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사운드'가 소름돋았던 앨범 톱31

김관명 기자 입력 2013. 10. 21. 07:21 수정 2013. 10. 2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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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명칼럼]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김관명 기자]

음악적 완성도나 아티스트의 열정을 떠나 '사운드'가 좋은 음악-앨범이란 어떤 것일까. 녹음상태가 좋아야 하고, 악기 연주수준이 높아야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작곡 편곡 프로듀싱 실력이 출중해야 하고, 보컬곡이라면 노랫말의 몰입도가 높아야 할 것이다. 한마디로 오디오 시스템이 고급화할수록 더 감칠 맛는 그런 '소리'가 좋은 '사운드' 아닐까.

예를 들어 에이비슨 앙상블(Avison Ensemble)이 연주한 비발디 '사계'(2009), 혹은 더니든 콘소트(Dunedin Consort)가 연주한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2012. 이상 24비트 192kHz 디지털 마스터링)은 많은 이들이 공감하듯 출중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이같은 '좋은 사운드'는 요즘 동일한 mp3 음원이라도 고가의 헤드폰과 헤드폰앰프, 음원플레이어를 사용하는 팬들이 늘어나면서, 그리고 잘 녹음된 24비트 스튜디오 음원이 조금씩 시장에 풀리면서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면 가요 앨범은 어떨까. 잘 녹음된 명연주를 즐길 수 있고, 엔지니어가 작심하고 제대로 녹음한데다, 또다른 '악기'라 할 보컬의 매력에 빠질 수 있는 2013년의 가요 앨범은 과연 어떤 것들일까. 아무 생각없이 신곡 나오는대로 아이폰 + 이어폰으로 듣던 습관에서 벗어나, 좀더 작정하고 다시 들어본 올해의 가요 앨범들(EP, 정규앨범 이상) 중에서 '사운드'가 좋았던 앨범을 월별로 꼽아봤다. 기본적으로 mp3(16비트 44.1kHz 320kbps) 음원이며 다른 스펙의 경우(24비트, aiff or alac 16비트 CD 리핑)에는 별도 표시를 했다. 참고로 청취환경은 PMC tb2i + 유니슨리서치 Simply Two, 젠하이저 모멘텀 & 비츠바이드레 Wireless + 네임 DAC V-1 조합(두 조합 모두 맥북프로 + 오더바나 플러스 활용)이다. 자, 머리로 생각하기 훨씬 전에 고막이 먼저 알아챘던 그 소름 돋았던 앨범 31장(베스트 사운드 써리원)!

1월

박경환 '다시 겨울'

= 재주소년 출신 박경환의 솔로 1집. 녹음상태가 아주 출중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어쿠스틱 기타 연주가 푸근하다. 공유가 출연한 모 커피CF 삽입곡으로 사용돼 친숙한 2번 트랙 '2시20분', 손가락과 기타 현의 마찰음까지 잡아낸 3번 트랙 'Lonely Boy'의 사운드(여기에 신디사이저까지 배경음으로 가세했다!)는 그야말로 '힐링' 사운드다. '집시 기타리스트' 박주원의 솔로 앨범이 안나온 올해, 그래서 예전 제시 쿡의 기타 연주 음반으로 허기를 달래던 팬들에게는 이 감성 충만한 앨범이 큰 위안이 될 듯.

소녀시대 'I GOT A BOY'(CD)

= 국내 대형 기획사 중 '사운드' 좋기로 유명한 곳은 역시 SM과 YG다. 특히 2009년 나온 지드래곤의 정규 1집 'Heartbreaker'는 오디오 체크용으로 사용해도 좋을 만큼 확연한 양질의 사운드를 뿜어내준다. 올 1월에 나온 소녀시대의 이 정규 4집 역시 스튜디오 녹음에 관한 SM의 노하우가 집약됐다. 1번 트랙 'I GOT A BOY'는 너무 욕심을 낸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다채로운 악기들의 음의 상찬(보컬도 포함해서!)이 아이돌 노래치고는 아주 긴 4분31초 동안 이어진다. 아이돌음반이면 무조건 뮤직비디오가 있어야 한다고 고집하는 편협한 당신을 위한, 소녀시대가 준비한 회심의 사운드 '한방'이다.

