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억짜리 이중섭 '황소' 경매 2년만에 일반에 공개

2012. 8. 26.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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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섭, 르네상스로 가세!-이중섭과 르네상스 다방의 화가들'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12월 22일, 부산 대청동 루네쌍스다방에서 전시회가 열렸다. 당시에는 다방이 화랑 역할을 대신했다. 이중섭 박고석 손응성 이봉상 한묵 등 한국미술사에 초석을 놓은 화가들의 모임인 '기조(其潮)' 동인전이었다. 이들은 고난 속에서도 예술의 르네상스를 꿈꾸며 열정을 불태웠다. 그로부터 60년의 세월이 흘러 이들의 작품이 함께 전시된다.

서울 부암동에 새로 들어선 서울미술관(관장 이주헌)의 개관전으로 29일부터 11월 21일까지 열리는 '둥섭, 르네상스로 가세!-이중섭과 르네상스 다방의 화가들'. 전시 타이틀 중 '둥섭'은 이중섭의 이름을 그의 고향인 평안남도 방언으로 표기한 것이다. 전시에는 이중섭을 비롯해 한국 근대미술을 이끈 '기조' 동인 5명과 후배 작가 정규의 작품 등 73점을 선보인다. 출품작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이중섭의 1935년 작품 '황소'다. 2010년 경매에 나와 역대 이중섭 작품 중 최고가(35억6000만원)에 낙찰된 것으로, 경매 이후 일반에 처음 공개된다.

한국 근대화단의 대가 중 한 명이었으나 작품이 대중에 노출되지 않았던 이봉상의 '형제' 등 15점이 출품되고, '산의 화가'로 유명한 박고석의 '소' 등 미공개 작품들도 전시된다.

조형성이 뛰어난 한묵의 '모자상', 정물화 대가인 손응성의 '석류', 목판화와 도예 및 미술비평에 두루 출중했던 정규의 '함' 등도 나란히 걸린다. 전시장 한쪽에는 6·25전쟁 중 전시 공간으로 활용됐던 부산 다방의 모습을 재현해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2층 전시장에서는 김창열 이대원 전광영 변종하 천경자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으로 상설전이 마련된다.

인왕산 자락에 자리 잡은 석파정(石坡亭)과 이 일대 1만3000여평의 부지 위에 지하 3층 지상 3층 규모로 건립된 서울미술관은 1층과 2층을 전시장으로 활용한다. 조선 말기에 지어진 석파정은 흥선대원군 이하응이 별장으로 사용한 곳으로,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26호다. 미술관의 옥상정원이 석파정과 연결되도록 조성돼 그림 감상 후 산책을 겸할 수 있다.

도심에서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서울미술관은 미술애호가인 안병광(55) 유니온약품그룹 회장의 집념으로 건립됐다. 30년 전 한 액자 가게에서 이중섭의 '황소' 인쇄물을 보고 반해 7000원에 샀다. 그는 이를 아내에게 선물하면서 "돈을 많이 벌어서 언젠가 당신에게 이 그림의 원작을 사 주겠소"라고 말했다. 이후 밤낮없이 일하면서 돈이 생기는 대로 그림을 샀다. 그동안 그가 사 모은 작품은 100여점. 이 가운데 이번 전시에 출품되는 이중섭의 '황소'도 경매를 통해 구입했다. 아내에게 한 약속을 30년 만에 지킨 것이다. 안 회장은 "처음엔 좋아서 샀던 작품들이 세월이 갈수록 나만을 위한 것이 돼가는 것을 느꼈다. 이제 나만의 소유가 아니라 이웃과 나누고 싶어 미술관 설립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관람료는 1000∼9000원(02-395-0217).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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