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트집 잡고 신상 털기만.. 대한민국 '미래'가 실종됐다

김정곤기자 2012. 11. 30.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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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한 선거판선거운동 사흘 내내 "실패한 정권의 실세" 서로 공격양측 안철수 지지층 흡수 몰두.. 사퇴한 후보가 선거 좌우

18대 대선이 정상 궤도를 이탈해 이상하게 흐르고 있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자마자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각각 상대방을 '실패한 정부의 가케무샤(影武者·그림자 무사)'라고 비난하고 있다. 박 후보는 문 후보를 겨냥해 "실패한 정권(참여정부)의 최고 핵심 실세" "나라를 두 쪽 만드는 후보"라고 공격했고, 문 후보는 박 후보를 겨냥해 "유신독재 세력의 잔재 대표" "빵점 정부의 공동 책임자"라고 몰아붙였다. 또 양당은 상대 후보의 신상과 주변 의혹을 제기하면서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양측은 후보직을 사퇴한 안철수 전 후보의 지지층을 끌어들이는 전략에 몰두하면서 안 전 후보의 움직임에 바짝 신경을 쓰고 있다.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정책 선거는 실종되고, 과거사와 신상 문제를 둘러싼 비방전만 가열되는 양상이다. 또 대선 무대에서 떠나간 후보가 사실상의 주연이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미래가 아닌 과거가 화두로 떠오른 대선

공식 선거운동 사흘째인 29일에도 양 캠프는 참여정부 실패론과 이명박 정부 실패론에 매달렸다. 새누리당은 부동산 정책 실패와 대학 등록금 급등, 양극화 심화 등을 거론하며 연일 '참여정부 심판론'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과 재정 적자 증가, 부자감세 등을 공격하면서 박근혜 후보의 공동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선거운동 첫날 두 후보가 각기 상대방을 '실패한 정권의 핵심'과 '유신 독재 잔재의 대표'라고 비방하면서 '박정희 대 노무현'으로 흐르던 프레임이 다소 조정된 것이다. 하지만 선거 구도는 여전히 상대방을 실패한 과거 정권에 가두려는 네거티브 캠페인에서 한발도 나아가지 못했다.

이와 함께 양측은 신상 털기 방식의 네거티브에 몰두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최근 문 후보의 TV광고에 등장하는 명품 의자를 문제 삼아 "서민 후보가 아니다"고 맹공을 퍼부었고, 민주당은 박 후보의 재벌 기업 측근 명단까지 공개하며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은 가짜"라고 공세를 폈다.

이에 따라 미래 비전이나 정책 비교·검증은 자연히 사라졌다. 주요 후보의 TV 토론 기회도 중앙선관위가 주최하는 3회로 그칠 가능성이 높아 유권자의 눈으로 두 후보의 자질, 능력, 정책, 이미지를 직접 검증할 수 있는 기회조차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선거전이 과거로 퇴행하면서 유권자의 선택권이 박탈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전 후보가 좌우하는 선거

더욱 큰 문제는 안 전 후보가 선거전의 블랙홀이 됐다는 점이다. 안 전 후보가 사퇴한 이후 두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양 캠프는 안 전 후보 지지층을 흡수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안 전 후보가 사퇴하면서 지지층의 55% 가량은 문 후보로 이동하고 20%는 박 후보에게 넘어갔지만 25% 안팎이 부동층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마치 안 전 후보가 없으면 선거도 치를 수 없다는 듯 안 전 후보의 지원에 목을 매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안 후보에게 당권을 넘겨서라도 지지를 끌어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은 안 전 후보의 새정치 바람을 껴안는 한편 안 전 후보와 민주당의 틈새를 벌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안 전 후보의 지지층을 끌어들이는 한편 민주당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다. 한 정치 평론가는 "죽은 제갈공명이 산 사마중달을 쫓아내는 격"이라고 논평했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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