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까지 친일·친미, 이완용이 부러웠나

입력 2012. 6. 28. 18:38 수정 2012. 6. 28. 18:3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뉴스분석]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기습처리 논란…여당 의원도 "도대체 제정신?"

[미디어오늘 류정민 기자]

"이명박 정권의 한일군사협정의 비공개 처리 행태는 마치 1910년도의 경술국치 한일강제합병을 비공개로 추진한 이완용의 매국행태에 다를 바 없다."

독립운동가 이회영 선생의 후손인 이종걸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은 28일 이명박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처리에 대해 매국노인 이완용을 언급하며 깊은 우려를 전했다. 이명박 정부의 선택은 임기말 무리수의 연속이다.

인천공항 매각을 강행하려는 모습도 그렇고 이번에는 국민 감정상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을 강행한 모습도 그렇다. 이번 사안이 민감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이유는 해방 이후 처음으로 일본과의 정식 군사협정을 맺으려 한다는 점이다.

한겨레는 6월 28일자 사설에서 이렇게 우려를 전했다.

"한-일 군사협력은 일단 시동을 걸면 계속 확대·강화될 수밖에 없다. 어느 시점에 이르면 단순한 정보공유 차원을 넘어 군사동맹 수준으로 격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본 군국주의의 최대 피해자인 우리 정부가 솔선해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부추기고 한반도에 대한 일본의 군사적 개입을 정당화 해주는 일을 방치할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 ©CBS노컷뉴스

문제는 국무회의의 이번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 비밀리에 처리됐다는 점이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의 공론화 작업은 물론 언론도 모르게 처리된 셈이다. 헤럴드경제는 6월 28일자 < 뭔가에 쫓기듯 꼼수까지 동원…MB정부 임기말 '대형사고' > 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번 사안은 보수언론이 변론하고 보호해줄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 동아일보는 6월 28일자 1면 < 국민엔 숨긴 정부, 일본엔 당일 통보 > 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한반도의 민감한 군사정보를 일본 정부에 전하기 위해 '꼼수'까지 동원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궁금한 대목이다.

이명박 정부는 '악재'를 통해 또 다른 '악재'를 탈출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번 사안은 후폭풍이 어디로 어떻게 번질지 모를 정도로 강한 휘발성을 띄고 있다.

일본 오사카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친일 행보' 논란에 휩싸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일본 총리가 독도 영유권에 대한 교과서 명시를 언급하자 "지금은 곤란하다.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곤조기' 논란이 증폭됐다.

청와대는 사실과 다른 주장이라면서 진화에 나섰지만, 독도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지곤조기'라는 단어는 뉴스 검색어로 떠오르곤 했다. 관전 포인트는 이명박 대통령이 실제로 그런 주장을 한 것보다 '지곤조기' 논란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런 말을 했건, 하지 않았건 국민은 그런 말을 했을 수도 있다고 믿고 있다는 얘기다. 이번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논란도 마찬가지다. 군사정보에서 군사라는 말을 빼고 한일 정보보호협정이라는 모호한 이름을 붙인다고 정부의 '꼼수'를 가릴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대형 사고를 쳐놓고 청와대가 발뺌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우원식 민주통합당 원내대변인은 "국무회의 군사협정 밀실 처리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는 와중에 청와대가 내놓은 해명이 고작 '청와대는 몰랐다'이다. 세 살짜리 어린 아이도 믿지 못할 청와대 거짓부렁을 그대로 따라 가보면 실로 놀라운 국가 변란 사태가 일어난 것이라고 밖에는 다른 말을 할 수가 없다"고 우려했다.

헤럴드경제 6월 28일자 3면.

이번 사태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통합당 대변인단은 이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의 문제점에 대해 화력을 집중시켰다.

김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이번 협정의 통과과정은 철저히 국민을 기만했다. 국민적인 논의과정은커녕 국무회의조차 즉석안건으로 비공개 처리하고 통과 후에 브리핑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국민을 기만한 것으로 드러난 광우병 미국산 소고기 수입결정으로 '뼛속까지 친미' 소리를 들었던 이명박 정부가 이제는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으로 '뼛속까지 친일'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임기를 마무리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여당이 변론하고 야당이 비판하는 일반적인 정치현안으로 보기도 어렵다. 여당 내부에서도 해도 너무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우 새누리당 대변인은 지난 27일 "지금 세계는 자국의 생존을 위해서 또는 국가 이익을 위해서 다른 나라와 다양한 형태의 협력을 하고 있다. 경제문제든, 군사문제든, 나홀로 살아갈 수는 없는 세상"이라며 "한국과 일본의 안보이익이 심각하게 침해 받는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이 서로 필요한 정보를 교환하고 한정된 목적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이번 협정은 폐기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소속의 남경필 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은 "제기된 문제에 대한 정부의 분명한 해명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김을동 의원은 "호국보훈의 달에 한일군사협정 체결, 도대체 제정신인가? 역사성 없는 국무위원들 퇴진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한일군사협정 의결 폐기하라"고 말했다.

Copyrights ⓒ 미디어오늘.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