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비정규직 해고자 "어제 웨딩촬영 했는데.."

2012. 1. 19.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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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윤성효 기자]"어제는 웨딩촬영을 하고 왔습니다. 신부를 위해서라도 환하게 웃어야 하는데 제 마음 한 곳에 말로 할 수 없는 공허함이 있습니다. 축복받아야 하는 결혼식을 한 달 앞두고 해고자가 되어 이렇게 호소합니다."

롯데백화점 창원점 시설관리 위탁업체에서 해고됐던 비정규직의 사연을 한 동료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읽었다. 오는 2월 11일 결혼식을 앞두고 있는 해고자의 글을 들은 시민들은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19일 저녁 롯데백화점 창원점 맞은편에서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민주노조 파괴 롯데백화점 규탄 및 정규직쟁취·민주노조사수 경남 3차 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사진은 여성 조합원이 오는 2월 11일 결혼하는 해고 조합원이 쓴 글을 대신 읽고 있는 모습.

ⓒ 윤성효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19일 저녁 롯데백화점 창원점 맞은편에서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민주노조 파괴 롯데백화점 규탄 및 정규직쟁취·민주노조사수 경남 3차 노동자대회"를 열었다.

ⓒ 윤성효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19일 저녁 롯데백화점 창원점 맞은편에서 "민주노조 파괴 롯데백화점 규탄 및 정규직쟁취·민주노조사수 경남 3차 노동자대회"를 열었다. 민주노총일반노동조합 창원롯데비정규직지회 조합원 박해숙씨가 결혼을 앞둔 동료 조합원의 글을 대신 읽은 것이다.

노조 지회 조합원들은 지난해 말부터 '해고 철회' 투쟁을 벌이고 있다. 백화점 측은 시설관리를 새 위탁업체와 계약했고,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과 비조합원만 1/3 가량 선별해서 고용한 것이다. 민주노총 조합원을 포함해 26명이 해고된 것이다.

이날 집회는 롯데백화점 창원점 건너편에 있는 롯데마트 앞 인도에서 열렸다. 롯데마트 측은 입구에 물품 보관용으로 대형 천막 2개를 설치해 놓았고, 인도 쪽 가로등 3개는 집회가 열리는 동안 불을 꺼버렸다. 롯데백화점 창원점 측은 백화점 앞에 집회신고를 내놓아, 노조 지회는 하는 수 없이 이곳에서 집회를 열었다.

김재명 민주노총 경남본부 수석부본부장은 이날 대회사를 통해 "자본은 우리에게 죽음을 요구한다. 우리는 이 동지들을 그대로 두지 않을 것이다. 아름다운 연대를 통해 함께할 것"이라며 "자본은 민주노조 파괴를 하려고 하는데, 우리는 민주노조 깃발을 더욱 단단히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19일 저녁 롯데백화점 창원점 맞은편에서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민주노조 파괴 롯데백화점 규탄 및 정규직쟁취·민주노조사수 경남 3차 노동자대회"를 열었다.

ⓒ 윤성효

이상구 지회장은 "집회장 바로 옆에 롯데백화점 창원점 위탁업체 사장이 뻔뻔하게 서 있다. 양심도 없는 모양이다. 한 가정을 파탄 냈는데,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된다"면서 "롯데백화점은 밖에서 보면 건물이 화려해 보이지만,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이 비정규직이다"고 말했다.

건설노조 조합원들은 집회장 옆에서 먹을거리를 만들어 팔았다. 이들은 롯데카드를 가져와 반납하는 시민들에게 먹을거리를 공짜로 준다고 했다. 이날 집회장 바로 옆에는 롯데백화점 창원점 부점장과 위탁업체 사장이 나와 있기도 했다.

집회를 마친 뒤 참가자들은 촛불을 들고 20여 분 가량 백화점을 에워싼 채 행진했다. 백화점 측은 용역 경비원을 배치했으나 마찰은 일어나지 않았다.

창원시의회 의원 47명은 이날 오전 '롯데백화점 비정규직 고용승계'를 촉구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체 54명 의원 가운데, 한나라당?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진보신당과 무소속 의원들도 참여한 것이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19일 저녁 롯데백화점 창원점 맞은편에서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민주노조 파괴 롯데백화점 규탄 및 정규직쟁취·민주노조사수 경남 3차 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사진은 집회 뒤 촛불을 들고 백화점을 에워싸며 걷고 있는 모습.

ⓒ 윤성효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19일 저녁 롯데백화점 창원점 맞은편에서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민주노조 파괴 롯데백화점 규탄 및 정규직쟁취·민주노조사수 경남 3차 노동자대회"를 열었다.