하비누아주 '겨울노래'

= 겨울엔 사랑하고 싶다고 읊조리는 20대 청춘들의 아기자기한 사운드 모음집(EP). 보사노바풍의 타이틀곡 '사랑하고 싶어요'에선 일렉 기타가 제법 흥겹고, 2번 트랙 '향기'에서는 가녀린 보컬과 더할 나위없이 환상의 궁합을 펼친 피아노 타건음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 멤버들의 중얼거림까지 집어넣은 4번 트랙 '이 밤이 지나면'에서는 어쿠스틱 기타 현과 보컬의 울림이 겨울 밤바람에 흔들리는 듯한 환청까지. 피아노(전진희), 기타(박찬혁), 드럼(배유림), 베이스(심영주)의 연주도 좋지만, 이들의 사운드를 완성시키는 것은 역시 매력적인 여성보컬(뽐므)의 존재다.

락타이거즈 'Shut Up And Deal'

= 2001년 결성된 고참 혼성밴드가 내놓은 흥겨운 로큰롤 한마당. 첫 곡 'Haunted'를 듣는 순간부터 '에너지 업'이다. 여성보컬 벨벳지나의 목소리도 매력적이지만 기타와 드럼 사운드가 귀에 쏙쏙 박히는 걸 보면 역시 이들은 천상 밴드다. 그것도 한국에선 흔치 않는 로큰롤과 로커빌리, 펑크록까지 아주 능수능란하게 주무를 수 있는. 'Last Plane To Memphis' 'Come Back' 'Electric Travel' 'Psycho' 'Red Hot', 한 템포 쉬고 'Party In The Graveyard'까지 듣고 나면 마음 진정하는데 제법 시간이 걸릴 듯.

2월

물렁곈 'Psychedelik'

= 대편성 클래식처럼 악기마다 아카데믹한 내공을 과시하는 것도 아니고, 지난해 여름에 나온 바비킴 정규앨범처럼 외국 유명 스튜디오의 이국적이며 세련된 분위기가 풍기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 앨범에는 뭔가 끊기 힘든 매력이 가득하다. 그것은 바로 다분히 중성적인 음색과 스캣풍 가창으로 매 트랙을 갖고 노는 물렁곈의 보컬이다. 타이틀곡은 '이상한 토끼를 위한 왈츠'이지만 중독성은 4번 트랙 'Get Out'과 6번 트랙 'Help'가 갑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뮤지션의 정규 1집이라는 칭호는 바로 이럴 때 쓰는 말이다.

윤석철 트리오 'Love Is A Song'

= 피아노(윤석철), 베이스(정상이), 드럼(김영진)이라는 비교적 단출한 구성의 재즈트리오가 얼마나 매력적인 사운드를 들려줄 수 있는지 제대로 보여준 앨범. 정규 2집에서 보여주는 이들의 호흡은 그야말로 기막히다. 'No Matter' 'We Don't Need To Go There' '막무가내' 'Trampoline' '안녕히 주무세요' 등 어느 하나 허투루 들을 트랙이 없다. 1940~50년대 정통 모던재즈 어법에 충실하다가도('막무가내') 어느새 일렉트로닉 스타일에 도전('We Don't Need To Go There')하는 등 파격과 변화가 즐비하고 무쌍하다. '막무가내'의 드럼 솔로에서는 리듬을 탄 아트 블레키가, 'Trampoline'의 피아노 솔로에서는 전성기 시절 듀크 조던 혹은 케니 드류가 떠오른다. 전체적으로 명징한 가을 하늘을 닮은 앨범.

푸디토리움 'New Sound Set'

= 쫀득한 피아노 타격음과 현악 앙상블의 협연을 듣고 싶다면 단연 이 앨범이다. 푸디토리움 김정범(피아노)이 지난해 4월 박스시어터 문래예술공장에서 펼친 공연실황을 라이브 녹음한 앨범인데, 스튜디오 녹음못지않은 정숙한 음의 향연을 즐길 수 있다. 2번 트랙 'Goodbye At The Beginning'에선 첼로(최진선)의 거의 나홀로급 보무가, 3번 트랙 'Thanx'에서는 피아노와 첼로, 비올라(홍성원), 바이올린(김도윤)의 아름다운 협연이 단연 돋보인다. 8분50초짜리 'Improvisation'은 파격미가, 타이틀곡인 'If I Could Meet Again'은 현장에 있던 DJ 수리의 노이즈 이펙트가 눈길을 끈다. 포만감 가득하다.

