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하나금융, 당국과 조직사이에 '깊어가는 고민'

이준기 2014. 4. 2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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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돼 금융감독 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김종준 하나은행장의 거취 문제를 재검토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애초 경영 공백과 혼선을 줄여 조직의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김 행장의 재임을 '묵인(默認)'했다. 김 행장의 징계가 당장 직을 내놔야 하는 '직무정지'나 '해임권고'가 아닌 '문책경고'에 그친 만큼 임기를 완주하는 데 큰 걸림돌이 없을 것으로 본 것이다. 실제 법적으로만 보더라도 임기 종료 후 3년간 금융권 재취업을 금지하는 것일 뿐 당장 물러나야 한다는 강제성은 없다.

김정태 회장 특유의 화통한 성격과 뚝심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시간적 여유를 두고 심사숙고하는 모습을 보인 후 감독 당국과의 교감 속에 판단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드는 대목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에 대한 예우 문제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김 행장이 당장 물러나면 저축은행 비리 연루를 스스로 인정한 꼴이 돼버려 같은 이유로 경징계를 받은 김 전 회장 처지에서는 '40년 뱅커 인생'의 치명적 '오명(汚名)'으로 남게 되는 탓이다.

하지만 이 판단 역시 역풍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감독 당국의 검사가 이명박 정부 시절 금융권 '4대 천왕' 중 한 명인 김 전 회장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김 전 회장을 배려하는 모습 자체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그룹 차원의 후계구도 문제도 하나금융의 판단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김 행장의 뒤를 이을 인물로는 김병호 기업영업그룹 총괄 부행장과 함영주 충청사업본부 총괄 부행장, 하나은행이 인수한 미국 브로드웨이내셔널뱅크(BNB) 이사회 의장인 이현주 부행장 등이 거론된다.

문제는 이들 후보군 모두 은행장을 맡기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가 대세라는 것. 그동안 그룹 내에서는 김 전 회장의 영향력이 건재하다는 게 공공연한 사실로 통했고, 하나금융은 결국 지난달 김승유 라인으로 꼽히는 인사들을 배제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이 와중에 아직 '역량'을 확신하지 못하는 인물을 계열사, 그것도 은행장이란 요직에 앉히는 것에 대해 껄끄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란 의미다.

어찌 됐든 공은 다시 하나금융에 돌아왔다. 자칫 이번 사태에 한발 비켜서 있는 하나금융 그룹까지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도 고려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감독 당국이 칼집에서 칼을 꺼내 든 이상 사퇴 거부에 대한 후폭풍은 어떤 식으로든 나타날 개연성이 있다.

감독 당국은 하나은행에 대해 최고경영자 리스크에 대한 고강도 모니터링을 시작했다. 외환카드 분할 및 하나SK카드와의 통합 승인이나 KT ENS 협력업체 사기대출 관련 검사 등 굵직굵직한 이슈들도 도사리고 있다. 진퇴양난(進退兩難)에 둘러싸인 하나금융의 결단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이준기 (jeke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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