 하고… 돈이 한 두푼인가 하는 생각에 또 부담감이 들었어요."

마침내 이런저런 두려움을 뿌리치고 하나만 생각하기로 했다. "결국 의도가 참 좋았던 거죠. '이런 영화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김한민 감독의 의도에 동참하게 된 거예요."

#2. "살고자하면 죽을 것이요 죽고자하면 살 것이다"(必死則生 必生則死) -수적 열세의 해전을 앞두고 필사의 전투를 다짐하는 외침

어렵게 출연 결심을 굳힌 뒤엔 더 큰 산이 기다리고 있었다. '명량'의 촬영 현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촬영 현장에서 배우들 눈빛이 다들 돌아(?) 있었어요. 다들 의욕 넘치다보니 부상자가 많았죠. 오타니 료헤이는 귀가 반이 찢어졌어요. 화면에서 배우들이 절뚝절뚝 하는 게 정말 다쳐서 그런 거예요. 그래도 누구 하나 보따리 싸서 가는 사람이 없었어요. 이런 희생이 있어서 훌륭한 장면들이 나올 수 있었죠."

최민식은 촬영 중간에 심지어 졸도까지 했다. 화포를 좌현으로 집결시켜 일전을 준비하는 장면에서 '모두 엎드려라'라고 대사를 외친 뒤 클로즈업 카메라를 보는데 정신을 잃었다. "갑옷을 껴입었는데 날씨는 덥다보니 졸도했나봐요. 이런 일은 처음이예요. 눈을 뜨니까 주위에서 갑옷 벗기고 얼음 갖다대고 있고…(웃음)"

가뜩이나 사극이 세트와 의상 준비가 까다로운데, 전쟁터를 그리다보니 스태프들의 고생도 상상을 초월했다. "대장선을 보고 웅장해서 깜짝 놀랐어요. 장춘섭 미술감독한테 '이거 니가 정말 만든 거냐' 묻기도 했죠. 전쟁 장면에서 치고박고 하다보니 의상도 한 번 촬영하고 나면 걸레가 돼요. 그러면 스태프들은 교대로 쪽잠 자면서 밤새 그걸 수선하고 빨래하고 하는 거예요."

#3. "아직 신에겐 열두 척의 배가 남았습니다." -'수군을 파하고 육전에 힘쓰라'는 선조의 교서에 답하는 서신 중

데뷔 32년차 배우 최민식. 그는 여전히 20-30대 배우 부럽지 않게 활동 중이다. 최근에는 할리우드에도 진출했다. 평소 좋아했던 뤽 베송 감독의 신작 '루시'에 당당히 주연으로 이름을 올렸다. 할리우드 시스템을 경험하면서 그는 오히려 한국영화에 대한 자부심이 더 커졌다.

"할리우드의 베테랑 스태프들이 한국영화 제작에 참여하고 싶어한다는 점에 놀랐어요. '루시'도 한국 개봉에 큰 비중을 두고 전략적으로 저를 캐스팅한 면이 있죠. 예전엔 영화를 만들면 해외 마켓에 가져가서 팔려고 애썼는데, 이제 해외에서 알아서 궁금해 하더라고요. 한국영화가 더이상 변방이 아닌 거죠."

이날 인터뷰에서 최민식에게 '연기할 때가 가장 행복해요'와 같은 의례적인 말은 들을 수 없었다. 다만 그에게 '연기'란 "이미 너무 깊숙이 발을 들여서, 이 일을 떠나서는 내 존재 자체가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목구멍에 풀칠하려고 연기하는 게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나이는 계속 먹을테고 앞으로 작은 역할을 해도 마찬가지예요. 내가 출연한 작품에 돈과 시간을 들여 보러온 관객들에게 최소한의 문화적 서비스를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연기가 '취미'가 아니라 '직업'인 배우의 할 일이겠죠."

"주위서 김명민 때문에 스트레스 받겠다고…"

이순신 장군을 현재로 불러낸 작품 중 대중에게 가장 익숙한 건 단연 KBS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2004)이다. 방영 내내 역사 왜곡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김명민의 연기에는 이견 없이 호의적인 반응이 나왔다.

지난 해, 최민식이 '명량' 출연 결심을 굳히자 주위에선 우려가 쏟아졌다. '김명민 때문에 스트레스 좀 받겠어?'라는 질문이 심심치않게 받았다. 최민식은 의연했다. "배우를 어떤 면에서는 마트의 상품과도 비교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소비자가 물건을 이것저것 따지고 사는 것처럼, 영화나 배우의 연기에 호불호가 갈리는 것도 소비자들의 취향인 거죠.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면 인생이 피곤해지고 비극이 시작되는 거예요." 그러면서도 최민식은 베테랑 연기자답게 한 마디 덧붙였다. "인정받고 싶으면 (내가) 잘 하면 되는 거죠."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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