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펙스, 길을 잃다

최지영 입력 2014. 4. 18. 00:15 수정 2014. 4. 18.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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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네트웍스, 지난해 영업적자 50억아웃도어·스포츠 활황 중 홀로 후진워킹화 히트 뒤 후속작 못 만들고나이키·아디다스 공세에 흔들려"W·R 시리즈 새 모델로 반전 노려"

토종 운동화 브랜드인 '프로스펙스'의 위기가 심상치 않다. 이 브랜드를 보유한 LS네트웍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LS네트웍스의 매출은 7710억원으로 전년보다 17.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처음으로 적자로 돌아서 마이너스 50억원을 기록했다.

 불황으로 경기가 안 좋다지만, 선두 아웃도어·스포츠 업체들이 선방한 속에서 LS네트웍스는 거꾸로 가고 있다. 지난해 노스페이스와 영원 등을 만드는 영원무역은 1607억원, 휠라를 만드는 휠라코리아는 981억원, 빈폴아웃도어 등을 만드는 삼성에버랜드(구 제일모직)가 1954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과 대조된다. 사업부문별로 봐도 프로스펙스와 미국 수입 운동화 스케쳐스, 수입 아웃도어 몽벨·잭울프스킨 등이 속해 있는 브랜드 사업부문은 매출까지 지난해 처음으로 뒷걸음질쳤다. 전년보다 6.37% 줄어든 4083억원을 기록했다. 이런 실적 악화의 밑바탕엔 그간 회사의 성장을 이끌던 프로스펙스의 침체가 깔려 있다.

 토종 브랜드 프로스펙스는 수십년간 롤러코스터 같은 부침을 겪었다. 전 주인인 국제상사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운동화 하청을 하다 1981년 토종 브랜드 프로스펙스를 만들었다. 당시 인기는 나이키·아디다스와 자웅을 겨룰 정도였다. 하지만 거센 글로벌 브랜드의 공세 속에 마케팅과 품질 관리에 실패하고, 몇 년간 법정관리가 지속돼 변두리 지역에서 연중 세일을 하는 3류 브랜드로 전락했다.

 상황은 2007년 LS그룹의 E1이 국제상사를 인수해 LS네트웍스로 이름을 변경하며 한때 반전됐다. 2009년 LS네트웍스는 '워킹화'라는 신시장을 만들었다. 워킹화 브랜드 '프로스펙스 W'를 출시해 빅히트를 쳤다. 2010년 LS네트웍스 브랜드사업부문은 50%의 매출 신장률을 냈고, 그 후에도 2012년까지 매년 두 자릿수 고속 성장을 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LS네트웍스 측은 지난해 실적 악화엔 여러 악재가 겹쳤다고 설명한다. "전체 물량의 30% 정도를 생산하는 개성공단 가동 중단 사태의 여파가 컸다"는 것이다. "제때 신제품을 내지 못해 마케팅 적기를 놓친 것도 한 이유였다"고 LS네트웍스 측은 덧붙였다. 공급 물량 부족 사태가 해결됐고, 올해 대표 브랜드 워킹화 W와 러닝화 R 신제품도 잇따라 출시되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보다 근본적인 위기가 닥쳤다고 보는 시선이 우세하다. 한 아웃도어 업체 관계자는 "나이키와 아디다스라는 거대 글로벌 기업을 피해 프로스펙스가 틈새 시장으로 개척했던 '워킹화'에서 아웃도어 업체들의 도전이 거세다"고 말했다. 2010년 이후 거의 모든 주요 아웃도어 업체들이 트레일 워킹화, 도시형 워킹화, 경량 워킹화까지 냈다. LS네트웍스는 이에 나이키·아디다스와 정면승부를 벌여 보겠다며 러닝화 브랜드 '프로스펙스 R'을 2011년 내놨지만 매출은 신통치 않다.

 프로스펙스의 빈자리를 메워줘야 할 아웃도어 브랜드는 더 지지부진하다. 야심차게 시작했던 아웃도어 편집숍 '워크앤토크'는 매출이 안 나오자 지난해 사업 철수를 결정하고 매장을 접었다. 해외에서 호평받는 브랜드 몽벨과 잭울프스킨은 국내에선 아웃도어 매출 10위권에도 끼지 못하는 약체 브랜드다.

 LS네트웍스 관계자는 "한번 연구·개발해 생산하면 수백만 켤레를 한꺼번에 찍어내는 나이키·아디다스와 경쟁하려면 규모를 키워야 하는 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대만 등 한때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해외시장 공략도 숨고르기 상태다. LS네트웍스 관계자는 "일단 올해는 국내시장에서 프로스펙스의 입지를 다지는 데 치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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