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이브 극장가 덮칠까, 초대형 재난영화 '타워' UP&DOWN

2012. 12. 21.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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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김지훈 감독과 '영화계의 큰손' CJ엔터테인먼트는 각별한 인연이 있다. 2007년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김 감독의 '화려한 휴가'는 관객 730만명을 동원했다. 업계 1위면서도 내세울 흥행작이 없던 CJ는 비로소 자존심을 세웠다. 2009년 1000만 관객 영화 '해운대'가 나오기 전까지 CJ의 최고 흥행 기록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김 감독과 CJ는 악몽을 꿨다. 총제작비 117억원가량을 쏟아부은 국내 첫 3차원(3D) 상업영화 '7광구'가 손익분기점(약 335만명)에도 못 미친 242만명에 그친 것이다. CJ와 김 감독이 명예회복에 나선다. 순제작비 110억원 안팎의 재난영화 '타워'(25일 개봉)다. 컴퓨터그래픽(CG) 등 후반 작업에만 10개월을 공들였다. 올 개봉작 중 가장 많은 돈을 썼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서울 여의도 108층짜리 초고층 빌딩 타워스카이에서 일어난 화재 속에서 삶의 희망을 놓지 않으려고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타워'가 한국형 재난영화의 기치를 올렸던 '해운대'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한 꺼풀 벗겨 봤다.

■UP

재난 영화의 성패는 얼마나 사실적인 볼거리와 촘촘한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런 의미에서 '타워'는 짜임새 있는 구성과 고도의 컴퓨터그래픽(CG) 작업으로 기대 이상의 완성도를 보였다.

모두가 즐거워하는 크리스마스 이브, 108층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 타워스카이에서 발생한 화재 참사를 소재로 한 영화는 사건이 발생하게 된 이유부터 발화점을 찾아가는 과정은 물론 2차적 재난인 건물 붕괴까지 고층 빌딩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을 사실적이고 구체적으로 그려 나가면서 몰입도를 높인다.

갑작스러운 화재로 고층 건물에 갇힌 사람들과 그들을 구하려는 소방관들의 애타는 사연도 적절히 배치됐다. 딸과 단둘이 사는 시설관리 팀장 이대호(김상경)와 자신을 짝사랑하는 대호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푸드몰 매니저 서윤희(손예진), 결혼 후 처음으로 아내와의 크리스마스 이브 데이트를 약속한 소방대장 강영기(설경구), 로또에 당첨돼 '타워스카이'에 입주한 김 장로(이한위) 등이 생사를 건 위기의 순간을 아슬아슬하게 헤쳐 나가는 과정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타워'는 물을 소재로 한 '해운대'와 많은 부분에서 비교되는 작품이다. 하지만 상영 시간의 절반 이상이 지나서야 재난 장면이 등장하는 '해운대'와 달리 '타워'는 초반 시작 30분 뒤부터 본격적인 전개가 시작된다. 전반부가 불로 인한 재난에 집중했다면 후반부에는 붕괴를 지연시키기 위해 수조 탱크를 열면서 엄청난 양의 물과 사투를 벌이는 장면을 보여주는 등 단조로움을 피했다. 실사와 CG를 적절히 섞어 실재감을 높인 것도 '타워'의 장점이다. 총 100억여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타워'의 화재 장면은 세트장에서 실제로 뜨거운 불 속에서 촬영됐다. 총 3000컷 중 CG로 처리된 분량은 약 1700컷에 이르지만 후반 작업에만 1년 가까이 매달린 탓인지 크게 어색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대한민국 최상류층이 산다는 타워스카이도 흥미롭게 그려진다. 구출되는 순간에도 특별 대우를 받으려는 사회 고위층의 볼썽사나운 선민의식과 자신의 욕망 때문에 무리하게 일을 밀어붙이는 타워스카이 조사장 역을 맡은 차인표의 연기도 눈길을 끈다.

■DOWN

가장 행복한 순간에 자연 재앙이 덮쳐 온다. 이기적인 본능에 충실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른 삶을 구하려고 생명을 내던진 이도 있다. 재난 블록버스터의 문법이다. '트위스터'(1996) '볼케이노'(1997) '아마겟돈' '딥임팩트' '타이타닉'(1998) '퍼펙트스톰'(2000) '투모로우'(2004) '2012'(2009) 등이 그랬다. 한국형 재난영화의 새 장을 연 윤제균 감독의 '해운대'도 다르지 않다. 재난 속에 더욱 애틋해진 인간관계가 있고, 희생을 담당하는 캐릭터일수록 행동의 당위성을 공들여 묘사하는 게 당연하다. 그래야, 뻔하다고 흉보면서도 눈물을 흘리고 감동을 한다.

'타워'에서 화마(火魔)와 맞서 싸우는 중심에는 전설적인 소방대장 강영기(설경구)와 타워스카이 관리팀장 이대호(김상경)가 있다. 영화 후반부로 접어들면 관객은 직감할 터. 둘 중 한 명에게 '숭고한 임무'가 주어지리란 걸 말이다. 그런데 김 감독은 두 주인공의 사연과 캐릭터를 설명하는 데 인색했다. 이대호는 영화 중반부까지 사랑하는 여인 서윤희(손예진)와 딸(조민아)이 불구덩이 속에 고립됐기 때문에 그나마 동기 부여가 됐다. 하지만 강영기 대장은 투철한 사명감과 카리스마뿐. 아내와 가족에 대한 미안함이나 과거의 실패담 등은 없다. 설경구의 열연만으로 극복하기에는 시나리오상의 캐릭터가 너무 전형적인 셈이다.

예기치 않게 재앙의 한복판에 떨어진 인물들의 관계도 밋밋하다. 이대호와 그의 딸, 서윤희를 중심으로 청소부 아줌마와 아들(권현상), 조리사(김성오)와 여자 친구, 윤 노인(송재호)과 정 여사 등이 등장한다. 왜 그들이 애틋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묘사는 건너뛰었다. 관객이 이들의 공포와 고통, 슬픔에 공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뜬금없이 툭툭 등장하는 유머 코드도 불편하다. 수영장에 몸을 담그고 '지옥 불기둥에 주의 천사를 보내 주소서'라고 기도하던 김 장로(이한위)와 교인들 앞에 소방관 병만(김인권)이 나타나자 "할렐루야."를 외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감초 조연의 대명사 박철민과 김성오, 김인권 등이 몇 차례 웃음을 유도하지만 시사회 반응은 담담했다.

임일영·이은주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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