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스펙초월'..100대기업 스펙중시 여전

피용익 입력 2014. 4. 16. 10:31 수정 2014. 4. 16.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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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박근혜정부가 '스펙 초월' 채용을 강조하고 있지만 주요 기업들은 여전히 입사지원서 작성시 학력, 외국어점수, 자격증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을 부착해야 하는 경우도 대부분이었다.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가 16일 발표한 '국내 100대 기업(2013년 매출액 기준) 스펙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채용을 진행한 95개 기업 가운데 89개(93.7%)가 출신 대학을, 77개(81.1%)가 학점을 요구했다. 편입 여부는 27개 기업(28.4%)가 물었다.

입사지원서에서 출신 학교를 요구하지 않는 기업은 6개(6.3%)에 그쳤다. 이들 기업은 구직자가 회사측의 질문에 응답하는 형식의 '역량기반 지원서'를 활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어시험 점수를 적어내라고 하는 기업은 86개(90.5%)에 달했다. 이 가운데 23개 기업은 제2외국어도 요구했다. 어학 점수를 요구한 기업 가운데 25개는 토익, 토플, 텝스 등 특정 시험의 점수를 물었다.

또 37개 기업(38.9%)은 해외 거주 경험(국가, 기간, 이유, 활동내역)을 요구하는 등 외국어 실력이 채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자격증도 중요한 요소였다. 95개 기업 중 87개(91.6%)가 자격증 취득 내역을 요구했고, 컴퓨터 자격증을 추가로 요구하는 기업도 7개(7.3%)로 분석됐다.

이와 함께 대다수 기업들은 직무능력과는 별로 관계가 없어 보이는 외모와 신체조건을 묻는 것으로 드러났다.

95개 기업 중 71개(74.7%)는 지원서에 사진을 부착하라고 했고, 이 가운데 서비스업계에 있는 1개 기업은 전신사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신장, 체중, 혈액형, 시력을 묻는 경우도 다수 있었다.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데도, 44개 기업(46.3%)는 주민등록 번호를 입사지원서 필수항목으로 두고 있었다. 결혼 여부는 16개 기업(16.8%), 종교는 20개 기업(21.2%)이 묻는 등 상당 수 기업들이 직무와 연관이 없는 개인 신상을 요구했다. 부모의 학력과 직업을 묻는 경우도 있었다.

이번 조사는 청년위 2030 정책참여단 소속 김경수(인하대 3)·김미수(광운대 4)·김향지(숙명여대 2)·심요섭(한양대 3) 학생에 의해 지난 2월부터 2개월 간 이뤄졌다.

이들은 보고서에서 청년들의 '스펙 쌓기' 현상에 대해 "처음에는 3대 스펙(학교·학점·토익)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9대 스펙(3대 스펙+어학연수·자격증·공모전·인턴·사회봉사·성형)으로까지 커져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외국어가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직무의 경우 외국어 요건을 삭제하거나 일정 점수 이상이면 통과 △자격증이나 공모전 수상경력은 반드시 필요한 직무에서만 요구 △사진이나 신체조건, 개인정보, 부모의 학력이나 지위 등 구직자 개인 역량과 관련 없는 사항 삭제 등을 제안했다.

100대 기업이 입사지원서에서 요구하는 스펙(표=청년위)

피용익 (yonik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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