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풍자, 개그 찍고 드라마 진출

이혜인 기자 입력 2014. 4. 17. 21:23 수정 2014. 4. 17.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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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데이즈' '정도전' 등 사회이슈 세밀히 다뤄.. 시청자 대리만족 '호응'

드라마들이 정치·경제 등의 사회적인 이슈를 현실보다 더 리얼하게 다루고 있다. < 쓰리데이즈 > < 정도전 > < 골든크로스 > 와 같은 드라마들은 권력의 본질, 현실 경제와 정치가 작동하는 원리 등을 세밀하게 그려 시청자들의 호응을 사고 있다. 드라마 장르가 가진 '허구'의 힘으로 사회적인 이슈를 날카롭게 파고들고 있다.

최근 시작한 KBS2 수목드라마 < 골든크로스 > 는 음모에 휘말린 한 남자의 복수극을 그리고 있다. 극중에서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0년대 후반 해외 투기자본들의 도덕적 해이 등이 등장한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 수많은 금융회사와 은행들이 부실기업이라는 이유로 퇴출당할 때, 은행을 정리하러 온 경제관료 앞에 한 은행의 차장인 강주완(이대연)은 이렇게 외치며 저항한다. "퇴출 안될 은행을 퇴출시키는 게 누군데. 우린 당신들이 하라는 대로 중소기업에 80% 이상 대출해줬어. 그렇게 일한 우리가 왜 퇴출당해야 돼!" 14년 후, 그는 재취업한 은행에서 은행의 가치를 고의적으로 떨어뜨려 외국 자본 세력에 팔아넘기려는 '모피아' 세력을 만나 다시 인생의 위기를 겪는다. 모피아 세력은 그에게 은행의 자기자본 비율을 조작해서 부실기업으로 만들라고 강요한다. < 골든크로스 > 연출을 맡은 KBS 홍석구 PD는 "개인의 삶을 결정하는 것에는 여러 요소가 있지만, 많은 부분들이 고위직들의 결정과 금융과 관련된 움직임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드라마를 통해서 서민의 삶을 결정하는 외적 변수들에 대해서 사람들이 주체적인 시선을 가지고 바라봤으면 했다"고 말했다.

SBS < 쓰리데이즈 > ·KBS1 < 정도전 > ·KBS2 < 골든크로스 >

SBS 수목드라마 < 쓰리데이즈 > 는 대통령의 실종과 암살 위협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을 그리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이야기의 저변에는 북한과 관련된 사건을 조작해 경제적 이익을 얻으려는 재계와 정치계 세력들이 있다.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한 군·재계·정치계 사람들이 담합을 해 진실을 밝히려는 사람들을 탄압한다. 과거의 행동을 뉘우치고 진실을 밝히려는 대통령 이동휘(손현주)는 탄핵 위기에 놓인다. 약 600년 전 고려왕조에서 조선왕조로 교체가 일어나는 시기를 그린 KBS1 < 정도전 > 에서 인물들은 명분과 정의만으로 움직이지 않는 정치판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극중 이성계(유동근)의 "정치라는 게 말이오. 너무 지저분하지 않슴매? 이건 뭐 진흙탕 찜통도 아니고 고려에서 제일 잘난 사람 모여 있다는 곳이 어떻게 이토록 지저분하다 말이오까"와 같은 대사는 현실 정치에 지쳐 있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긁어준다.

그동안 뉴스 외의 영역에서 정치나 시사에 대해 가장 적극적으로 말해온 것은 개그 프로그램과 같은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풍자의 힘을 빌려서 우회적인 비판을 하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개그프로그램에서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것이 자유롭지 못한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드라마에서 '허구'의 힘을 빌려 정치·사회적 이슈를 다루고 있다. 대중문화평론가인 충남대 윤석진 교수는 "사람들이 현실 정치에서 충족되지 않는 부분들을 드라마를 통해 대리 충족하려고 하는 욕구들이 있다"며 "개그 프로그램이 정치를 소재로 삼는 것이 어렵게 되자 드라마가 권력·정치의 본질적인 부분들을 풀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요즘 들어 한국 드라마가 가족 드라마 외에도 추리, 스릴러 등의 장르 드라마를 시도하려고 하는 움직임도 정치 이슈 드라마들이 나오는 배경이 됐다"고 말했다.

<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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