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층 더 올리면 분담금 30% 뚝.. 아파트 리모델링 가속도

2014. 4. 18.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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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증축 허용 D-7 현장 가보니

[동아일보]

17일 낮 12시 서울 강남구 대치2단지 아파트. 1992년 지어진 이 아파트는 지하주차장이 없어 주민들이 심각한 주차난을 호소해 왔다. 이 아파트는 최근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16일 서울 강남구 개포로109길 대청아파트에서는 한낮에도 주차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수십 대의 차량이 15층짜리 동과 동 사이 50m 남짓한 공간에 2중 또는 3중으로 주차돼 있었고 경사가 있어 평행주차를 한 차에는 돌이나 나무막대가 괴어져 있었다. 지은 지 22년 된 이 아파트에는 지하주차장이 없어 주차 다툼이나 사고가 잦다. 난방, 층간소음에도 취약하다.

이 아파트는 다음 달 리모델링 사업 재추진을 알리는 조합 총회를 열 계획이다. 2007년 이미 조합을 결성하고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와 높은 공사비 등에 막혀 수년간 사업이 지지부진했던 곳이다.

25일부터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허용하는 주택법 개정안이 전면 시행되면서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그동안 수직증축 리모델링은 가구 수를 늘리지 못하게 제한돼 있었지만 이제는 15년 이상 된 아파트는 최대 3개 층을 올리고, 가구 수를 15%까지 늘려 일반분양할 수 있게 된다. 재건축 단지들이 비싼 분담금 등으로 사업에 제동이 걸리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은 사업설명회를 열며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건설사들은 전담조직을 신설하며 사업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15년 이상 된 아파트 전국 400만 채

서울에서는 강남권 일대 아파트들의 움직임이 빠르다. 노후 아파트가 몰려 있을 뿐만 아니라 사업성이 있다는 계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3년 기준 15년 이상 된 아파트는 전국 400만 채로, 서울 강남권과 경기 분당, 평촌 등 1기 신도시에 집중돼 있다.

박철진 대청아파트리모델링조합장 직무대행은 "822채의 15%에 해당하는 123채를 늘려 일반분양하면 가구당 분담금을 30%가량 낮출 수 있다"면서 "주민들의 관심이 높아져 인터넷에 연 조합카페에는 하루에 20∼30명씩 찾아와 문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 박모 씨(47)는 "각자 집 내부만 수리해도 3000만∼5000만 원이 드는데 새 주택법에 따라 리모델링을 하면 가구당 분담금이 수천만 원대로 낮아진다고 하니 주민들 사이 리모델링을 하자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공급면적 110m² 1260채로 이뤄진 서울 서초구 반포미도아파트는 25일부터 조합 구성을 위한 대의원을 모집할 예정이다. 지난달 7일 사업설명회를 열고 가설계안도 공개했다. 강남구 대치2단지아파트도 수직증축을 추진하고 있다. 서초구 삼풍아파트와 신반포 한신아파트 등은 수직증축을 검토하고 있다.

리모델링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가격도 오름세다. 반포미도아파트를 주로 거래하는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 이후 시세가 4000만 원 뛰었고, 호가는 1억 원까지 붙었지만 매물이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경기 리모델링 추진 아파트는 이달 들어 전달보다 각각 0.17%. 0.14% 올랐다. 반면 재건축 아파트는 0.18%, 0.01% 하락했다.

○ 업계, 지자체도 속도 내

분당은 성남시가 직접 재정 지원(10년간 5000억 원 조성)에 나섰다. 경기 성남시는 최근 분당구 야탑동 매화마을 1단지와 정자동 한솔마을 5단지는 선도추진 시범단지로, 조합 설립 이전 단계인 정자동 느티마을 3·4단지, 구미동 무지개마을 4단지, 야탑동 탑마을 경향·기산·진덕·남광 아파트는 공공지원 시범단지로 선정했다.

김낙중 성남시 리모델링지원센터장은 "1980년대 후반 이후 아파트가 집중적으로 공급돼 주거환경이 최근 악화된 만큼 지자체가 지원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는 수직증축을 적용한 첫 번째 단지가 내년 하반기(7∼12월)에 착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지난달 말 '그린리모델링사업그룹'을 신설했다. 금호건설도 올 초에 '리모델링팀'을 출범시켰다.

정자동 한솔마을5단지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은 기존 15층을 18층으로 높이고 가구 수도 15% 늘리는 설계안을 이미 마무리했다. 국내에서 리모델링 사업 최다 실적을 가진 쌍용건설은 수직증축 전용 평면개발을 끝내고 특허 출원을 준비하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재건축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반면 리모델링은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수주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수영 gaea@donga.com·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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