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돈방석에 앉힌 테니스 마케팅의 대가

최형철기자 2013. 5. 6.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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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엣 ATP총재, 루게릭병 사망

전세계 프로테니스 선수들이 큰 별을 잃고 슬픔에 잠겼다.

브래드 드루엣(호주) 남자프로테니스협회(ATP) 총재겸 집행위원장이 루게릭 병으로 4개월여 투병 끝에 지난 3일 시드니 자택에서 유명을 달리했기 때문이다. 향년 55세. 유족으로 부인과 4명의 자녀가 있다.

드루엣은 지난해 1월 3년 임기의 ATP 수장에 뽑혀 '랭킹시스템 도입 40주년 기념' 등 매머드 사업을 추진했으나 돌연 찾아온 병마로 꿈을 접어야 했다. 그는 올 1월 호주오픈 개막식에서 불완전한 발음으로 자신의 병명을 공개하며 총재직을 사임한다고 밝혔다.

드루엣은 테니스 선수들이 스포츠 종목 가운데 최고의 상금을 받게 한 일등공신이자 탁월한 마케팅 매니저였다. 그는 실제 4대 메이저대회는 물론 ATP투어 상금을 획기적으로 인상해 선수들을 돈방석에 앉게 한 주역이었다. 그는 앞서 2006년 1월부터 2011년 말까지 ATP 중동ㆍ아시아ㆍ태평양 지역 최고 책임자였다. 이 기간 동안 드루엣은 중국 시장을 적극 공략해 월드투어 파이널 상하이 대회를 2008년까지 다년 계약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월드투어 상하이 대회는 2001년부터 시작됐다. 2003년과 2004년 두 해 만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것을 제외하고 6년간 상하이에서 열려 중국에 테니스 붐을 일으켰다. 2009년부터는 영국 런던으로 무대를 옮겨 개최하고 있다. 총상금 600만달러(65억원)에 챔피언포인트 1,500점이 주어지고 랭킹 8위이내 선수들만 출전할 수 있어 왕중왕전으로 불린다.

CNN과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외신들은 6일 드루엣의 오비추어리(부음기사)를 비중 있게 다루면서 드루엣의 선수시절 최고랭킹은 34위에 불과했지만 ATP집행부에서의 헌신적인 노력은 이를 훨씬 뛰어넘는다고 보도했다. 드루엣의 현역시절 성적은 단식 2회 우승이 전부였다. 메이저 대회도 호주오픈 8강 진출이 최고였다.

선수로서 빛을 보지 못하고 1990년 은퇴한 그는 한 동안 TV에서 테니스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다가 ATP측과 인연을 맺어 발군의 마케팅 능력을 뽐냈다.

노박 조코비치, 로저 페더러, 라파엘 나달 등 톱 랭커들도 한 목소리로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페더러는 "드루엣은 단지 ATP총재였던 것이 아니라 ATP위원회내에서 선수들의 권익을 대변한 선수였다"는 글을 ATP웹사이트에 올렸다. 나달도 "드루엣은 테니스에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라며 추모했다. 여자프로테니스(WTA) 스테이시 앨러스터도 총재도 "파격적인 상금인상은 드루엣을 오랫동안 잊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WP에 말했다.

한편 ATP는 조만간 집행위원회를 열어 후임 총재를 선출할 예정이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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