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워의 축구다워] 불쾌지수 높이는 애매한 판정, K리그는 폭발직전

풋볼리스트 2013. 7. 22. 14:17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애매한 판정과 더 애매한 제도로 인해 불만이 쌓여가는 K리그

[풋볼리스트] 인천 유나이티드의 골키퍼 권정혁은(35)은 21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K리그 클래식 17라운드 경기에서 새로운 역사를 썼다. K리그 통산 6번째 골키퍼 득점과 최장거리 골 기록을 쏜 것이다. 대기록을 남겼지만 그는 웃을 수 없었다. 경기의 결과를 결정짓는 애매한 판정을 바로 눈 앞에서 확인했기 때문이다.

후반 20분 인천의 최종환은 페널티라인 안에서 돌파를 시도하는 마라냥의 드리블을 슬라이딩 태클로 차단했다. 먼 곳에서 잡은 중계 화면으로 보면 파울을 선언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해 보이는 태클이었다. 하지만 송민석 주심은 휘슬을 불어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최종환을 비롯한 인천의 선수들은 격하게 흥분하며 항의했다. 항의하는 과정에서 김봉길 감독은 아예 경기를 그만두려는 듯 선수들을 불러 모으는 제스쳐를 취하기도 했다. 결국 그는 퇴장 당해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경기가 끝난 후 김봉길 감독은 다소 누그러졌다. "중요한 경기라 과하게 반응했다"며 판정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페널티킥이 선언된 순간 격하게 반응했던 것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연맹의 규정에 따라 경기 후 판정에 대해 언급할 경우 따라오는 징계를 의식한 발언이었다.

K리그 감독들은 심판 판정에 불만을 제기할 경우 500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이운택 심판위원장은 22일 오전 '풋볼리스트'와의 전화통화에서 "국제축구연맹(FIFA)를 비롯한 축구 선진 리그에서는 모두 이렇게 하고 있다. 매 경기 판정에 대해 불만을 제시하면 얼마나 많은 불만이 나오겠나"라고 설명했다.

이해할 수 있지만 공감하기는 쉽지 않은 대목이다. 굳이 감독이 언급하지 않아도 팬들 사이에서는 논란이 일어난다. 이미 인천팬들은 구단 홈페이지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판정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감독의 발언을 막는 것은 논란을 넘기겠다는 뜻으로만 비쳐진다. '해결'보다는 '모면'에 집중하는 셈이다. 이미 구단과 감독들 사이에서는 이에 대한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 공개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오가고 있다.

이 위원장은 페널티킥을 선언한 장면에서도 큰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공을 먼저 건드렸다고 해도 선수에게 위협이 될만한 속도로 달려와 태클을 했다. 파울이 될 수 있는 요소다. 내가 현장에서 보기엔 페널티킥이 맞았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보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단언할 순 없는 입장이다. 이 위원장은 "서울에 올라가면 동영상 분석을 할 것이다. 이후 좀 더 자세히 확인해보겠다"라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페널티라인 안에서는 심판들도 좀 더 신중하게 휘슬을 분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송민석 주심의 페널티킥 선언은 선수들도, 감독도, 팬들도 하나 같이 공감하지 못하는 판정이었다. 심지어 상대팀인 제주의 박경훈 감독조차 김봉길 감독의 입장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고 했을 정도였다. 이 위원장의 말한 반칙규정에 따르더라도 휘슬을 불기에는 애매했던 게 사실이다.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오심이 확정될 경우 징계도 가능하다. 하지만 징계 여부는 알 수 없다. 심판 징계는 외부로 알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공개하면 부작용이 더 크다. 심판들이 위축돼 제대로 된 판정을 내리기 더 힘들어질 것이다. 지금 공개하지 않아도 징계를 받은 심판들은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안 하는 편이 낫다고 본다"라고 단언했다.

심판은 그런 자리다. 무한한 책임감과 부담감을 갖고 한 번의 휘슬을 불어야 한다. 정확하고 공정하게, 그리고 단호하게 판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페널티킥 판정은 더 그렇다. 판정 하나가 가져올 나비효과를 생각해야 한다. 휘슬을 한 번 분 게 다가 아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인천은 승점 2점을 잃었다. 이 과정에서 항의를 하다 경고를 받은 김남일, 이윤표, 안재준은 다음 경기에 무더기로 출전하지 못한다. 선수들과 감독, 구단이 느끼는 압박감은 심판의 그것과 비교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심판을 비롯해 구단의 모든 선수들과 감독은 K리그라는 한 배를 탄 동업자와 같다. 서로 믿고 조력해야 하는 관계다. 서로 으르렁 거리며 싸우는 건 좋을 게 하나도 없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에게 맞는 제도가 필요하다. 지적할 건 확실하게 지적하고, 알릴 건 공개적으로 알려야 한다. 지금의 제도가 남기는 건 찝찝한 '뒤끝'뿐이다. 쌓이면 언젠가는 곪아 터진다. 지금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보는 게 힘겨운 이유다.

글= 정다워 기자사진= 제주유나이티드 제공

::: 정다워는 풋볼리스트 취재팀의 막내다. 하지만 막내답지 않은 눈썰미와 통찰력을 지녀 선배들을 긴장시킨다. < 정다워의 축구다워 > 는 K리그 클래식과 챌린지, 국내축구와 유럽축구를 가리지 않는 저돌적인 칼럼이다.

Copyright © 풋볼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