3월

나윤선 'Lento'

= 유럽에서 극찬과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여성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의 정규 8집. 외국 언론이 자주 써먹는 "더 이상 수식어를 떠올릴 수 없다"는 나윤선의 보컬도 보컬이지만, 타악('Lament'), 기타('Hurt' 'Momento Magico'), 아코디언('Empty Dream'), 베이스('Soundless Bye' 'Ghost Riders In The Sky') 등 각 악기가 주도하는 사운드적 완성도도 훌륭하기 그지 없다. 물론 나윤선이라는 악기의 신출귀몰한 사운드('Momento Magico' 'Ghost Riders In The Sky')는 절대 빼놓을 수 없다. 모 금융회사 CF에서 불러 화제를 모은 '아리랑'도 실려 반갑다. 두고두고 들을 만한 앨범이다. 브라보, 나-윤-선!

4월

곽윤찬 '49'

= 미국에서 녹음했다는 재즈 피아니스트 곽윤찬의 정규 5집. 첫 곡 'Forty Nine'부터 음감용 앨범임을 직감한다. 피아노 타건음은 정확하고 또랑또랑하며 힘이 살아있고, 드럼(비니 콜라이유타)과 베이스(알렉스 알), 퍼커션(레니 카스트로)은 간만에 매력적인 퓨전 재즈를 들려준다. 드럼 비트가 헤드폰을 타고 심장까지 전해지는 'Opening Bell', 이 앨범의 유일한 보컬곡인 'Ever Forever Whenever'(with Brian Mcknight) 등 어디 하나 흠 잡을 데가 없다. 이게 바로 '사운드'라는 것이다. 앨범 재킷은 브라운아이드소울 나얼의 작품.

긱스 'Backpack'

= 2011년 'Officially Missing You'로 음원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렸던 힙합듀오 긱스의 정규 1집. 라이터 켜는 소리에 담배 한 모금 빨아들이는 소리가 첫곡 'Lights On'의 시작을 알린다. 역시 감각이 있는 젊은 친구들이다. 록 스피릿 충만한 2번 트랙 'Wash Away'는 에일리의 시원시원한 보컬을 감상할 수 있는 곡. 7번 트랙 'Getting On You'는 긱스의 랩이 가장 돋보이는 곡으로, 드럼/박수/신디사이저/기타/스크래치 등 여러 악기와 효과음이 매우 활력적이다. (역시 이런 클럽 스타일 힙합곡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스피커 혹은 닥터 드레풍 중저역이 과장된 헤드폰이 필수일 듯!)

김바다 'N. Surf Part1'

= 첫 곡 'N.Surf'. 초장부터 드럼 솔로가 강력하다. 김바다의 록 보컬은 더 파워풀해졌고 왕성해졌다. 자연스레 2번 트랙 'Searching'에서는 헤드폰 앰프 볼륨을 높이게 된다.타이틀곡 '베인'은 김바다 보컬의 끝판왕. 역시 이런 록 음악은 연주도 록스러워야 하지만 보컬 역시 록스러워야 제격이고, 그래야 록 사운드가 비로소 완성이 된다. 그가 올 4월에 내놓은 이 미니앨범은 김바다를 왜 대한민국 최고의 록 보컬리스트라 부르는지 잘 알게 해주는 증좌다. 전체적인 사운드 완성도도 꽤 높다.

선우정아 'It's Okay, Dear'

= 올해 똘망똘망한 여성 보컬 앨범을 두 장 고르라면 나윤선 앨범과 이 앨범(선우정아 정규 2집)을 택하면 된다. 모든 곡을 능숙하게 가지고 논다는 그런 느낌. 그중에서도 4번 트랙 'Purple Daddy'는 이 앨범 최고의 백미. 타이틀곡 '뱁새'에서는 자신감을 넘어 장난기마저 느껴진다. 올드팝 명곡 'You Are So Beautiful'은 선우정아 스타일로 완벽히 다시 태어났다. 갑자기 드는 생각 하나. 원래 노래는 이렇게 불러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사운드? 오디오파일들이 좋아해마지 않는 노라 존스의 2002년 앨범 'Come Away With Me'에 필적한다면 너무 과장일까.

