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SDS 과천센터, '열 차단장치' 없었다..2010년 해운대 고층아파트 화재와 닮은꼴

과천 2014. 4. 23.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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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20일 불이 난 삼성SDS가 데이터센터(IDC) 안전에 관한 국제적 표준을 따르지 않은채 영업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불이 났을 때 열을 막는 차단 장치를 마련하지 않았고, 외벽 마감재도 쉽게 불에 타는 소재를 사용해 화재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소방당국과 삼성SDS에 따르면, 삼성SDS는 불이 났을 때 물을 뿌리는 '드렌처(drencher)'를 불이 난 과천 데이터센터에 설치하지 않았다. 이 장치는 건물의 지붕, 처마, 창가에 설치된 소화 장비의 하나다. 건물 외부나 전산시스템 주변에서 일어난 불을 차단하는 데 사용된다. 중요한 전산 시스템이 있는 데이터센터에서 설치해야하는 장치 중 하나다.

하지만 이번에 불이 난 경기 과천 삼성SDS 과천 데이터센터에는 이 장치가 하나도 설치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불이 3~4층 건물 외벽에서 시작해 10~11층까지 번진 것도 드렌처가 현장에 없었기 때문이다.

소방당국은 "불이 난 20일에는 풍속이 초속 10.6m로 바람이 거셌다"며 "3층에서 점화된 불이 바람에 따라 외벽을 타고 빠르게 올라가면서 크게 번졌다"고 설명했다.

IT 업계 관계자는 "중요한 정보를 다루는 데이터센터는 불을 막는 차단장치가 '이중삼중'으로 설치된다"며 "과천 데이터센터는 단열 장치가 미흡했기 때문에 불이 크게 번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화재가 커진 것은 외벽 마감재가 불이 쉽게 옮겨붙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과천 데이터센터의 외부 마감재는 알루미늄 패널을 썼다.

2010년 부산 해운대 우신골드스위트에서 일어난 대형 화재의 원인으로도 지목된 마감재이다. 이 소재는 건물의 미관을 예쁘게 보이게 한다는 이유로 각종 건물 외벽 마감재로 활용됐다.

과천 데이터센터의 건물 구조도 화재 진압에 장애물로 작용했다.

이달 20일 화재 신고가 접수된 과천소방서는 과천데이터센터에서 불과 500m 거리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하는 데는 1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사다리차를 설치하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불이 옮겨붙은 건물 측면에 사다리차를 놓을 공간이 좁았던 탓이다.

소방서 관계자는 "사다리차를 고정하는 장치를 놓기 위해서는 양옆으로 5~6m의 공간이 필요하다"며 "건물 측면에 있는 화단 때문에 작업에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불은 과천 데이터센터 꼭대기 층인 10층을 전부 태웠다. 기기는 물론 외벽 모두가 불에 탔다. 이 건물 10층은 삼성SDS의 인터넷 전화 서비스 '070와이즈'를 관리하는 전산실이 있다.

삼성SDS는 당초 "불을 끄는 장치인 이산화탄소 살포 장치가 작동돼 전산기기에는 피해가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내 화재 진화 장치인 이산화탄소 살포 장치도 '무용지물'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장치가 효과를 내기 위해선 공기가 차단된 밀폐된 환경이어야 한다. 외부 마감재가 다 타면서 내부가 드러났고, 거센 바람이 들어왔다. 소방서 관계자는 "이산화탄소 살포 장치가 작동은 됐지만, 바람 때문에 불을 끄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과천 데이터센터는 삼성카드의 주요 정보들을 다루는 곳이다. 이번 불로 전산 장비가 타면서 데이터 소실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SDS와 삼성카드는 화재가 났을 당시 데이터 소실을 막기 위해 장치를 전원을 내렸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거래정보나 회원 정보들은 실시간으로 수원과 구미의 데이터센터로 백업됐다"며 "데이터 손상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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