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정상회담] 韓·中, 경제만큼 정치·안보도 성숙한 '政熱經熱(정열경열)' 관계로

베이징 2013. 6. 28.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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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비전' 만들어 양국 관계 업그레이드.. 이례적 '이행 계획' 만들어 전방위 협력 내실화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7일 합의한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에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쳐 광범위한 내용이 담겼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 집권 5년만 생각한 게 아니고 올해 수교 21년을 맞는 한·중 관계의 향후 20년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했다. 실행에 옮겨진다면 한·중 관계가 질적으로 업그레이드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한·중 관계는 무역은 활발하지만, 정치적으로는 심화되지 않은 '정냉경열(政冷經熱) 관계'로 평가됐는데, 정치·무역이 모두 성숙한 '정열경열(政熱經熱) 관계'로 들어설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여러 채널로 외교·안보 대화 추진

우리 측은 이번 정상회담의 목표를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의 실질화'로 설정했다. 그 결과물이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인 셈이다. '공동성명'은 양국 관계의 전개 방향이 포괄적으로 담긴 본문과, 실행 계획으로 채워진 부속서로 구성됐다. 이 같은 형식의 공동성명은 한·중 간에 전례가 없다. 두 정상은 △정치·안보 분야의 전략적 소통 강화 △경제·사회 협력 강화 △인문(人文)분야 유대 등 다양한 형태의 교류 증진을 3대 중점 방안으로 설정했다.

주목되는 것은 '전략대화의 포괄적 강화'를 뒷받침하는 실행 방안들이다. 먼저 정상 및 지도자 간에 빈번한 상호 방문과 회담, 서한 교환, 특사 파견, 전화 통화 등의 방식으로 상시적 소통을 추진하기로 했다. 김흥규 성신여대 교수는 "중국에서 외교를 책임지는 국무위원과 대화채널은 우리가 계속 신설하자고 주장했지만 중국이 거부했던 것으로, 이번 회담의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간의 대화체제 구축, 외교장관 상호방문 정례화 및 핫라인(Hot line) 구축, 외교차관 전략 대화 연 2회 개최도 포함됐다. 외교안보 대화, 정당 간 정책대화, 국책연구소 간 전략대화도 추진키로 했다.

◇두 정상 "한·중 FTA협상 진전 지시"

공동성명과 부속서에는 정치 분야 외에도 △경제·통상 협력 △인적·문화 교류 △영사 분야 협력 △국제무대에서의 협력에서도 다양한 세부 방안을 담았다.

그 밖에도 거시경제정책 공조, 국제금융 위기 공동 대처 등 협력을 강화하고 정보통신, 에너지, 환경, 기후변화에서 협력 사업을 해나가기로 했다. '문화 융성'을 핵심 국정 목표로 설정해 놓고 있는 박 대통령은 '인문(人文)' 분야 교류에 강한 의지를 보였는데 이 역시 상당 부분 반영됐다.

'역사연구 관련 상호교류 및 협력, 식품의 안전 확보 및 위해 요인 차단 협력의 강화'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중국의 한국 고대사 왜곡, 한국에 수출되는 중국산 식품의 안전성 문제 등으로 정상회담에서 다루기엔 껄끄러운 주제들이었으나 이번에 대화의 단초가 마련된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또 "최근에는 역사 및 그로 인한 문제로 역내 국가 간 대립과 불신이 심화되는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데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는 일본 정치인들의 과거사 왜곡 문제를 간접적으로 지적한 것으로, 일본의 정치권이 잘못된 방향으로 갈 경우, 한·중 양국이 공동 대응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정종욱 동아대 석좌교수(전 주중 대사)는 "이번 회담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진전이 있었다"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린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수교 21년 만에 미래비전 채택

한·중 양국은 1992년 8월 수교, '우호협력' 관계를 맺은 후, 지난 21년간 평균 5년에 한 번씩 상호 관계를 업그레이드하며 착실히 발전해 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8년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과 정상회담을 했을 때 '협력 동반자'로 높아진 관계는 2000년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전면적 협력' 관계가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며 이것을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끌어올렸고, 이명박 전 대통령도 2008년 후 전 주석을 만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의 격상을 이끌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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