조용필 'Hello'(24비트 96kHz)

= 가왕이 지난 4월 선공개곡 'Bounce'를 선보이며 19집 발매를 알렸을 때만 해도 반신반의했다. 아무리 가왕이지만 그래도 세월이 얼마나 많이 지났는데.. 기우였다. 'Bounce'에 어이쿠, 'Hello'에 화들짝, '걷고 싶다'에 오 마이 갓을 쉴 새 없이 내질렀다. 65세 성대에서 과연 이런 소리가 나올 수 있는 것인지, 'you make me bounce' 이런 파릇한 감성이 어째서 나올 수 있는 것인지. 둔중한 기타 리프로 시작해 탁성 보컬의 정점을 보여준 업템포 곡 '충전이 필요해', 중년 팬들을 위한 힐링송 '어느 날 귀로에서', 이거 너무 하신 것 아닌가요? 33년 전 '단발머리'를 들으며 며칠을 앓아야 했던 중학생의 가슴은 다시 바운스, 바운스 됐다. 음원 사이트를 통해 공개된 mp3와 CD가 있지만, 역시 24비트 FLAC 파일로 전곡이 채워진 앨범을 강추! 2013년 단 한 장의 앨범을 꼽으라면, 단-언-컨-대 바로 이 'Hello'다.

5월

라 벤타나 'Orquesta Ventana'

= 라 벤타나가 2008년 발표한 '향월가'는 지금도 오디오파일들이 자주 '필청곡'으로 선정하는 명품 연주곡이다. 우수에 젖은, 그러면서 가슴은 쿵쾅 뛰는 탱고의 맛은 그저 정형화한 댄스 언저리로만 취급될 성질이 절대 아니다. 올해 5월 나온 이들의 3집은 스케일이 더 커졌다. 첼리스트 이정란의 협주도 들어갔고('Jalousie'), 올해 음반을 내지 않아 많은 팬들이 속상해마지 않는 집시 기타리스 박주원이 피처링에도 참여했다('Adios Nonino'). 포크듀오 10cm가 참여해 산울림의 동명 곡을 리메이크한 '빨간풍선'도 끈적한 당김이 있다. 'Histoire Du Tango - Cafe 1930'은 아코디언과 기타가 아주 제대로 만났다. 품격을 제대로 갖춘 앨범, 이 한 마디면 족하다.

이효리 'MONOCHROME'(CD)

= 간만에 나온 이효리의 정규 5집. '소주병에 더이상 효리가 없고'(1번 트랙 'Holly Jolly')라고 스스로 확인사살(?)을 할 정도가 됐으니, 이효리는 이제 예전의 걸그룹 시절 효리가 아니다. 희망과 달관과 힐링, 그리고 위로와 완숙. 이런 음악 외적인 매력들이 이상하게도 이 앨범 사운드에서도 느껴진다. 선공개곡 '미스코리아'가 역시 유명하고 입에 착착 붙지만, 사운드면에서 보자면 래퍼 빈지노가 참여한 'Love Radar', 신나는 댄스곡 'Bad Girls', 컨트리풍의 '사랑의 부도수표', 로큰롤 기타리프가 돋보이는 'Full Moon'이 필청곡이라 할 만하다. 사운드 완성을 위해 돈 좀 들였을 것 같은(무려 16곡이다!) 그런 앨범이다.

불독맨션 'Re-Building'

= 지난 봄 불독맨션이 EBS '스페이스 공감'에 나온 적이 있었다. 이한철의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솜씨는 여전했다. 이날 무대에서 은근히 대놓고 홍보를 한 앨범이 올 5월에 나온 이 EP 'Re-Building'이었다. 1번 트랙 'The Way'부터 그루브한 펑키 리듬이 쉴 새 없이 청자를 옭아맨다. 'Do You Understand?' '침대'도 필청곡. 경외하라. 불독맨션이 근 10년만에 돌아왔다.

6월

김예림 'A VOICE'(CD) + 'All Right Remix'(24비트 96kHz)

= 김예림의 목소리는 분명, 여느 여성가수와는 다르다. 자타가 공인하는 파워 보컬도 아니고 기막힐 정도로 고음을 잘 뽑아내는 것도 아니지만, 헤어나올 수 없는 그 요상한 마력이 있다. EP 3번 트랙으로 실린 '캐럴의 말장난'은 이러한 김예림표 마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곡. 소녀와 요부 사이에 위치한 듯한, 옅은 필터가 끼인 듯한 김예림의 보컬은 한마디로 21세기 대한민국 가요계에서 희귀성 높은 자원이다. 사운드로만 보자면, 24비트 flac 파일로 듣는 4분2초짜리 'All Right'(East4A Soundful Mix)은 올해 최고의 싱글 커트로 꼽아도 될 듯. 결론 : 김예림은 유일무이한 악기다.

