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절실했던 배우 "'사이코 짱'을 만났죠"

입력 2013. 12. 3. 18:01 수정 2013. 12. 4.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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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선필 기자]

배우 김태윤.

ⓒ 더착한엔터테인먼트

|오마이스타 ■ 취재/이선필 기자|

이제 데뷔한 지 3년이라지만 이 배우, 실력으로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슬슬 입소문이 도는 중이다. 청춘들을 들끓게 하고 있는 드라마 < 응답하라 1994 > 에 단역으로 출연하며 얼굴을 보인 김태윤은 최근 영화 < 네버다이 버터플라이 > 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영화는 성장 드라마 느낌으로 지금 우리 시대의 학생들의 모습을 유쾌하게 풀어냈다. 멀게는 <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 , 그리고 가까이에는 < 파수꾼 > 의 사이 어느 지점에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다소 우울하고 침잠하는 분위기인 앞선 작품들과 달리, < 네버다이 버터플라이 > 는 유쾌한 분위기에서 청춘들의 좌충우돌을 밀도 있게 그려냈다.

서류에서 떨어졌던 오디션, "진짜 하고 싶어서..."

< 네버다이 버터플라이 > 에서 김태윤은 전학생 진명호 역을 맡았다. 재밌는 건 낯선 환경에 주눅이 들다 적응해나가는 일반적인 전학생이 아닌, 오자마자 학급을 뒤흔드는 '사이코'라는 점. 판을 뒤집는 캐릭터인 셈이다.

"캐릭터 설명이 딱 한 단어로 돼 있더라고요. '사이코 짱' 이라고. 전학생이면서 집중력 장애가 있고 천성적으로 왁자지껄한 아이였어요. 이런 사람이 있을 수는 있는데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죠. 그래서 심리학책을 보면서 생각하기도 했고, 꽤 오래 전에 인기를 끌었던 만화책 < 짱 > 을 참고 하기도 했어요."

영화 < 네버다이 버터플라이 > 의 한 장면.

ⓒ 피도안마른녀석들

오디션 준비과정에서 성실성을 발휘했지만 사실 그전에 김태윤은 이 역할 자체에 응시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었다. 1차 서류 오디션부터 떨어졌던 것. 남들처럼 좌절하고 지나칠 수 있었겠지만 김태윤은 장현상 감독을 찾아가 읍소했다. 꼭 해보고 싶던 역할이라는 간절함이 때문이다.

"학교 문제, 청소년 문제에 대한 시각도 담겼고, 독립영화라지만 그 소재를 유쾌하고 재미있게 그린 경우 없는 걸로 알고 있어요. 무엇보다도 진명호가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가 봤던 한국영화에서 그런 캐릭터는 없었어요. 서류에서 떨어지고 진짜 해보고 싶어 감독님을 찾았죠. 제 서류를 못 봤다고 하시면서 기회를 주셨죠. 1%의 확률이라도 있으면 움직이자는 게 평소 생각이거든요."

'범생'에서 '배우'로..."한걸음 한걸음이 노력의 과정이고 싶다"

꿈에 있어서 작은 가능성이라도 보이면 움직이는 그의 행동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사실 중학교 때까지 김태윤은 전교 30등 안에서 놀던 나름 '범생'이었다. 그러다 진학한 고등학교에서 그는 공부보다 배우에 대한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고, 돌연 부모님에게 배우가 되겠노라 선언하고 만다.

"사실 부모님도 더 이상 공부를 강요 못하신 게 고1때 첫 시험에서 제가 전교생 401명 중 300등을 했거든요. 엄마가 참 인자하신 분인데 많이 놀라셨고, 아버지 역시 마찬가지셨죠. 솔직히 전 아버지에게 맞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한 숨을 크게 쉬시더니 '펜만 놓지 말고 하고 싶은 걸 하라'셨죠. 요즘엔 제가 출연 작품마다 보러오세요. 보실 때마다 미소를 짓고는 하시는데 아직 아들 노릇을 제대로 못하고 있지만 그 미소를 크게 짓게끔 하고 싶어요."

