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논란, 문제는 비키니가 아니다

입력 2014. 7. 28. 13:23 수정 2014. 7. 28. 13:2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하성태 기자]

< 1박2일 > 27일 방송의 한 장면.

ⓒ KBS

"잠깐만, 이런 일방적인 콩트 부담스러워."

망상 해수욕장에서 개그우먼 오나미와 '덩치남'들과 맞닥뜨린 데프콘은 이렇게 하소연했다. 맞다. 복불복을 주무기로 삼는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무턱대고 내세우는 콩트는 시청자도, 출연자도 부담스럽다. 27일 방송된 KBS 2TV < 1박2일 > '피서지에서 생긴 일' 편이 그랬다.

한 팀은 비키니를 입은 미녀들과 '꿈에 그리던 세상'이란 자막과 함께 망중한을 즐기는 중이었다. 그 반대편엔 '공격성' '테러' '망했어요'란 수사 아래 오나미, 김혜선이 등장, 보기에도 민망한 콩트가 이어졌다.

'비키니녀'와 '개그우먼'을 게임의 상벌로 나눈 것에 대해 반발도 컸다. 방송 직후 < 해피선데이 > 게시판은 일명 '비키니녀'들을 게임의 상품(?)으로 등장시킨 것에 대해 '성상품화' 논란이 벌어졌다.

가족 시청대인 일요예능에 등장한 '비키니녀'들이 불편하다는 여성들의 지적에, 여성 시청자들은 남성들의 복근에 환호하지 않느냐는 남성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식상하고 식상하다. < 1박2일 > 입장에선 지난주 '일베 선생님' 논란에 이어 의도치 않게 잡음이 생긴 셈이다. 그러게 왜 웃기지도, 의미도 없는 콩트를 삽입해 잡음을 자처했을까.

'피서지에서 생긴 일'의 오버센스, 콩트가 왜 필요한가

KBS < 1박2일 > 바캉스 특집의 한 장면.

ⓒ KBS

'피서지에서 생긴 일' 편은 유독 스토리 라인을 잡고 의미를 부각하려는 의도와 편집이 도드라졌다. 기차 여행에서 생길 수 있(다고 꿈꿀 수 있)는 판타지를 언급하는 동시에 그 꿈이 깨지는 데서 오는 당황스러움을 지속적으로 웃음의 소재로 삼았다. 영화 < 비포 선라이즈 > 의 한 장면을 삽입한 것이 대표적이었다.

열차 옆 자리에 (꼰대 캐릭터로 자리잡은) KBS 박태호 예능국장과 '미녀의사'를 앉혀 대비시킨 것도 마찬가지. '미녀'와 '개그우먼'의 대조는 이러한 아이디어의 연장선상이었다. 피서지에서 생길 수 있는 (남성 입장에서의)두근거림을 극대화시키는 쪽으로 애초부터 아이템이 선정되고 편집이 이뤄진 것이다.

해변에 도착하기 직전, 가격을 올리는 식당 에피소드도 안일하긴 마찬가지였다. 피서지에서 휴가철 폭리를 취하는 일부 요식업계 관행을 비판하고픈 취지는 '공영방송' 예능의 과도한 교훈극이라 넘어갈 만 했다.

하지만 하필 오나미와 김혜선이란 개그우먼을 섭외해 과한 콩트를 연출하고, 심지어 '벌칙' 개념으로 활용한 것은 도가 지나친 '오버'였다. '비키니녀'를 출연시킨 것보다 바로 이 비교와 비하의 시선이 문제의 요지였다.

남성들이, 혹은 여성들이 피서지에서 미남미녀를 만나고픈 판타지를 실제 염원한다 해도 그걸 굳이 부각시키고 그 반대급부의 인물을 등장시켜 희화화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지적은 분명 타당해 보인다. 일부 여성 시청자들이 홈페이지 게시판에 미혼인 유호진 PD의 판타지가 아니냐는 비판 글을 올릴 여지도 충분했다.

'꼰대' 캐릭터 박태호 예능국장이 강조하는 진정성, 어려워도 곱씹을 때

자막으로 '미녀'를 강조한 < 1박2일 > 바캉스 특집.

ⓒ KBS

리얼 버라이어티의 연출 문제는 언제나 논란거리가 됐다. 대본 논란이 대표적이다. MBC < 무한도전 > 은 여전히 굳건하지만, SBS < 패밀리가 떴다 > 는 인기를 하락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기까지 했다. < 정글의 법칙 > 역시 조작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 1박2일 > 의 콩트는 다른 의미에서 리얼 버라이어티의 생존 방식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콩트 강의까지 한 멤버 김준호와 역시 '개콘'으로 유명한 서수민 CP의 입김이라 보기에, 이번 콩트는 의도에 비해 과녁이 잘못 꽂힌 케이스다. 안 그래도 풍자 대신 소수자 비하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개콘'의 현재를 떠올릴 때, 이번 < 1박2일 > 의 '피서지 헛발질'은 꽤나 안타깝다.

논란이 일자 < 1박2일 > 유호진 PD는 여러 매체를 통해 "죄송하다"는 뜻을 전했다. 시즌3를 통해 시즌1의 아우라를 회복하는 동시에 여러 신선한 시도를 하고 있는 < 1박2일 > 시즌3가 이러한 잡음으로 흔들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편성 시간 등을 놓고 극심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일요예능 판에서 < 1박2일 > 이 모색할 수 있는 카드가 콩트일리는 없다. 그건 연예대상까지 수상한 김준호 하나로 족하다. 이번 논란이 이날 방송에 출연한 박태호 예능국장이 강조했던 "진정성"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서사와 감동까지 원하던 < 1박2일 > 시즌3의 선택이 콩트가 아니라는 교훈과 함께. 그렇게, 문제는 비키니가 아니라 콩트였다.

스마트하게 오마이뉴스를 이용하는 방법!☞ 오마이뉴스 공식 SNS [ 페이스북] [ 트위터]☞ 오마이뉴스 모바일 앱 [ 아이폰] [ 안드로이드]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