이승철 'MY LOVE'

= 팬들 사이에선 한동안 소문이 무성했다. 이승철 목소리가 예전같지 않다고. 콘서트에서도 힘들어한다고. '보컬의 신'을 의심한 이런 버릇없는 팬들을 향해 이승철이 26년 내공을 축적해 보란듯이 내놓은 신의 한수가 바로 정규 11집 'MY LOVE'다. 미디움템포 팝록('My Love')과 발라드('사랑하고 싶은 날')를 오가는 이승철의 무한 보컬에서는 전율마저 느껴진다. 한 앨범에 버릴 곡이 없다는 표현은 바로 'MY LOVE'를 두고 하는 말이다. 6월에 나온 앨범이지만 요즘 같은 청명한 가을에 들어도 더할나위 없이 좋다. p.s.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당신이 내놓은 수많은 독설과 칭찬, 오롯이 옳다. 이 앨범을 듣고 나니.

크라잉넛 'FLAMING NUTS'

= 그때가 그러니까 IMF 시절이었다. 술에 취한 후배가 목이 터져라 울분 반 스트레스 해소 반 해서 열창한 노래가 있었으니 바로 '말 달리자'였다. 그랬던 크라잉넛이 이젠 '내겐 돈이 필요해'라고 뒤통수를 때린다('Give Me The Money'). 유쾌하게 한방 먹은 그런 느낌? 첫곡 '해적의 항로'부터 빵 터진 흔치 않는 앨범이다. 이들이 구사하는 장르가 펑크록이라고? 틀리셨다. 이들의 장르는 누가 뭐래도 '크라잉 넛'이다. 정규 7집.

7월

모로토브 'Molotov Cocktail'

= 이 하드코어하고 화끈한 힙합 난장 한 판을 즐기기 위한 2가지 방법. 저역 재생 솜씨가 좋은 헤드폰 볼륨을 귀 상하기 직전까지 크게 올리거나, 통울림이 좋은 스탠드마운트 스피커 바로 옆에서(니어필드) 듣거나. 그만큼 중간에 '스톱' 버튼을 누르기 힘들 정도로 사운드적 매력이 가득한 앨범이다. 래퍼 바스코와 프로듀서 제이 키드먼의 프로젝트팀 모로토브는 이 앨범(정규 1집)을 통해 입증했다. 힙합은 타협없이 강해야 하고 거침이 없어야 한다는 것. 그건 사운드도 마찬가지다. 3번 트랙 'The Blaze'도 좋지만, 7번 트랙으로 실린 인스트루멘탈곡도 완전 대박이다. 볼륨을 끝까지 올리고 싶다.

B.A.P 'BADMAN'

= 2번 트랙 'BADMAN'. 미리 헤드폰을 바꾼다. 청음환경상 스피커 볼륨을 최대로 못 울릴 바에는, 콘서트장 타워 스피커 근처가 아닐 바에는, 차라리 닥터드레로 듣는 게 차선이니까. 들을수록 B.A.P의 젊은 에너지가 충만히 다가오는 곡이다. 멋지다. 3번 트랙 'Excuse Me'. 이건 한마디로 오케스트라스러운 댄서블 힙합이다. '사비'부분도 중독적. 어느덧 이번 EP 마지막 6번 트랙 'Hurricane'까지. 아이튠즈 곡 선호도에서 어느새 5곡이나 별 5개를 줬다. 맞다. 격조와 품위를 논하자면 2013년 B.A.P를 넘어설 아이돌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화나 'FANAttitude'

= 지난 여름 치고받으며 '썰전'을 펼쳤던 힙합 디스전에 심신이 피곤해져서일까. 올해 지금까지 나온 힙합 앨범 중에선 화나 정규 2집 'FANAttitude'가 가장 인상 깊다. 일체의 피처링도 없이 단기필마 출사한 화나의 라임과 플로우에는 따뜻함과 위로, 심지어 힐링의 기운마저 감돈다. 못믿으시겠다고? 7번 트랙 '신발끈 블루스'부터 먼저 들어보시압. 도끼, 자이언티, 범키 등 젊은 힙합퍼의 세계와는 다른 별천지를 맛보게 될 것이다. 'Que Sera Sera'는 듣자마자 리플레이 버튼을 누르게 되는 필청곡. 대한민국 힙합은 벌써 이만큼 전진했다.

