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콕TV] 뷸륜·대리모·치정·복수..한드, 막장 춘추전국시대

김지현 2014. 7. 28.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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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김지현 기자] 조미료에 길들여진 입맛은 더욱 강한 맛을 필요로 한다. 자극적인 MSG에 익숙해진 혀가 건강한 밥상을 찾을 리 없다. 최근 한국드라마를 보면 조미료 맛만 가득한 불량한 밥상이 떠오른다. 출생의 비밀은 예삿일.불륜에 치정, 대리모와 눈 먼 복수 등 자극적인 소재들 투성이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드라마는 약속이라도 한 듯 특정한 형식을 반복하고 있다. 부부가 등장하면 뷸륜이 생기고, 치정이 있으면 복수를 서슴치 않는다. 겹사돈도 트레이드 마크 중 하나다. 한국드라마에는 보통 두 세 단위의 가족 구성원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꼭 그들끼리 인연을 맺고 연애를 하며 결혼을 한다.

'겨울연가' 후 한류드라마 시대가 도래한지 12년이 흘렀다. 수요가 커진 해외 시장에 부응하기 위해 수많은 드라마들이 제작되고 수출됐다. 그러나 내수용 드라마들, 주로 일일극이나 주말극과 같은 작품들의 퀼리티는 오히려 하향평준화 되는 추세다. 급기야 불법 대리모 소재까지 등장했다. 여기에 불륜과 겹사돈 코드 등 온갖 황당한 소재들을 추가해 시청자를 끌어들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KBS2 '뻐꾸기 둥지'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막장드라마의 전형을 그대로 보여준다. 화목했던 부부가 아름답지만 악독한 팜프파탈(이채영)의 훼방으로 무너진다. 아내(장서희)는 떠나간 남편(황동주)에게 수모를 당하면서도 참고 또 참는 현모양처다. 물론 여자는 언젠가 복수를 결심하고, 그녀를 박해했던 악의 축들은 벌을 받을 것이다. 장서희가 이번엔 어느 부위에 점을 찍고 나올지 궁금하다는 우스개 소리가 떠도는 건 상투성 탓에 기승전결이 훤히 보이기 때문이 아닐까.

특히 MBC 일일극은 막장에 정점을 찍었다. 큰 화제를 모으진 못했지만 '빛나는 로맨스'는 막장의 최고봉인 '오로라 공주'에 맞서는 센 드라마였다.

여주인공(이진)은 이혼 후 뒤늦게 사랑하는 남자주인공(박윤재)을 만나 결혼하려 하지만, 하필 그의 아버지(정한용)는 자신을 입양한 어머니(이미숙)의 전 남편이다. 시어머니(견미리)가 될 사람은 여전히 두 사람 사이를 의심하며 눈에 불을 켜고 아들의 결혼을 반대한다. 또 하필 시어머니는 여주인공을 길러준 아버지를 차로 친 뒤 뺑소니로 사망케 한 전력이 있다. 때문에 여주인공의 여동생(곽지민)은 남주인공의 남동생(유민규)에게 접근해 복수를 계획한다.

단순히 정리하더라도, 너무 복잡해 이해하기 힘든 구도다. 주인공들이 도무지 이성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관계들로 얽히고 설켜있는 것이다. 이들은 인생을 열번 살아도 맺기 힘든 악연의 우연 속에서 살아간다. 시청률을 위한 억지 전개 탓에 드라마는 보기에도 민망한 코믹극으로 전락해버렸다.

문제는 이처럼 개연성이 떨어지는 드라마들이 수없이 재생,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KBS2 '개그콘서트'에 등장하는 '시청률의 제왕'의 법칙이 모두 적용되는 작품들은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출생의 비밀이 필수처럼 등장하고 복수극이 판을 친다. 드라마의 다양성이 오히려 과거 보다 부족해졌다.

판권 수출을 목표로 제작되는 미니시리즈의 형편은 그나마 낫지만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막장까지는 아니더라도 전형성이나 상투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작품들이 여전히 많다. 방영 중인 MBC '트라이앵글'을 보더라도 어릴적 흩어진 삼형제가 등장한다.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해묵은 스토리다.

최근 한국드라마는 일본에서 급속도로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높은 판권에 비해 콘텐츠의 다양성이 부족한 것도 원인이 됐다. 갖가지 장르물이 공존하는 미국, 일본드라마에 비교해 신데렐라 스토리와 복수극, 치정극 패턴에 머무는 한국드라마에 식상함을 느꼈다는 분석이다.

이는 당장 TV를 켜면 확인할 수 있는 문제다. 막장이 활개를 치는데 한류의 파워가 유지될 리 만무하다.

김지현 기자 mooa@tvreport.co.kr/사진=드라마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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