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산가스의 공포 "하늘에서 고엽제 뿌린 듯.."

2012. 10. 2.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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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두통·메스꺼움 등 2차피해 속출

소와 개 등 가축들도 눈물 흘려

구미 불산가스 누출뒤 주민 400명 "어지럽다"

지난달 27일 경북 구미시 산동면 구미국가산업단지 화공업체 ㈜휴브글로벌 공장에서 일어난 불산(불화수소산) 가스 누출 사고로 인근 주민 수백명이 두통 등을 호소하고 있다. 농작물이 말라죽고 가축들이 기침·콧물 같은 이상증세를 보이는 등 2차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구미시는 사고 발생 닷새 만인 2일까지 산동면 봉산리 등 구미국가산업단지 4단지 인근 주민 396명이 두통·어지럼 증세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4단지에서 500여m 떨어진 곳에서 사는 박아무개(72·여)씨는 "계속해서 속이 메스껍고 어지러우며,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고 호소했다. 봉산리 이장 박명석(50)씨도 "머리가 아프고 목이 따갑지만 아직 병원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 경찰관, 구미시청 공무원 등도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

봉산리 들판에서는 수확을 앞둔 벼가 말라죽었고, 포도·멜론 등 과일도 줄기째 말라 땅에 나뒹굴었다. 소와 개 등 가축 수천마리도 콧물을 흘리고 사료를 먹지 않는 등 이상증세를 보였다. 이웃인 임천리·임봉리에서도 수백년 된 정자나무가 말라죽는 등 비슷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2일 현재 구미시에는 사과·배 등 과수 31.2㏊, 벼 60㏊ 등 농작물 91.2㏊와 소 등 가축 1312마리의 피해가 접수됐다. 봉산리 주민 박현우(32)씨는 "과수원 옆 아카시아 나뭇잎이 오그라들고, 대추나무는 붉게 익어버렸다"며 "마치 고엽제를 뿌려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휴브글로벌은 엘시디(LCD) 제조공정에 들어가는 화학약품 등을 생산하는 업체로, 2006년부터 불산을 생산해왔다. 엘시디나 반도체 등 첨단제품의 세정작업과 주석·납·크롬 등의 도금작업, 주물의 모래 제거, 스테인리스강 표면처리 등에 사용하는 불산은 공기와 접촉하면 연기를 내며 자극적인 냄새가 나는 유독성 가스로 기화한다. 인체에 닿으면 피부와 점막을 심하게 부식시킬 수 있는 위험물질로 분류돼 있다. 특히 높은 농도로 흡입하면 강한 독성을 보여 사람의 경우 간이나 위장 건강을 해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동물뿐만 아니라 식물에도 독성이 크다. 불산은 시간이 지나도 자연 소멸되지 않기 때문에 소방호스 등으로 물이나 알칼리성 수용액을 뿌려 중화시켜야 한다.

고도현 시민환경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독성이 강한 불산 가스에 노출되면 신경조직 손상, 폐부종, 비염, 기관지염 등이 생길 수 있다"며 "구미 4단지 노동자 및 인근 주민 건강조사와 정부 차원의 토양·수질 조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도 "불산에 노출된 주민들의 건강조사를 당장 진행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김충섭 구미시 부시장은 "피해 신고가 접수됐지만 불산 피해에 대한 보상규정이 없어 난처하다"며 "재난지역 지정을 정부에 건의했다"고 말했다.

구미/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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