8월

송나미 앤 리스폰스 '타향살이'

= 실험실로 간 사운드라 할까. 신관웅트리오의 베이시스트 송남현이 이번엔 기타를 잡고 노래를 불렀다. 'Everything' '가지마' '타향살이' 'Not A Dream' 등에서 느껴지는 드럼(신동명), 베이스(황인규), 키보드(조은영)의 앙상블이 낯설면서도 아름답다. 특히 타이틀곡 '타향살이'는 이 프로젝트 팀이 아예 작정하고 여러 '소리'(송남현의 이국적 보컬을 포함해)를 실험하고 있음이 확연하다. 정규 1집.

EXO 'The 1st Album 'XOXO' 리팩키지'

= SM의 신예 보이그룹 EXO의 정규앨범 리팩. 한동안 음원차트를 호령했던 '으르렁' 등 신곡 3곡이 추가됐다. 총 28곡이 수록된 이 앨범을 듣다보면 SM의 물량투입 규모가 그대로 느껴진다. 아이돌 음반이 무슨 사운드? 이런 당신이라면 정말 헛다리 짚으신 거다. 요즘 웬만한 아이돌 음반의 사운드는 평론가들이 극찬해마지않는 인디 록밴드나 포크 듀오 등의 그것과는 아예 '판'이 다르다. 홈메이드에서도 간혹 걸작은 나오지만 사운드도 투자가 있어야 제대로 나오는 법이다.

야야 '잔혹영화'

= 첫 곡 '살인자의 노래' 시작부터 소름이 돋는다. "이제, 집중하세요. 영화가 시작됩니다"라고 차갑게 알리는 그런 느낌. 예전 W & Whales 앨범 'Hardboiled'도 이런 느낌이었는데, 그때보다 훨씬 더 음습하다. 2번 트랙 'Truth'는 노이즈에 효과음, 찰진 기타 리프, 그리고 한꺼풀 뭔가를 씌운 듯한 야야의 보컬이 뒤엉킨 9분11초짜리 대작. 야야의 목소리는 마치 흑백영화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연기'처럼 들린다. 그건 그렇고, 참여 세션을 보니 역시 화려하기 그지없다. 시야(드럼), 고상지(반도네온), 성낙원(색소폰), 그리고 신윤철(기타) 등등. 야야를 몰랐던 팬들이라면 '올해의 발견'이라 할 만하다. 한줄요약? 그룹에서 솔로로 독립한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빛나는 정규 2집!

윤영배 '위험한 세계'

= 타임머신을 타고 1970년대 후반~80년대 초반, 그러니까 대학가요제가 열리고 이들 캠퍼스 밴드들이 가요신으로 속속 유입되던 무렵으로 돌아갔다. 어법, 어투, 세계관, 심지어 분위기까지 모든 게 낯익다. 더욱이 일견 세련과 시크의 정점을 달리는 듯한 사운드 한 구석에는 이치현과 벗님들, 송골매 등의 그림자가 유영한다. 첫 곡 '자본주의'는 그래서 반갑다. '선언' '백년의 꿈' '점거' '위험한 세계'로 이어지는 트랙을 듣다보면 더 반갑다. 이들 곡의 노랫말이란 게 대충대충 팔짝팔짝 뛰어보자는 요즘 곡들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윤영배라는, 세상에 단 한 사람만이 들려주고픈 절실한 '말'이 살아있는 것이다. 예전 노래는 가사가 좋았다는 말이 역시 괜한 말이 아니다. 그렇다. 요즘은 이런 노래, 이런 앨범이 없어도 너무 없다.

9월

지드래곤 '쿠데타'(CD)

= 기다려마지 않았던 지드래곤의 정규 2집. 솔직한 평가를 내리자면 1집보다는 못하다. 그래도 지드래곤이고 YG가 들려주는 사운드는 명불허전이다. 무너진 유럽고성에서, 그것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수도사들 한가운데서 부른 듯한 '쿠데타', 피처링한 여성 보컬이 잠시 긴장을 풀어주는 'R.O.D'와 'Black', 이번 앨범 중 가장 댄서블한 곡 '삐딱하게'... 다시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동시에 새삼 깨달았다. 2009년 지드래곤 1집은 정말 대단한 아티스트의 더 대단한 앨범이었다는 것을.