"평탄한 길은 한 걸음 자체를 인식하기 어렵지만 외줄 위에서는 한발 한발이 노력이고 성취감이잖아요. 열 걸음 나간 후에 떨어져도 다시 가면 되고요. 제가 그 동안 최종 결과에서 여러 번 떨어지긴 했지만 돌아보니 그 과정에서 많이 늘었더라고요. 제 삶에 있어서만큼은 주체가 되고 싶어요." (김태윤)

ⓒ 더착한엔터테인먼트

배우에 대한 목표를 갖고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진학했다. 알아주는 명문이긴 했지만 사실상 프로의 세계로 곧 진입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교내에서 저예산 영화에 참여하다가 문득 김태윤은 더 큰 물을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방송사를 찾아가 자신의 프로필을 돌리기도 했다. 이때부터 진짜 치열함이 발휘된 셈이다.

"날짜도 기억나요. 2010년 1월 20일이었죠. 그때가 < 하이킥2 > 였나? 그 시트콤 캐스팅이 진행 중이라는 말을 듣고 간 거였어요. 일산 MBC에 찾아가서 관계자 분들 좀 뵙자고 마냥 기다렸죠. 어떤 분은 매니저냐고 묻기도 했는데 전 배우라고 말하면서 프로필이라도 받아달라고 했지만 절대 안 통했어요. SBS도 가서 프로필을 냈는데 거기서는 제 프로필이 종종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더라고요."

시스템을 잘 몰랐기에 할 수 있었던 행동이었지만 그 열정과 숨겨진 재능을 현재의 소속사가 알아 봤다. 신인 배우와 쉽게 계약하지 않고, 배우 선택에 신중을 기한다는 곳에서 대뜸 함께 해보자고 제안한 것. 그렇게 김태윤은 상업영화와 독립영화 드라마를 거치며 여러 경험을 쌓아 가는 중이다.

"어렸을 때지만 위인전이 제 책장의 3분의 1을 차지했어요. 아마 그때부터였나. 뭔가 이루고 싶다는 열망이 강했죠. 물론 평탄하게 사는 것도 어려울 수 있지만 이왕 사는 거 외줄타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평탄한 길은 한 걸음 자체를 인식하기 어렵지만 외줄 위에서는 한발 한발이 노력이고 성취감이잖아요.

열 걸음 나간 후에 떨어져도 다시 가면 되고요. 제가 그 동안 최종 결과에서 여러 번 떨어지긴 했지만 돌아보니 그 과정에서 많이 늘었더라고요. 제 삶에 있어서만큼은 주체가 되고 싶어요."

이제 곧 서른. 김태윤은 자신의 가족, 그리고 사랑하는 여자 친구를 위해서라도 절실함과 책임감이 생긴다고 했다. 그런 그에게 < 네버다이 버터플라이 > 속 명호 같은 인물이 돼 달라는 바람을 전했다. 전학생 신분으로 기존 환경에 새바람을 일으킨 명호처럼 김태윤 역시 그런 배우가 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김태윤의 Thanks To배우 고수와 신하균, 그리고...

인터뷰 시간에 김태윤은 자신이 좋아하고 감동 받은 작품과 배우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전했다. 영화 < 고지전 > 을 통해 함께 만나게 된 배우 고수에 대해서 김태윤은 "인간미에 놀랐다"면서 관련 일화를 전했다. 배역 상 단역으로 땅에 묻힌 상태에서 연기를 해야했던 차에 고수가 직접 담배를 물려주며 이런저런 담소를 전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밖에도 고수는 회식 자리에서도 단역 배우를 챙기며 함께 술과 안주를 나눴다고 한다. 김태윤은 "나중에라도 되고 싶은 선배의 모습이었다"면서 새삼 감회를 밝혔다.

또 한 명의 배우가 있었으니 신하균이었다. 김태윤은 "신하균 선배는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분"이라면서 그에 대한 생각을 막히지 않고 나열해 갔다.

" < 공동경비구역 JSA > < 복수는 나의 것 > 그리고 가수 포지션의 뮤직비디오 등에도 나오셨잖아요. 해맑은 그 눈이 어떨 땐 광기가 어리기도 해요. 그 넓은 스펙트럼이 제겐 모델이 됐어요. 김희선 선배와 찍은 < 화성으로 간 사나이 > 라는 멜로 영화에서 신하균 선배의 눈은 정말 잊을 수 없더라고요. 제 가슴에 항상 남아있는 모습입니다. 극과 극의 캐릭터를 두루 찍을 수 있는 배우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김태윤은 현 소속사 대표를 비롯해 함께 하는 지인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사석에서는 대표님을 형이라고 부르지만 절대로 욕 보이지 않는 배우가 되겠다고 말하곤 한다"며 김태윤은 "항상 챙겨주는 분들에게 감사하고 어떤 오디션이든 신뢰를 저버리지 않는 사람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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