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보코' 지세희 "노래 못하는 예쁜 걸그룹 보면.."

2014. 3. 20.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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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투데이 조우영 기자] 뚱뚱한 여자는 달콤한 연애와 거리가 멀 것이란 일부 선입견이 있다. 하물며 연예인에게 외모는 중요한 평가 잣대 중 하나다. 맡은 바 역할에 충실해 자신의 연기력을 꾸준히 증명할 수 있는 배우와 달리, 여성 신인 가수는 외모에 대한 평가가 먼저 나오기 일쑤다. 몇몇 음악 관계자들조차 오롯이 가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보다 눈에 보이는 외모로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현실이다.

이러한 점에서 손해를 보는 가수가 여럿 있다. 엠넷 '보이스코리아' 톱4 출신 가수 지세희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2012년 '보이스코리아' 출연 당시 공개된 그의 몸무게는 99kg. 후덕한 외모에서 나오는 그의 폭발적인 가창력과 애절한 호소력은 '빅마마' 이영현을 떠올리게 해 호평받았다.

그러나 '뚱뚱한' 이미지는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누군가를 만났을 때 인삿말부터가 '살'로 시작해 '살'로 끝난다. 당사자에게는 그 자체가 스트레스일 수 있다. '보이스코리아'를 마친 후 약 1년 만에 정식 데뷔한 지세희를 두고도 화두는 그의 '다이어트' 였다. 몸무게 27kg을 감량하고 나타난 그이기에 피할 수 없는 주제였다.

"자극적인 말에 상처받고 충격받는 성격이 아니에요. 제 다이어트 관련 기사 댓글에 어느 분은 '여전히 돼지 같다. 이제 톨게이트 지났다. 아직 멀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냥 '그래?' 하고 웃어 넘기죠. 사실이니까요. 그런데 제 다이어트 비법이 그렇게 궁금하세요? 더 감량해서 책이나 한 권 써야겠어요. 하하." 지세희는 털털하고 유쾌했다. 워낙 낙천적인 성격 덕도 있지만 그 정도에 흔들릴 내공이 아니었다. 데뷔 전 약 4년간의 언더그라운드 활동 시절 그는 이미 단단히 다져졌다.

"라이브 카페 공연 때 제가 가끔 흥에 겨워 춤을 추곤 하면 손님들이 무대에 돈까스나 먹을 것들을 올려주시곤 했어요. 비아냥이 아니라 제가 농담으로 '그거 맛있겠네요' 이렇게 코멘트를 하니까 자연스럽게 나오는 반응이었죠. 제 성격이 그래요. 크크."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그는 "솔직히 가수로 데뷔하기 전에는 '노래 못하는 저런 아이들도 TV에 나오는데…'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부럽기도 하면서 나는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건가 싶었다"는 게 그의 말이다. 무대에 서지 못하는 전직 보컬트레이너의 비애였다.

생각이 달라졌다. "음악 방송이나 행사 무대를 다니면서 아이돌 그룹 멤버들을 보니까 그들의 고충과 열정을 알았습니다. 대단하더라고요. 당장은 노래 실력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항상 연습해 발전하려하고, 퍼포먼스나 외모 등 자기관리를 통해 자신을 채우려는 노력을 절대 무시할 수 없다는 걸 알았죠. 전 그분들을 따라갈 수가 없어요." 다이어트를 결심한 이유가 이른바 '외모 지상주의'에 대한 자괴감 때문만은 아니었다. 소속사의 권유는 없었다. 지세희 본인의 의지였다. 콤플렉스가 있던 것도 아니다. 헬스 트레이너는 그에게 "가수가 노래만 잘하면 됐지, 왜 그렇게 살을 빼려 하느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매니저한테 미안하더라고요. '나 홍보할 때 창피하지 않느냐'고 물어봤어요. '아니다'고 했는데 제가 뚱뚱하니까 사람들이 '애는 도대체 뭐냐' 할 것 같더라고요. 밉진 않아도 그냥 뚱뚱한 것 자체를 싫어하시는 분도 계시니까요. 그래서 조금 건강한 느낌까지는 만들어보자 했어요. 또 저도 무언가 열심히 노력하고 있단 점을 보여주고 싶기도 했고요." 노래를 부르고 나면 온몸에 알이 베길 정도로 힘을 쏟는 그에게 체중 감량은 득이 아닌 독이 되는 면도 없지 않았다. 그는 "운동으로 (살을) 뺐기에 상관 없을 줄 알았는데 확실히 체력이 좀 떨어지긴 했다. 살이 빠지는 게 아니라 체질이 바뀌는 과정에서 몸이 날 거부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방송 무대에 앞서 병원에 들러 링겔을 맞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지세희는 웃었다. "예전엔 옷을 고르는 게 아니라 맞으면 그냥 입었어요. 예쁜 옷을 입고 싶어도 한계가 있거나 의상 제작비가 많이 들었는데 이제는 스타일리스트가 가장 좋아해요. 쇼핑이 재미 있어지더라고요." 지세희는 다만 "다이어트는 '연애의 적'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연애하면서 맛집 찾아다니는 즐거움을 포기할 수 없어서다. 그렇다고 아쉬운 건 없다. 그는 "슬픈 사랑을 많이 했다. 짝사랑으로 시작해 연애까지 해봤지만 결국 대부분 아프게 헤어졌다"고 털어놓았다.

이번 그의 타이틀곡 '왈칵'의 노랫말에 더욱 관심이 쏠렸다. '왈칵 눈물이 났어/ 울었어/ 참을 수가 없어서 울었어/ (중략) / 한 마디 못하고 널 보내야 했고/ 난 눈물이 났어.' 사랑하는 사람을 잡지 못한 채 울며 떠나 보내는 이의 감성이 담긴 노래다.

"미사리 카페에서 노래하던 시절, 나이가 어리고 경력도 없으니 무시당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취객의 횡포도 만만치 않았고요. 당시에는 그게 싫어서 더 나이 들어 보이게 파마도 하고, 강한 인상을 심어주려 했죠. 사귀던 남자친구가 바람 나도 뭐 그러려니 했죠. 훗." 가수는 노래 따라간다는 속설이 있다. 혹시나 하는 걱정과 아쉬움은 없을까? "데뷔 싱글 '오늘보다 내일'은 사랑 노래였는데 저랑 잘 안 맞더라고요. 저조차 부르면서 공감이 되지 않던 걸요. 하하. 사람이 항상 밝을 수는 없잖아요. 제 노래를 듣고 싶은 분도 언제 어딘가에는 계시겠죠. 스쳐 흘러가는 노래가 아닌, 노래를 찾아서 듣고 싶은 가수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가수 이정과 강타가 지세희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이정은 같은 소속사 선배이자 앨범 타이틀곡 '왈칵'의 프로듀서다. 강타는 '보이스코리아'에서 연을 맺은 제자 지세희에게 처음으로 자작곡을 선물했다. 두 사람이 지세희에게 거는 기대치는 남다르다. 반면 이들의 높은 귀를 만족시켜야 하는 지세희의 부담은 클 수 있다.

"장르를 가리지 않는 완벽한 보컬리스트로 만들어주시고 싶으신 것 같아요. 그간 전 주로 발라드만 불렀는데 안하던 걸 하려다 보니 힘들었죠. 제가 '우물안 개구리'였단 걸 깨닫는 데 오래걸리지 않았어요. 항상 좋은 가르침 주시는 두 분 덕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저를 지켜보고 계시는 많은 분을 실망시키지 않는, '마음을 울리는 가수' 지세희가 되겠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fact@mk.co.kr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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