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유출 5일째..주민 수백명 두통·구토 치료

구미 | 최슬기·이혜인 기자 2012. 10. 2. 21:4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구미 사고, 2차 피해 심각.. 벼 말라죽고 가축 이상 증세하천·지하수 수질오염 검사

경북 구미의 불산가스 누출 사고에 따른 2차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달 27일 사고발생 이후 닷새째인 2일 일부 노인들은 여전히 두통 등을 호소하고 있다. 또 각종 농작물은 말라 죽고 있으며, 가축들도 이상 증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이날 환경부 등 당국이 너무 안일하게 대처, 주민 대피령을 일찍 해제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이날 사고 현장에서 200여m 떨어진 봉산리 주민들은 "매캐한 냄새는 대부분 사라졌지만 아직도 일부 노인들은 아침에 일어날 때 구토 증세 등을 호소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사고 이후 두통, 구토 증세 등으로 병원 응급실을 찾아 치료를 받은 주민은 300~400명에 이른다.

시민환경연구소는 "국립환경과학원이 28일 오전 9시30분쯤 사고 현장 반경 50m 지역에서 불산농도가 1ppm 검출됐는데도 오전 10시에 주민 대피령을 해제하도록 한 것은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순천향대 환경보건학과 박정임 교수는 "(환경부는 3ppm 이하는 안전하다고 하지만)작업장이 아닌 일반 생활환경에서는 1ppm이 검출돼도 어린이, 노약자에게는 적절하지 않다"며 "주민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과 건강역학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환경연구소와 대구환경연합은 "인근 주민들을 사고 직후 귀가조치시킨 것은 지역주민들의 건강보호보다는 사고를 졸속·축소 처리하기에 급급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물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구미시와 대구지방환경청은 합동으로 사고 현장에서 1~4㎞가량 떨어진 한천 및 낙동강 본류와 인근 마을 지하수 등의 시료를 채취해 오염 여부에 대한 확인작업을 하고 있다.

농작물 피해도 심각하다. 벼, 대추와 감나무 잎은 물론 심지어 비닐하우스 안의 포도나무도 말라 죽어가고 있다. 이 마을 박명석 이장(50)은 "벼들이 모두 말라버려 수확할 게 없다"며 "수확을 앞둔 비닐하우스 안 포도도 모두 잎이 마르는 등 고사했다"고 하소연 했다. 그는 "소 10여마리는 피가 섞인 콧물을 흘리며 사료도 제대로 먹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고현장에서 500여m 떨어진 임천리 샛터부락도 농작물들이 고사했거나 고사 위기에 처했다. 주변 산의 나뭇잎들도 붉은빛으로 변했다.

구미시가 이날 까지 피해 신고를 접수한 결과 사고 발생지와 가까운 봉산리를 중심으로 농작물 피해가 180건, 농경지 91.2㏊에 달했다.

가축도 29곳에서 1313마리가 콧물을 흘리며 사료를 제대로 먹지 못하는 증상을 보이고 있다. 구미시는 주민들에게 농작물 수확은 물론 농작물도 먹지 않도록 당부했다.

주민들은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박명석 이장은 "국가산업단지에서 일어난 사고인 만큼 정부를 상대로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미 | 최슬기·이혜인 기자 skchoi@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