ⓒ 윤성효

"2월 11일 결혼식을 앞두고" ... "축하한다고 하더니"

다음은 이날 "2월 11일 결혼식을 앞두고"라는 제목으로 조합원 박해숙씨가 낭독한 글 전문이다.

저는 2월에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예비신랑이자 롯데백화점에서 지난 연말 12월 31일부로 부당해고를 당한 해고자입니다. 일생에 한번 뿐인 행복하고 아름다운 결혼식 준비를 해고자가 되어 롯데 백화점 앞 길거리에서 하고 있습니다. 평생을 함께할 천사 같은 예비신부와 막바지 결혼준비를 하던 평범한 하루였습니다. 2011년 12월 22일. 웬일인지 사장이 지하 5층 시설 사무실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문서작업을 하고 있더군요. 결혼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신청해 놓은 퇴직금이 6개월이 지나도 나오지가 않아 사장에게 직접 퇴직금 중간정산을 부탁하였더니, 환하게 웃으면서 "결혼 축하한다"며 12월 말일까지 정산해 준다고 했습니다. "아! 이제 결혼 막바지 준비는 좀 수월하게 할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놓였습니다. 무거웠던 마음을 한시름 덜고 잠시 머리를 식히고 사무실로 돌아와 책상에 앉으려는 순간 책상 앞에 놓인 종이 한 장, 12월 31일부로 계약을 종료한다는 '근로계약종료통보서.' 그 하얀 종이 위에 제 이름 석자가 적혀 있었습니다. 순간 '결혼 축하 한다'는 말을 하던 사장의 미소가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그렇게 미소 띠며 컴퓨터 앞에서 작업을 하던 것이 근로계약종료통보서였구나.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날 롯데백화점 시설직원 모두가 집단 부당해고 당한 것입니다. 그리고 2012년 1월 1일부로 롯데백화점측이 고용한 용역들에게 출근을 저지 당했으며, 그날부터 롯데백화점 앞으로 쫓겨나와 복직을 위해 투쟁한 지 27일째입니다. 어제는 웨딩촬영을 하고 왔습니다. 신부를 위해서라도 환하게 웃어야 하는 제 얼굴 뒤에는 뒤죽박죽인 제 마음 한곳에 말로 할 수 없는 공허함이 느껴졌습니다. 축복받아야 하는 결혼식을 한 달 앞두고 해고자가 되어 이렇게 창원시민들에게 호소합니다. 저희들에게 따뜻한 눈빛과 힘내라는 한마디. 그리고 저희가 용기를 잃지 않게 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이 바로 창원시민 여러분들의 관심입니다. 저희 시설직원들을 집단 부당해고 하고 지금 롯데백화점은 매장 안에 공기도 순환시키지 못하고 탁한 공기와 온도 조절도 못하는데 고객을 최우선으로 모신다고 떠들어 대면서 백화점 직원들을 혹사 시키고 있습니다. 고객도 매장에 근무하는 직원들도 다 창원시민일 것입니다. 창원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무시하고 방치한 채 저희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쫓고, 창원시민의 주머니만 털어가는 롯데백화점, 화가 납니다. 창원 시민 여러분 함께 롯데백화점을 혼내줍시다. 자본이 아무리 힘이 있다 한들 창원시민 여러분과 저희를 이길 수 없다는 걸 보여 줍시다. 롯데가 창원시민들에게 고개 숙이도록 하겠습니다. 힘과 용기를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19일 저녁 롯데백화점 창원점 맞은편에서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민주노조 파괴 롯데백화점 규탄 및 정규직쟁취·민주노조사수 경남 3차 노동자대회"를 열었다.

ⓒ 윤성효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19일 저녁 롯데백화점 창원점 맞은편에서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민주노조 파괴 롯데백화점 규탄 및 정규직쟁취·민주노조사수 경남 3차 노동자대회"를 열었다.

ⓒ 윤성효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19일 저녁 롯데백화점 창원점 맞은편에서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민주노조 파괴 롯데백화점 규탄 및 정규직쟁취·민주노조사수 경남 3차 노동자대회"를 열었다.

ⓒ 윤성효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19일 저녁 롯데백화점 창원점 맞은편에서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민주노조 파괴 롯데백화점 규탄 및 정규직쟁취·민주노조사수 경남 3차 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집회가 벌어지는 동안 롯데백화점 창원점 부점장(왼쪽)과 이전 위탁업체 사장(오른쪽)이 나와 계속 지켜보았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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