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람을 수렁에 넣는다"
막장 인생들이 모여 남몰래 투견을 하는 도시 한구석. 투견장 주인인 이씨는 '돈 때문에' 자신의 큰아들을 마약범으로 신고한다. 중국에서 팔려온 칼멘은 북한 아낙이지만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 중국인 취급을 받으며 모든 사건을 지켜본다.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서로를 수렁에 빠트리고,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서로가 서로를 죽여 텅 빈 투견장에는 주인 없는 개들이 실려와 울음소리를 낸다. 연극 < 농담 > 은 투견판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탐욕을 드러낸다. 극중 인물인 칼멘이 써내려가는 문장은 이 연극의 주제를 잘 보여준다. "싸람이 싸람을 수렁에 옇는다(사람이 사람을 수렁에 넣는다)."
작가는 2007 대산창작기금 희곡부문 수혜작 <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 < 남은 집 > 을 쓴 정영욱씨. 5년여 만에 신작을 선보인다. 대사가 은유적이고 풍자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연출자는 카이로국제실험연극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김낙형씨. 극작가이기도 한 김씨는 작가와 협업을 통해 대사와 장면을 재배열했다. 비인간적인 사건을 통해 연극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인간 사회는 서로 물고 뜯기는 투견판과 무엇이 다른가.'
서울시 창작공간 남산예술센터가 2013년 시즌에 자체 제작한 첫 번째 작품으로 4월9일부터 28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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