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가스 누출 직격탄 맞은 구미 봉산리
주민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걱정"
농작물 대부분 고사…가축도 이상증세
주민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걱정"
(구미=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농작물 다 죽은 것 보세요. 무슨 핵폭탄 맞은 것 같지 않습니까."
2일 오전 경북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에서 만난 주민 박창용(57)씨는 흥분한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박씨가 사는 봉산리는 지난 달 27일 불산가스 누출 사고가 난 구미국가산업단지 4단지의 화공업체 휴브글로벌과 100여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이 마을에 들어서자 푸른 색의 식물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마을 입구를 지키는 오래된 느티나무, 집집마다 있는 감나무, 논·밭에 있는 농작물은 잎이 마르는 현상을 보였다. 불산이 얼마나 위험한 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김모(62)씨는 "베트남전에 사용했던 고엽제보다 정도가 심했으면 심했지 덜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고 현장에서 500m 가량 떨어진 밭에는 은행나무 묘목 1천500그루가 모두 누렇게 변했다. 약간 푸른 묘목도 손을 갖다 대자 모두 잎이 떨어져 나갔다.
이 밭 주인 윤모(68)씨는 "대구에 살면서 7년째 여기에 나무를 심어 가꿔왔는데 이렇게 되니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연거푸 담배만 피웠다.
게다가 노지에 심은 포도, 배뿐만 아니라 비닐하우스에 재배한 멜론, 고추, 벼 등도 모두 잎이 말라 죽었다.
마을의 한 축사에는 50여 마리의 소가 콧물을 흘리거나 기침하는 등 이상증세를 보였다.
축사 주인은 "사람이 대피하느라 소들을 전부 두고 갔다"며 "처음엔 별다른 이상증세가 없었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기침을 하거나 피가 섞인 콧물을 흘리고 있다"고 걱정했다.
그는 "그나마 추석 전에 20여마리를 출하했으니까 다행이긴 한데 남은 소는 어디 팔아먹기나 하겠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마을회관 인근에 모인 주민들은 앞다퉈 가스누출 피해를 하소연했다.
김순분(71·여)씨는 "집에 먹을 수 있는 채소가 아무것도 없다"면서 "사고가 나던 날 아무것도 모르고 집에 와서 잤는데 몸에 이상이 생길까 걱정된다"고 털어놓았다.
옆에 있던 한오순(64·여)씨도 "집 안에 있던 이불을 닦으면 반짝반짝 빛나는 물질이 묻어 나오니 어떻게 안심하고 잘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무엇보다 주민들은 올해 농사를 망친 것뿐만 아니라 앞으로 농사를 지을 수 없을 지를 더 걱정했다.
이소분(76·여)씨는 "토양이나 물이 괜찮아지려면 10년이나 걸린다고 하는 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모르겠다"며 "사고를 낸 업체나 구미시가 빨리 대책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sds1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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