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이중간첩 누명쓰고 사형 당한 북파공작원 반세기 만에 '무죄' 선고

2012. 10. 22. 19:1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중간첩'이란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북파공작원에게 법원이 반세기 만에 무죄를 선고했다.

1955년 북한에 침투해 특수임무를 수행하던 심문규씨는 북한군에 체포됐고, 1년 7개월가량 대남 간첩교육을 받고 1957년 다시 남파됐다. 그는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자수했다. 당시 민간인 신분이어서 육군첩보부대에는 수사권이 없었지만 육군첩보부대는 563일간 심씨를 불법 구금한 채 신문하고 북한 관련 정보를 입수했다. 심씨는 1961년 중앙고등군법회의에서 위장자수 혐의(국방경비법 위반)로 사형을 선고받고 곧바로 형이 집행됐다.

심씨의 가족은 2006년 4월에야 심씨가 사망한 사실을 알았고,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위원회는 재심을 권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이원범)는 22일 심씨의 아들(63)이 청구한 재심에서 고인이 된 심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수사 서류를 검토한 결과 심씨가 위장 자수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충분한 증명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체계가 성숙하기 전의 일이더라도 사법부가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재심을 심리한 재판부가 죄송함과 안타까움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며 "심씨가 떳떳한 대한민국의 일원이었다고 선고함으로써 심씨와 유족의 명예가 일부라도 회복되기를 빈다"고 덧붙였다. 법정의 유족들은 눈물을 흘렸다. 심씨의 아들은 판결 직후 "아버지 시신이 어디로 갔는지 정부가 아직도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며 "나도 나이가 많고 힘든 점을 감안해 검찰 측이 항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goodnewspaper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