10월

김목인 '한 다발의 시선'

= 싱어송라이터 김목인의 정규 2집. 하도 정신없이 발표되는 디지털싱글의 홍수 때문에 '유기체'로서 앨범의 매력을 잊었다면, 이 앨범이 그 기억력을 회복시켜줄 것이다. 1번 트랙 '지망생'부터 12번 트랙 '흑백사진'까지 들어봐야 김목인이 무엇을 말하고 들려주려는지 비로소 알 수 있다. 아, 이런 게 앨범이란 것이었지. 한 곡 끝나면 다음 곡이 무엇이 나올지 몸이 먼저 알았던 그 예전 앨범의 추억! 매 트랙 읊조리는 듯한 김목인의 보컬 옆에서 차분히 들려나오는 클래식 기타, 피아노, 클라리넷, 베이스, 바이올린 등 다양한 악기의 사운드 듣는 즐거움도 매우 크다. 악기별 녹음용 마이크가 교과서적으로 자리잡은 것 같다.

바닐라 어쿠스틱 '2nd Part 2'

= 올해 2장으로 나눠 낸 바닐라 어쿠스틱의 정규 2집 2번째. 첫 곡 'Love Is Over'부터 고막이 한없이 섬세하게 반응한다. 남녀보컬, 기타, 드럼 정도인데 음의 가닥수가 무지 많다. 그러면서도 멜로디가 분명하니 금세 익숙해진다. '사랑 둘 이별 하나', 조금은 뒤쪽으로 떨어져 있는 아코디언 소리가 아련하다. '헤픈 남자', 이러면 반칙이지 싶을 정도로 꽉 찬 사운드와 친숙한 멜로디가 쉴 새 없이 흘러나온다. 한마디로 입에 붙고 귀에 붙는다. 4번 트랙 '헬로, 안녕'은 요즘 가을 하늘을 닮은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가 일품이다. 아주 무더운 여름 한 낮만 빼고는 사시사철 낮과 밤 언제 들어도 좋을 그런 앨범이 탄생했다.

아이유 'Modern Times'

= 박주원의 힘입고 반가운 기타 사운드가 첫 곡 '을의 연애'를 활짝 열어제친다. 오, 집시 사운드! 2번 트랙 '누구나 비밀은 있다'는 단박에 호소한다. 나는 라틴 계열 뮤지컬 OST라고! 타이틀곡 '분홍신'에서는 옛날 흑인 빅밴드가 연주하는 스윙시절로 올라간다. 이런 흥겨운 업템포라니! 이제 슬슬 드는 생각. 아, 아이유와 로엔이 아예 단단히 작심을 했구나. 이후 최백호도 만나고 양희은도 만나고 샤이니의 종현도 만난다. 그리고 이런 다층적인 매 트랙을 완성시키는 것은 어느새 이만큼 성숙해지고 차분해진, 조금은 세상을 안 듯한 아이유의 보컬이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아이유의 정규 3집. 최고다, 아이유!

이루마 'Blind Film'

= 이루마의 이 정규 8집을 제대로 듣기 위해 야밤을 기다렸다. 처음 mp3를 다운받은 대낮, 아무 생각없이 5번 트랙까지 듣다가 중간에 황급히 스톱 버튼을 눌렀다. '아, 이건 이렇게 들을 앨범이 아니다.' 주위가 적막하고 고막이 민감해지고 나서야 스피커로 먼저 5번 트랙 'Piano Quartet No.1 In A Flat'을 듣는다. 아, 첼로였구나. 그동안 잊고 살았던 게 이 첼로 소리였구나. 이어지는 바이올린과 비올라, 이 모두를 받쳐주는 이루마의 피아노. 음악이 끝나면 정신이 멍해진다. 더 놀라운 건 이게 16비트 mp3 음원이라는 것. 역시 스펙은 중요한 게 아닐지 모른다. 녹음과 연주 상태가 백천배 중요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데 몰표! 6번 트랙 'Prelude in G Minor'는 때론 샘물 같고 때론 비타민 음료 같은 피아노 솔로에 흠뻑 취할 수 있는 곡. 막판 첼로 마무리도 장중하다. 이루마, 이 소름 어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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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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