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과 사람] "일곱살 버릇이 칠순까지.." 대도의 후회
강도혐의 1심 무죄 조세형"자서전 준비중… 3월쯤 출간""나는 독서광" 고백 눈길도
"또 엉뚱한 사고 때문에 사회에서 지탄 받는 모습을 보여 죄송합니다. 조만간 미화된 '대도(大盜)'의 모습을 걷어내고 사회에 진 빚을 갚도록 하겠습니다."
17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만난 조세형(73)씨는 2009년 4월 14일 경기 부천시 금은방 강도사건 피고인으로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지난달 22일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긴 했지만 검찰이 항소하는 등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하는 눈치였다.
'대도 조세형'이 다시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린 것은 지난해 9월. 조씨는 장물알선 혐의로 1년5개월을 복역하고 지난해 9월 교도소에서 출소하는 순간 다시 강도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검찰은 조씨가 공범 2명과 함께 금은방 주인 집에 침입, 흉기를 휘두르며 30만원과 금목걸이를 빼앗은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조씨는 "평생 절도는 했지만 강도 짓은 안 했다"며 혐의를 부인했고 지난달 국민참여재판 등을 통해 1심에선 무죄가 인정됐다.
공자 말씀에 '일흔은 종심'(從心ㆍ마음 가는 대로 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다)이라 했는데 그는 어찌하여 평생을 세상의 법과 부딪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조씨는 "어릴 때부터 고아원에서 성장했고 구타와 폭력을 못 이겨 7세 때 고아원을 나와 구멍가게에서 두부를 훔치는 것으로 도둑질을 하기 시작했다"고 토로했다. 불우한 환경을 지나며 절도 같은 범죄를 저지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소년원은 15세 때부터 드나들었다. 70, 80년대에는 주로 고위 권력층과 부유층을 상대로 고가의 금품을 털었고 훔친 금품 일부를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준 사실이 알려지면서 '현대판 홍길동', '대도'라는 별칭도 얻었다. 82년 경찰에 체포됐을 때는 벌써 전과 11범이었다.
조씨는 이후 83년 4월 재판을 받기 위해 대기 중이던 서울 서소문법원 구치감의 환기통을 뜯어내고 탈주했다. 경찰에 쫓기던 조씨는 장충동 쪽으로 달아나다 궁지에 몰리자 여대생을 인질 삼아 대항하다 경찰이 쏜 가스분사기와 권총 두 발을 맞고 검거되기도 했다.
이후 15년을 복역한 그는 98년 출감해 목사로 변신했다. 교도소 재소자들을 상대로 선교활동을 벌이는 조씨의 모습은 신선했다. 그는 이 즈음에 경비회사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대학에서 범죄 관련 특강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0년 일본에서 절도 행각을 벌이다 일본 경찰에 구속되고 3년 6개월의 형을 사는 등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조씨는 이에 대해 "특별한 배경이 없다"면서도 "어릴 적 춘궁기 때 배고픔을 잊기 위해 본능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측면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또 "당시에는 잘 사는 집을 털어야 뭐가 나올 걸로 생각했다"며 "82년 검거된 이후 언론들이 '대도'로 왜곡해 묘사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3월쯤 나올 자서전에서 왜곡되고 미화된 '대도 조세형'이 아니라 '자연인 조세형'의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씨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자신의 모습도 털어놓았다. 그는 "주위에선 나를 독서광이라고 한다"며 "시간 때우기 용 책은 싫어하고 세계사와 철학, 인물사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조씨는 독일 역사학자 레오폴트 폰 랑케와 영국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의 역사책을 읽은 소감을 인터뷰 중간 설명하기도 했다. 신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이어갔다. 특히 조씨는 "로마황제 마르크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70번 정독한 교도소 동기가 완력으로만 살던 인생에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고 독서의 위력을 새삼 확인하게 됐다"고 했다.
조씨는 무죄가 최종 확정되면 다시 신앙인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그는 "중국에서 탈북자들을 위해 선교하는 것을 마지막 소명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씨는 98년 출소 후 '늘빛선교회'라는 단체를 설립하고 재소자와 전과자들을 상대로 선교 활동을 벌인 적도 있다.
조씨는 1심 판결에 대해 "그 동안 사법부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는데 이번 판결로 사법부가 정의를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씨에 대한 혐의가 완전히 풀린 것은 아니다. 검찰은 조씨의 강도 혐의에 대해 2009년 수산물 무역 사업이 어려워져 경제적으로 궁핍했고 일본 절도사건 때 흉기 등으로 경찰에게 저항한 사실을 들며 2심에서의 혐의 입증을 벼르고 있다.
"사람을 해치지 않고 평생 절도만 했다"는 조씨. 그는 정말 자신이 정한 법도만큼은 넘지 않은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은 현재로서는 그만이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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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재기자 passion@hk.co.kr사진 류효진기자 jsknigh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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