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공제조합 '헛발질'..본업 무관한 PF사업 300억 '손실'

임상연 기자 2014. 4. 24.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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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골프장사업 이어 세종시 빌딩신축 임대업 추진.."건설업 위기속 돈벌이에만 치중"

[머니투데이 임상연기자][PF·골프장사업 이어 세종시 빌딩신축 임대업 추진‥"건설업 위기속 돈벌이에만 치중"]

서울 강남구 언주로에 있는 건설공제조합의 사옥 '건설회관' 전경. 지난해 건설회관 임대로만 84억원을 벌어들인 건설공제조합이 세종시내 오피스빌딩 신축에 나서 업계의 비난을 사고 있다. / 자료=다음

부동산·건설경기 장기침체로 건설업계의 위기감이 팽배한 가운데 건설공제조합이 PF(프로젝트파이낸싱), 골프장, 빌딩신축 등 본업(보증·공제사업)과 무관한 사업에 잇따라 뛰어들어 비난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조합이 경영난에 시달리는 조합원을 위한 보증 및 공제업무 지원보다 전문성도 없는 수익사업에 치중하면서 재원만 낭비한다는 지적이다.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설공제조합이 세종특별자치시 내 부지매입을 추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업업무용지를 사들여 건설회관 또는 오피스빌딩을 신축, 임대사업에 뛰어들 계획이다. 이를 위해 사업타당성 분석 용역을 발주하고 부지매입 및 공사비용 예산 600억원도 마련해 놓았다.

건설공제조합 관계자는 "업계의 위상 제고와 임대수익 창출 등을 위해 세종시내 빌딩 신축을 추진 중"이라며 "구체적인 사업추진 계획이 나오면 이사회와 운영위원회 검토를 거쳐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공제조합 조합원인 건설업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조합원이 줄줄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이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고 심지어 파산까지 하는 상황에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 새로운 건물을 지을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현재 시공평가순위 100대 건설기업 중 워크아웃(8개) 및 법정관리(10개) 중인 곳은 총 18개사다. 이중 벽산건설은 이달 초 서울지방법원에서 회생절차 폐지결정을 내림으로써 파산절차를 밟고 있다.

중견기업인 A건설 한 임원은 "사무공간이 모자란 것도 아니고 현재 사용하는 서울 강남 건설회관도 임대하는데 왜 새 건물이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세종시내 빌딩을 세우는 것과 업계 위상 강화가 도대체 무슨 상관이냐"고 꼬집었다.

건설공제조합이 본업과 연관성 없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2008년에는 사업다각화란 이유로 서울 은평뉴타운 PF사업에 투자했다가 관련 프로젝트가 무산되면서 투자금 300억원 전액을 날렸다.

이 사업손실은 2012년(64억원)과 2013년(236억원) 각각 회계상 손실로 처리됐다. 당시 업계에서는 전문성이 떨어지는 건설공제조합이 무리하게 PF사업에 뛰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았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은평뉴타운의 최대 출자자(지분 25%)는 건설공제조합으로 당초 600억원을 투자키로 했지만 사업 초기부터 차질을 빚으면서 그나마 300억원 손실에 그친 것"이라며 "무리한 PF사업 투자도 문제지만 업계가 공동으로 설립한 조합이 특정 조합원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것도 논란거리"라고 지적했다.

2009년에는 세종시내 골프장(세종GC)사업에 뛰어들어 비난을 샀다. 2012년 9월 개장한 이 골프장을 짓기 위해 투입된 자금만 1300억원에 달한다. 건설공제조합은 골프장사업이 조합원을 위한 공동체육시설 건립과 안정적 수익원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업계는 본업과 무관한 '돈벌이'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대형건설업체 한 관계자는 "위기상황에서 조합원과 고통을 분담해야 할 조합이 본업과 무관한 사업에 재원을 낭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관련시장만 교란할 뿐"이라며 "그럴 여유가 있다면 보증수수료나 융자이자 인하, 특별기금조성 등을 통해 어려움에 처한 조합원을 지원하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부동산·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수주감소로 건설공제조합의 지난해 보증실적은 32조5111억원으로 전년 대비 9.1% 감소했다. 하지만 보증수수료 수익은 2114억원으로 오히려 3.8%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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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임상연기자 sy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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