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형 아파트 부활의 빛이 보인다

한상혁 기자 2014. 4. 2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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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늘고 수도권 중심으로 가격 반등 1분기 전국 중대형 거래량 작년의 2배 신규 청약 경쟁률 오르고 미분양도 줄어 가격 거품 걷히고 공급 줄었기 때문 서울서 85㎡서 100㎡로 옮기는 비용 7년전보다 1억3000만원 덜 들어 과거 호황기처럼 오르긴 어려울 것 인구 구조 변화로 수요가 많지 않고 부동산 부양 대책도 소형에 집중

2000년대 초반에 지어진 중대형 아파트가 밀집한 경기 용인시 수지구 상현동. S부동산 중개업소에 나온 '금호베스트빌2단지'(전용면적 135㎡) 매물 가격은 4억1000만원이다. 작년 말보다 4400만원 올랐다. 올 들어 서서히 저가(低價) 매물이 팔려나가더니 지난 2월에는 3억9500만원에 거래됐다. 3월까지 거래된 물량(5채)은 지난 4~5년간 1년 내내 거래됐던 양과 비슷하다. 이 중개업소 직원은 "최근 호가(呼價)가 많이 올랐지만 한때 6억6000만원까지 갔던 걸 생각하면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긴 침체에 빠졌던 중대형(전용면적 85㎡ 초과) 아파트가 조금씩 꿈틀대고 있다. 부동산 규제 완화 바람을 타고 올 들어 서울·수도권 중심으로 가격이 반등하고 거래량도 회복 추세다. 거품이 많이 빠져 가격 경쟁력이 살아났고 지난 몇 년간 공급도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중대형 아파트 잇달아 청약 마감

중대형 아파트는 최근 분양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GS건설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개나리6차'를 재건축해 공급한 '역삼자이'. 올해 처음 서울 강남권에 공급한 중대형 아파트인데 일반분양 86가구가 모두 전용면적 114㎡로만 구성됐다. 분양가도 3.3㎡당 3000만원을 넘었지만 평균 1.8대1의 경쟁률로 모든 가구가 순위 내 마감에 성공했다. 114㎡B형은 1순위에서 70가구 모집에 86명이 청약했다. 114㎡A형은 16가구에 69명이 몰리며 4.3대1로 3순위에서 마감했다.

중대형이 중소형(전용 85㎡ 이하)보다 먼저 청약 마감되는 단지도 나오고 있다. 인천 구월 보금자리지구에서 이달 분양한 '한내들 퍼스티지'는 전용 94㎡·124㎡ 등 중대형 3개 주택형이 순위 내 마감된 반면 전용 84㎡ 2개 주택형은 미달됐다.

기존 주택 시장에서도 중대형 가격은 오름세다. 경기 용인시 수지구 성복동 'LG빌리지3차'(135㎡)는 올 초 5억2000만원에서 5억4000만원으로 2000만원 올랐다. 분당신도시 '시범현대'(130㎡) 역시 올 들어 1000만원 오른 7억2000만원에 거래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중대형 아파트 거래량은 2만6967가구. 작년 동기(1만3641)보다 2배 가까이로 늘었다.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16.4%)도 최근 5년 새 가장 높다.

◇가격 내리고 공급 적어 희소성 부각

주택 경기가 호황일 때 건설사들은 상대적으로 이익이 많이 남는 중대형을 많이 지었다. 소비자들도 중대형을 선호했다. 집값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실제 2005년과 2006년에 전용 85㎡ 초과 아파트 가격은 각각 19%, 28%씩 뛰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에 중대형은 직격탄을 맞았다. 인구 구조 변화도 한몫했다. 1~2인 가구가 늘어나 큰 집에 대한 수요가 줄면서 소형 주택 인기가 더 높아졌다. 경기 김포·용인·고양·파주 등 수도권 신도시에 대거 공급했던 중대형은 줄줄이 미분양으로 쌓였다.

그렇다면 중대형이 회복 조짐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 우선 그동안 가격 거품이 많이 걷혔다. 중소형과 가격 차이가 크게 좁혀지면서 구입비용이 그만큼 줄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기준으로 85㎡ 초과 아파트의 3.3㎡당 평균 매매 가격은 지난 3월 말 기준 1893만원. 7년 전인 2007년 3월 말(2287만원)과 비교해 394만원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85㎡ 이하는 3.3㎡당 1458만원에서 1488만원으로 30만원 올랐다. 2007년에는 85㎡에서 100㎡로 갈아타기 위해 3억2000만원이 더 필요했지만, 이제 1억9000만원만 있으면 되는 셈이다.

중대형은 신규 공급도 부족하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중대형 입주 물량은 2만8500여 가구로 1991년 이후 14년 만에 최저 수준"이라며 "결국 희소성이 부각된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85㎡ 초과 입주 물량은 2010년 10만2141가구에서 2011년 5만4607가구로 절반 가까이 급감했다.

새 아파트가 귀하다 보니 미분양도 팔려나가고 있다. 85㎡ 초과 미분양 아파트는 지난 2월 말 기준 2만2313가구로 2009년 말(6만9612가구)의 3분의 1 수준까지 줄었다. 작년 8월 이후 6개월 연속 감소세다.

◇"중대형 수요 제한적… 과거처럼 오르긴 어려워"

중대형 아파트가 살아나고는 있지만 과거 호황기 수준까지 가격이 오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우선 중대형 수요 자체가 과거보다 많지 않다. 더욱이 신(新)평면이 잇따라 도입되면서 중소형 주택의 공간 활용도가 높아지는 점도 중대형에는 불리하게 작용한다.

부동산 경기 회복을 위한 정부의 세제·대출 지원 기준도 85㎡ 이하 주택에만 몰려 있다. 연 1~2%대 저리 주택자금 대출인 '공유형 모기지'가 대표적이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올 들어 중대형 거래량과 가격이 일부 회복되고 있지만, 경기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투자 비용이 많이 드는 중대형으로 옮기려는 수요는 제한적"이라며 "서울 외곽에 미분양 아파트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는 점도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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