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상품 팔고 소송비 내라는 SC은행
한 은행이 기업어음을 판매했다. 여기에 투자한 한 소비자가 발행기업의 부도 위기설을 듣고 환불을 요청했지만 은행은 거부했다. 소비자는 은행이 환불 불가상품이란 점을 설명하지 않아 '불완전 판매'라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1·2심에서 패했다. 3심 진행 과정에서 이 어음이 투자자를 현혹한 사기성 어음이라는 판단을 받았다. 소비자는 어음을 발행한 기업으로부터 환불을 받았다. 그렇다면 소비자는 은행과의 소송을 어떻게 해야 할까.
결론은 소비자가 소송을 취하하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1·2심에서 은행이 지불한 변호사비를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 LIG건설의 사기성 기업어음에 투자한 소비자에게 변호사 비용 5500만원을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권모씨(74)는 2010년 SC은행 창구에서 LIG건설 기업어음 5억원어치를 샀다. 그러나 직후 LIG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권씨는 SC은행에 "돈을 돌려달라"고 요청했고, 은행 측은 "중도 해지가 안되는 상품이어서 환불은 어렵다"고 답했다. 권씨는 "SC은행이 환불 불가 사실을 사전에 알려주지 않고 어음을 팔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2011~2012년 1·2심에서 권씨는 패소했다. 불완전 판매 근거가 부족하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권씨는 대법원에 상고했다. 그사이 검찰이 LIG건설 어음사기 수사에 착수했고 LIG그룹 회장 부자가 구속됐다. 권씨는 해당 상품이 사기성 어음임이 입증된 만큼 대법원 판단은 바뀔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던 중 LIG그룹은 지난해 11월 권씨에게 투자금 5억원 전액을 되돌려줬다. 권씨는 원금을 되찾았다는 기쁨에 곧바로 SC은행에 제기한 소를 취하했다.
그러나 SC은행은 소송 과정에서 은행이 지출한 변호사 비용 5502만원을 권씨가 내야 한다는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권씨 측은 "이럴 줄 알았으면 소를 취하하지 않았다. 문제 상품을 판매한 금융사가 자숙하지는 못할망정 소비자의 뒤통수를 쳤다"고 말했다. 같은 상품을 판매한 우리투자증권은 패소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소송 비용을 청구하지 않았다.
SC은행은 "1·2심에서 승소한 만큼 법원 판단대로 변호사비를 받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불완전 판매가 아니었는데도 수년간 소송을 벌이게 돼 관용 없이 원칙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홍재원 기자 jwh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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