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에 '부메랑'되어 날아오는 프로선수들의 행동
[마니아리포트 김현희] 지난 2009년에 열린 청룡기 결승전은 말 그대로 '한 편의 드라마'였다. 일단, 두 학교가 결승 무대에 오른 과정부터 자못 흥미로웠다. 한동안 전국무대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던 신일고는 최재호 감독 영입 이후 저학년들을 앞세우는 과감한 용병술로 결승 무대까지 올랐고, 북일고는 4강에서 덕수고와 '1박 2일'간에 걸친 연장 혈투 끝에 어렵게 결승전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두 학교 모두 우승컵을 놓고 한 치의 양보 없는 대결을 펼쳐야 했다. 결과는 '1학년들의 패기'를 앞세운 신일고의 승리였다. 그리고 이 대회에서 '신일 스타'로 거듭났던 1학년 하주석(한화)과 3학년 이제우(KIA) 등은 훗날 프로 입단에도 성공하며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청룡기 우승 이후 신일고는 서울지역의 강자로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냈다. 올해도 마찬가지. 전반기 주말리그에 이어 후반기에도 연승 행진을 펼치며 일찌감치 왕중왕전 진출을 확정지었다. 프로에 진출한 졸업생들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후배들의 선전이 대견하게 생각될 수밖에 없다. 프로 선수들도 한때는 고교시절 전국대회 우승을 꿈꾸었던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후배들 역시 동문 선배들의 활약을 가슴에 새기고 '더 나은 내일'을 꿈꾸기 마련이다. 그래서 프로 선수들은 동문 후배들의 거울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 모교에 '부메랑' 되어 날아오는 프로 선배들의 '행동'
따라서 프로 선수들이 어떠한 모습을 보이건 간에 그 행동들은 고스란히 모교에 '부메랑'이 되어 날아오기 마련이다. 올바른 행동을 했다면 그것이 고스란히 동문 후배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그릇된 행동을 했다면 동문 선후배 전체가 비난의 대상이 된다. 일례로 지난해 올스타전 '홈런 더비'는 SK의 박정권과 삼성의 최형우가 정면 맞대결을 펼쳤는데, 두 사람은 '전주고 동문'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었다. 그리고 두 동문간의 '선의의 맞대결'은 한때 해체 위기까지 맞았던 전주고 야구부에 새 바람을 불어넣기도 했다.
그런 점에 있어서 최근 '벤치 클리어링' 사태로 촉발된 두 동문 선후배, 나지완(KIA)과 김현수(두산)의 갈등 문제는 쉽게 봉합될 것 같지 않아 안타까움을 더한다. 표면적으로는 타석에 들어선 나지완에게 프록터가 '빈볼에 가까운 초구'를 던진 것이 시초가 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그 이후였다. 볼넷으로 걸어나간 나지완이 조영훈의 안타 때 2루를 밟으면서부터였다. 이때 나지완이 외야 수비에 임했던 김현수에게 뭐라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오고, 김현수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욕설을 하는 장면이 그대로 중계방송 카메라에 잡혔다. 경기가 종료된 이후에도 나지완은 2루 베이스를 떠나지 않고 김현수가 다가오기만을 기다렸지만, 이종욱과 오재원이 말리는 것으로 그 날 일정은 그대로 종료됐다.
이후 김현수는 나지완에게 사과를 하고 갈등을 봉합하려 했다. 그러나 중-고교 직속 후배에게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나지완의 얼굴은 쉽게 풀어지지 않았다. 결국 김현수는 원정 3연전 내내 팬들의 야유에 시달려야 했고, 나지완 역시 결장을 피할 수 없었다.
사실 이는 '누가 잘하고 잘못했느냐'의 문제에서 그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두 선수 모두 같은 학교 울타리에서 중-고교 시절을 보냈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본의 아니게 두 선수들이 졸업한 학교가 크게 이슈화되기도 했다. 이들의 대선배이기도 한 롯데 양승호 감독도 두 선수의 갈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동문으로서 죄송하다"라는 말을 남겼다. 본인이 잘못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 같은 학교를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대선배가 사과를 한 된 셈이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가 졸업한 신일고는 '자율 사립형 고교 전환'으로 인하여 한때 야구부 해체 이야기가 흘러나온 적도 있었다. 이 때문에 빼어난 재능을 지닌 일부 선수들이 전학을 선택하기도 했다. 물론 이 이야기는 조성민을 비롯한 동문 선배들과 학부형들의 노력으로 '없던 일'이 되면서 다시금 야구부 부흥을 기대해 볼 수 있게 됐다. 상황이 이러하다면, 두 선수 모두 잘잘못을 떠나 프로에 진출한 '형님'답게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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